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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경찰 또 발포…이공대 사수대 “염소폭탄 개발 보복 불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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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신경진 특파원, 홍콩 시위 현장을 가다

홍콩 경찰이 18일 이공대 주변의 시위현장에서 한 여성 시위대를 붙잡아 끌고 가고 있다. 경찰은 시위대의 마지막 보루인 이공대를 포위해 진압 작전에 들어갔다. [AFP=연합뉴스]

홍콩 경찰이 18일 이공대 주변의 시위현장에서 한 여성 시위대를 붙잡아 끌고 가고 있다. 경찰은 시위대의 마지막 보루인 이공대를 포위해 진압 작전에 들어갔다. [AFP=연합뉴스]

홍콩 경찰이 18일 밤까지 학생 시위대의 마지막 보루인 홍콩이공대를 포위한 채 고립 작전에 들어갔다. 교내에 남은 600여 명의 사수대는 “엔드 게임”을 외치며 경찰과 혈전을 선언했다.

경찰 2000명 이공대 봉쇄작전 #사수대 600명 “엔드게임” 혈전 선언 #거리선 이공대 지원 게릴라 시위

전날 밤엔 홍콩 시위대의 온라인사이트 ‘LIHKG’에는 “염소폭탄 개발에 성공했다. 경찰 쥐**는 즉시 폴리에서 철수하라. 그러지 않으면 경찰 막사나 경찰서에서 염소폭탄이 폭발할 것이다. 한바탕 대학살이 될 것”이라는 내용의 ‘최후통첩’이란 보복을 예고하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사수대는 폭탄 모형으로 추정되는 유리병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이공대 대변인은 지난 16일 다수의 실험실이 파괴됐으며 실험실 안에 있던 위험한 화학물질이 탈취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홍콩 명보는 이날 경찰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경찰은 어제 2000여 경찰력을 동원했으며 현 단계에선 교내 공격보다 포위를 선택했다”며 “투항할 때까지 8~10일간 포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가장 과격한 용무파(勇武派)가 교내에 남아있으며, 위험 물질을 사용할 가능성도 있어 진입 대신 사수대를 격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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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수대는 전날 밤 격전을 “엔드 게임”에 비유했다. 홍콩 소재 대학생들로 이뤄진 이른바 ‘용무소대(勇武小隊)’다.

이날 경찰의 공세는 새벽 5시20분쯤 최루탄과 물대포로 시작됐다. 특공대도 바로 투입됐다. 밤새 포위망에 갇힌 사수대가 남은 화염병을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특공대는 교문 입구의 시위대 의무실에서 치료 중인 부상 학생들을 연행했다. 일부 외신은 이를 놓고 경찰이 이공대에 진입했다고 전했지만 홍콩 경찰은 대변인을 통해 진입 작전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공대 내부에서 치솟는 불길. 경찰의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시위대가 피운 것이다. [AP=연합뉴스]

이공대 내부에서 치솟는 불길. 경찰의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시위대가 피운 것이다. [AP=연합뉴스]

이날 동이 트며 텅진광 이공대 총장의 영상 메시지가 전해졌다. 텅 총장은 “항쟁자(학생 시위대)가 공격을 멈춘다면 경찰도 공세를 늦추고 학교 내 인원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승낙을 받았다”며 “경찰서에서 공정한 처리를 보장했다. 내 제안에 따라 평화롭게 학교를 떠나길 바란다”고 달랬다.

이공대를 지원하는 거리 시위도 시작됐다. 이날 오전부터 조던역 사거리가 시위대가 던진 보도블록으로 다시 차단됐다. 그동안 해가 지면 시작되던 거리 점거 시위의 시작이 빨라졌다. 인근 건물 옥상에선 경찰이 최루탄을 쐈다. 이후 이공대 인근에서 시위대의 게릴라식 시위가 이어졌고 경찰은 최루탄으로 대응했다. 대학 앞 바리케이드를 넘어 학교를 빠져나가려는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쫓고 쫓기는 추격전도 벌어졌다. 학교 안에 고립된 학생들의 부모들이 시위 현장에 모여들어 경찰을 향해 학생들을 내보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시위대의 공격에 맞서 이날 새벽엔 경찰의 실탄 발사도 시작됐다. 경찰이 다친 여성을 불법 시위 참가 혐의로 앰뷸런스로 강제 연행하던 도중 시위대가 돌을 던지자 실탄 세 발을 발사했다. SNS에는 AR-15 반자동소총과 기관단총인 MP5로 무장한 경찰의 사진이 유포됐다.

한편 전날 경찰의 대대적인 이공대 포위 작전과 관련, 홍콩·마카오 공작협력 소조 조장인 한정(韓正) 부총리 주도로 지난 15일 선전에서 열린 회의가 관련돼 있다고 18일 명보가 보도했다. 이 회의엔 부총리급인 정치국 위원 6명이 참석했는데, 이 중엔 홍콩 소조 부조장으로 홍콩 치안을 총괄하는 자오커즈(趙克志) 공안부장, 천원칭(陳文淸) 국가안전부장, 유취안(尤權) 통전부장 등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홍콩=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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