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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 오면 집 드려요" 아산초 파격 제안에 캐나다서도 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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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에서 오는 입학·전학생 가족에게 '무상주택'을 제공하겠다는 파격 제안을 했던 전남 화순군 아산초등학교가 공모를 거쳐 입주자를 선정한다. 화순 아산초는 경기·강원·충남 등 전국에서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캐나다에서도 무상주택 입주 절차를 묻는 전화가 왔다.

전남 화순군 북면 아산초등학교 전경. 이 학교는 전학생을 위해 안 쓰는 관사를 철거하고 2가구가 살 수 있는 1층짜리 주택을 다음 달까지 짓는다. [연합뉴스]

전남 화순군 북면 아산초등학교 전경. 이 학교는 전학생을 위해 안 쓰는 관사를 철거하고 2가구가 살 수 있는 1층짜리 주택을 다음 달까지 짓는다. [연합뉴스]

전국 곳곳서 전화 빗발…캐나다에서도 문의 #자녀 수·학년·학부모 면담 통해 선발 #아동학대 예방·학부모 정착의지 중요

18일 아산초등학교에 따르는 이 학교는 오는 25~27일 3일간 교내 학생유치용 사택에 입주를 희망하는 학부모들을 상대로 방문 및 면담을 진행한다. 아산초는 교내에 쓰지 않는 옛 선생님 관사를 2가구가 살 수 있는 주택으로 바꾸고 있다. 아산초는 이 주택을 2020학년도에 맞춰 타지에서 이사 오는 입학·전학생 가족들에게 무상으로 임대한다. 아산초가 내건 '집 무상제공'은 학생 수를 늘리려는 고민 끝에 나온 파격적인 조치다.

아산초 전교생은 현재 27명이지만 6학년 10명이 졸업하면 신입생이 입학해도 전교생이 19명으로 준다. 지방 붕괴를 상징하는 전형적인 '작은 학교'다. 전학을 오는 학생이 없어 마을에서 출산율이 오르지 않으면 학생 수가 늘어날 수 없다. 아산초는 이미 화순 북면 인근 22개 마을을 학군으로 둔 4개 분교와 통폐합됐지만, 학생 수는 계속 줄고 있다.

아산초는 전국의 학부모들이 무상주택에 높은 관심을 보여 공모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아산초 김경순 교장은 "지난주에 광주광역시, 경기, 충남, 강원 등 전국에서 입주절차를 묻는 전화 때문에 학교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캐나다에서도 전화가 왔다"며 "때문에 무상주택 입주자 선정에 공정성이 필요하다는 내부 검토에 따라 평가표를 만들고 공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학생 유치용 주택 2채를 건설 중인 화순 아산초등학교 공사현장. [사진 전남도교육청]

학생 유치용 주택 2채를 건설 중인 화순 아산초등학교 공사현장. [사진 전남도교육청]

아산초의 사택 입주자 선정기준은 ▶자녀 수 ▶학년 ▶유치원생 ▶학부모 면담 등 4가지다. 아산초의 학생유치용 무상주택에서 살 수 있는 가족은 단 2가구로 이 중 1가구는 광주에서 이사 오는 2학년 쌍둥이와 유치원생 가족으로 결정됐다. 평가는 자녀 수 항목의 경우 3명 이상일 때 최고점인 5점, 학년 항목은 오래 학교에 다닐 1~2학년 자녀일 때 최고점인 5점이다. 초등학교로 진학할 수 있는 유치원생 자녀 나이도 평가 항목이다.

배점 비중이 가장 큰 항목은 최고 20점의 학부모 면담이다. 아산초는 학부모 면담에서 ▶향후 정착을 위한 노력(10점) ▶학교 교육철학에 대한 공유(5점) ▶아산교육공동체와 적응 의지(5점) 등을 평가한다. 김경순 교장은 "학교 내부에서 가족이 살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학부모의 자녀교육 이해도가 중요하다"며 "아동학대라든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꼼꼼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화순 아산초는 지역의 인구유입도 중요하다 생각해 학부모의 정착 의지도 높게 평가한다. 아산초는 학부모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졸업 후에도 일정 기간 무상 주택에서 살 수 있도록 한다. 초등학생 자녀가 졸업해도 중학교까지 거주할 수 있다. 아산초에서 1㎞ 떨어진 곳에는 화순 북면중학교가 있다.

김경순 교장은 "인접한 마을에서라도 집을 구해보려는 가족도 있었지만, 주거환경이 도시보다 열악해 포기했다"며 "시골도 도시처럼 영구 임대 아파트 등으로 주거정책만 해결되면 젊은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산초 무상주택 공모 및 평가 기준은 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화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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