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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폭탄 개발, 대학살도 불사" 혈전 선언한 홍콩 일촉즉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8일 홍콩 폴리테크닉대 입구의 바리케이드가 경찰의 진입을 막기 위해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에 불타고 있다. [AP=연합]

18일 홍콩 폴리테크닉대 입구의 바리케이드가 경찰의 진입을 막기 위해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에 불타고 있다. [AP=연합]

홍콩 경찰이 18일 밤까지 학생 시위대의 마지막 보루인 이공대를 포위한 채 고립 작전에 들어갔다. 교내에 남은 100여명의 사수대는 “엔드 게임”을 외치며 경찰과 혈전을 선언했다.
“염소폭탄 개발에 성공했다. 경찰 쥐**는 즉시 폴리에서 철수하라. 그렇지 않으면 경찰 막사나 경찰서에 염소폭탄이 폭발할 것이다. 한바탕 대학살이 될 것.”
17일 밤엔 홍콩 시위대의 온라인 포럼 ‘LIHKG’에 이같은 내용의 ‘최후통첩’이란 게시물이 올랐다. 사수대는 투명한 병의 사진도 함께 실었다. 이공대 대변인은 지난 16일 다수의 실험실이 파괴됐으며 실험실 안의 위험한 화학물질이 탈취됐다고 발표했다. 시민들은 위험에 대비하고 경찰에 해당 사건을 신고했다고도 알렸다.
홍콩 명보는 18일 경찰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경찰은 어제 2000여 경찰력을 동원했으며 현 단계에서는 주도적으로 교내를 공격하기보다 포위를 선택했다”며 “그들이 투항할 때까지 8~10일간 포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가장 과격한 용무파(勇武派)가 교내에 남아있으며 위험 물질의 사용 가능성도 있어 진입 대신 교내의 사수대를 격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시위대 마지막 보루 이공대, 경찰에 포위 당해 #이공대 탈출 시도 시위대 400명 이상 체포돼

18일 동이 틀 무렵 홍콩 시위대가 점거 중인 폴리테크닉 대학에 검은색 연기가 솟아 오르고 있다. 전날 시작된 경찰의 진압작전이 밤새 이어지면서 교내 곳곳이 불타 올랐다. [AP=연합

18일 동이 틀 무렵 홍콩 시위대가 점거 중인 폴리테크닉 대학에 검은색 연기가 솟아 오르고 있다. 전날 시작된 경찰의 진압작전이 밤새 이어지면서 교내 곳곳이 불타 올랐다. [AP=연합

사수대는 전날 밤 격전을 “엔드 게임”에 비유했다. 홍콩 소재 대학생들로 이뤄진 이른바 ‘용무소대(勇武小隊)’다.
이날 경찰의 공세는 새벽 5시 20분경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시작됐다. 곧이어 특공대가 달려들었다. 밤샘 포위망에 갇힌 사수대가 남은 화염병을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특공대는 교문 입구의 시위대 의무실에서 치료 중인 부상 학생들을 연행했다. 일부 외신은 이를 놓고 경찰이 이공대에 진입했다고 전했지만 홍콩 경찰은 대변인을 통해 진입 작전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홍콩 이공대학.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홍콩 이공대학.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날 동이 트며 텅진광(滕錦光) 이공대 총장의 영상 메시지가 전해졌다. 텅 총장은 “항쟁자(학생 시위대)가 공격을 멈춘다면 경찰도 공세를 늦추고 학교 내 인원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승낙을 받았다”며 “경찰서에서 공정한 처리를 보장했다. 내 제안에 따라 평화롭게 학교를 떠나길 바란다”고 달랬다.

18일 오전 홍콩 폴리테크닉 대학에서 전날 경찰에 맞선 시위 학생이 지친 모습을 앉아있다. [AP=연합]

18일 오전 홍콩 폴리테크닉 대학에서 전날 경찰에 맞선 시위 학생이 지친 모습을 앉아있다. [AP=연합]

이공대를 지원하는 거리 시위도 시작됐다. 이날 오전부터 조던역 사거리가 시위대가 뿌린 보도블록으로 다시 차단됐다. 그동안 해가 지면 시작되던 거리 점거 시위의 시작이 빨라졌다. 인근 건물 옥상에서 경찰이 최루탄을 쐈다. 이후 이공대 인근에서 시위대의 게릴라식 시위가 이어졌고 경찰은 최루탄으로 대응했다. 대학 앞 바리케이드를 넘어 학교를 빠져나가려는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쫓고 쫓기는 추격전도 벌어졌다. 학교 안에 고립된 학생들의 부모들이 시위 현장에 모여들어 경찰을 향해 학생들을 내보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홍콩 시위대가 온라인 토론방에 올린 염산폭탄. 최후통첩으로 제목붙인 게시물은 경찰에 피의 복수를 다짐했다. [LIHKG 캡처]

홍콩 시위대가 온라인 토론방에 올린 염산폭탄. 최후통첩으로 제목붙인 게시물은 경찰에 피의 복수를 다짐했다. [LIHKG 캡처]

17일 진행됐던 경찰의 대대적인 이공대 포위 작전에는 중국 정부의 지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15일 홍콩과 인접한 선전(深圳)에 홍콩·마카오 공작협력 소조 조장인 한정(韓正) 부총리가 회의를 주도했으며 부총리급인 6명의 정치국 위원이 참석했다고 명보가 보도했다. 홍콩 소조 부조장으로 홍콩 치안을 총괄하는 자오커즈(趙克志) 공안부장을 비롯해 천원칭(陳文淸) 국가안전부장, 유취안(尤權) 통전부장 등 정치국 위원 6명도 참석했다.

시위대의 공격에 맞서 18일 새벽엔 경찰의 실탄 발사도 시작됐다. 경찰이 다친 여성을 불법시위 참가 혐의로 앰뷸런스로 강제 연행하던 도중 시위대의 투석 공격을 받고 세 발의 실탄을 발사했다. SNS에는 실탄만 발사할 수 있는 AR15 반자동 소총과 기관단총인 MP5로 무장한 경찰의 사진이 유포됐다.

도심 센트럴에서는 지난주에 이어 직장인의 “런치 위드 유” 가두시위도 이어졌다.

이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 경찰 소식통을 인용해 전날 밤부터 이공대 탈출을 시도하는 시위대원 400명 이상을 체포했다고 전했다. 체포된 시위대 중 일부는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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