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묵비권 피의자 무기” 민정수석 때 쓴 논문대로 했다

중앙일보

입력 2019.11.19 00:04

업데이트 2019.11.19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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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5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면회를 마친 뒤 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4일 첫 검찰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5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면회를 마친 뒤 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4일 첫 검찰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뉴스1]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던 2017년 6월 법학전문학술지 저스티스에 한 논문을 게재한다. 그 논문엔 조 전 장관이 현재 검찰 조사에서 행사 중인 ‘진술거부권’에 관한 주장들이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묵비권 행사 땐 조사 응할 의무 없다”
법조계 “변론 전략” “수사 방해” 갈려

검찰, 조국 이번주 중 추가 소환
“공직자윤리법, 딸 인턴 등 확인 필요”

“진술거부권은 피의자가 사용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무기다” “진술거부권으로 발생하는 수사방해는 헌법상 예정된 방해로 수사기관이 당연히 감수해야 할 방해에 불과하다.”

서울대 법대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아 작성된 이 논문의 제목은 ‘변호인의 피의자 신문참여권 및 신문수인의무 재론’이다. 조 전 장관은 논문에서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은 확대되어야 하며, 수사기관이 피의자에게 진술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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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6개월 전 조 전 장관의 논문을 꺼내든 건 조 전 장관이 논문에 쓴 그대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4일 첫 검찰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조 전 장관의 변호인단은 중앙일보에 “검찰의 추가 출석 요구엔 응하겠지만 계속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 말했다. 이미 검찰의 결론(기소)이 정해진 상황에서 검찰에서의 진술은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조 전 장관과 서울대 법대에서 함께 공부했던 검사 출신 변호사는 “조 전 장관이 유학을 했던 미국에선 진술거부권이 한국보다 적극적으로 행사되고 있다”며 “조 전 장관의 유학 배경이 이런 주장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논문에서 진술거부권에 대한 강한 소신을 여러 차례 드러낸다. 피의자의 헌법적 권리이자 “변호인이 피의자에게 이를 행사하라고 조언하는 것은 당연한 소임”이란 것이다.

조 전 장관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피의자는 검찰 신문에 응할 의무가 없다는 주장도 펼쳤다.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처럼 “피의자가 진술거부 의사를 표명해도 신문 자체는 계속 진행되는 수사 현실”에 비판적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건강상의 이유로 일부 검찰 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정경심(57) 동양대 교수와 조 전 장관의 동생 조모씨의 경우도 조 전 장관 주장대로라면 검찰 조사에 응할 의무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조 전 장관의 주장에 검사 출신인 이완규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한국 법체계와는 맞지 않는 주장”이라 반박했다. 조 전 장관은 논문에서 “피의자에게 신문수인의무가 있다”는 이 변호사의 논문을 반박하는 형태를 취한다.

이 변호사는 중앙일보에 “한국 법체계의 경우 피의자가 출석을 거부할 경우 체포를 통해 구인할 수 있다”며 “이는 피의자의 수인의무를 전제로 한 것”이라 말했다. 다만 이 변호사는 “검사가 피의자를 검사석에 데리고 올 수는 있지만 강제로 말을 하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의 진술거부권 행사에 대해 법조계의 시각은 엇갈리나 대체적으로 조 전 장관의 권리행사란 입장이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진술거부권은 피의자와 변호인의 변론 전략 중 하나”라고 말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을 지휘했던 전직 법무부 장관이 검찰 수사를 불신하고 무시하는 처사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정철 변호사(법무법인 우리)는 “불리한 진술을 거부하는 것을 넘어 모든 진술을 거부하는 것은 수사방해 아니겠느냐”고 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고형곤)는 이번주 안에 조 전 장관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특히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사모펀드 투자와 관련한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 딸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면학 장학금’ 수령, 아들의 서울대 인턴증명서 등 자녀 입시 관련 부분에서 조 전 장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정 교수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사실 중 일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고 그와 함께 공직자윤리법 위반, 부산대 장학금 관련 부분, 정 교수 공소장에 기재되지 않은 추가입시비리 관련 부분에 대해서도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수사 마무리 시점은 12월 이후가 예상된다.

◆동생 공소장 "재산 지키려 위장 이혼”=18일 검찰은 조 전 장관의 동생 조모(52)씨를 구속기소했다. 조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57) 동양대 교수와 5촌 조카 조범동(36)씨에 이어 조씨 일가 중 세 번째다. 검찰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강제집행면탈, 배임수재, 업무방해, 증거인멸교사, 범인도피 등 6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공소장에서 검찰은 조씨가 재산을 지키기 위해 부모가 이사장인 웅동학원을 상대로 허위로 공사 대금 청구 소송을 벌이고 아내와 위장이혼을 하는 과정 등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공소장엔 “조씨가 채권에 대한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아내 조모씨 사이에 실질적 이혼 의사나 합의 없이 법적으로만 이혼 신고를 했다”고 적혔다. 공소장에 따르면 웅동중 교사 채용 비리에 대한 언론 보도가 나오자 조씨가 조 전 장관 측에 거짓 해명하고, 공범에게 허위 사실을 담은 확인서를 만들라고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박태인·김수민·김민상·백희연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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