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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조현병이라도 '약물치료' 반응 따라 원인 다르다

중앙일보

입력

조현병 환자는 감정, 행동 등 인격에서 이상을 보인다. [중앙포토]

조현병 환자는 감정, 행동 등 인격에서 이상을 보인다. [중앙포토]

같은 조현병 환자라도 약물치료 반응도에 따라 발병 원인이 갈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치료가 잘 되는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의 가장 큰 차이는 뇌 신경 세포의 흥분을 전달하는 '도파민' 물질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의태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ㆍ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18일 이러한 내용의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인격 이상 보이는 조현병 관련 연구 결과 공개 #1차 치료 잘 되는 환자, 도파민 과잉 생성 문제 #전두엽 부피 작을수록 도파민 생성 많은 경향 #치료 쉽지 않은 환자, 도파민 아닌 다른 원인

과거 '정신분열증'으로 불렸던 조현병은 감정과 행동, 생각 등 인격에서 전반적으로 이상을 보이는 병이다. 아직 정확한 발병 원인과 진행 과정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대개는 도파민 전달 체계 문제나 뇌 영역 간 연결 이상이 주된 요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병에 걸리면 대개 도파민 균형을 조절해주는 클로르프로마진 등 부작용이 적은 항정신질환제로 1차 치료를 한다. 그리고 약에 따른 불편함 등이 없는지 살펴본다. 환자는 1차 치료 후 반응에 따라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약물치료에 반응을 보이는
'치료 반응성' 환자와 별 반응 없이 클로자핀(조현병용 2차 치료제)으로만 호전되는 '치료 저항성' 환자로 분류된다. 다만 실제 환자에게 1차 약물로 치료하기 전까지는 반응도를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치료 저항성 환자는 증세에 맞는 적절한 치료 받기까지 시간이 지체되는 한계가 있다.

조현병 환자는 약물 치료 반응에 따라 원인이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pixabay]

조현병 환자는 약물 치료 반응에 따라 원인이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pixabay]

이에 따라 연구팀은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단층촬영(PET) 검사를 이용해 조현병 환자의 전두엽 부피와 도파민 생성의 상관관계를 따져봤다. 그 결과 1차 약물치료가 잘 되는 환자는 기억력·사고력 등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표준 크기보다 작을수록 도파민 생성 수준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대로 약물이 잘 안 듣는 환자들에게선 이러한 경향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치료 반응성 환자의 전두엽 이상이 도파민 전달 체계에 문제를 일으키고 과잉 생산을 유발하는 걸 보여준다. 반대로 치료 저항성 환자는 도파민과 전혀 다른 원인으로 발병한다는 걸 의미한다. 겉으로는 비슷한 증상을 보여주는 조현병 환자라지만 치료 상황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이유가 작용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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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태 교수는 "전두엽 부피 감소와 도파민 과잉 생성에 따른 조현병 환자는 전체의 70% 정도다. 이들은 일차적인 정신질환약으로 계속해서 치료하는 게 좋다"면서 "도파민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증세가 나타난 환자는 1차 약물보다 클로자핀 등 다른 치료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정신과학 분야 권위지인 ‘분자정신의학’ 최신호에 실렸다. 김 교수는 "조현병 환자의 원인에 따라 적절한 약물을 고르는 맞춤형 치료를 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연구로 뇌 영상 검사로 환자를 평가한 뒤 치료제를 처방함으로써 치료 지연을 막고 빨리 호전시킬 수도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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