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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누구나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운동 달리기에 빠져들다

중앙일보

입력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게 가득한 세상서 내 마음대로 되는 건 몸 하나밖에 없더라." 팍팍한 세상에서 운동하는 이유로 꼽는 유행 문장이죠. 성적이나 친구, 보호자와의 관계 등 신경 쓸 게 많은 소중 친구 여러분도 딱히 다르지 않을 겁니다. '달리기'의 정의는 어떨까요.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운동이죠. 튼튼한 두 다리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시작할 수 있는 운동 달리기, 그 맛에 빠진 이들의 이야기를 함께 볼까요. 오는 2020년 3월 마라톤을 준비하는 김가영 학생기자의 가족 이야기부터 이른바 ‘달리기 신동’으로 이름을 알린 김성군, 그의 누나 김하진, 그들을 가르치는 최정두 감독(대구남구육상연맹 회장), 고영미 코치(대구남구육상연맹 사무국장)에게 달리기 이야기와 전문 조언까지 들어봅시다.

[커버스토리] 상체는 곧게 세우고 발로 지면 튕기듯 추진력 얻어 마음 가는 대로 달려가요

글=강민혜 기자 kang.minhye@joongang.co.kr, 사진=이승연(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김가영(경기도 신봉초 5) 학생기자, 도움말=대한육상연맹

# ‘운동 덕후’ 김가영, 마라톤대회를 목표로 달리기에 도전하다

김가영 학생기자가 달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그는 홍일점으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현재까지 축구 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른바 자타공인 '운동 덕후'다.

김가영 학생기자가 달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그는 홍일점으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현재까지 축구 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른바 자타공인 '운동 덕후'다.

김가영 학생기자는 주말마다 경기도 용인시 국제로타리3600지구 제13지역 시민 휴식 공간 탄천로(정평천 인근)에 나가 보호자와 달리기 연습을 합니다. 소중이 찾은 날은 평일 오후인데도 저마다 운동복을 입은 시민들이 걷기 운동을 하고 있었죠. 소형 스피커를 들고 음악을 즐기며 운동하는 이도 있고요. 운동복 주머니에서 삐져나온 이어폰을 귀에 끼고 앞만 보고 걷기에 집중하는 사람, 선글라스를 끼고 운동에 몰두하는 이도 있죠. 대부분의 시민들은 편안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모자를 쓴 채 탄천로를 걸었습니다. 새소리를 배경으로 가영이와 보호자 김종욱씨가 나타났습니다. 김씨는 지난 2016년 서울오픈마라톤대회를 시작으로 달리기에 취미를 들였죠. 그 후 매 주말 꾸준히 탄천로서 달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집은 신봉동인데요. 거기서 탄천로를 따라 지하철 죽전역까지 쭉 달려오면 12㎞ 돼요. 혼자 뛰다가 가족과 함께하고 싶어 가영이에게 권유했죠. 내년 3월 서울오픈마라톤대회 10㎞를 함께 완주하는 게 목표예요."

김가영(왼쪽) 학생기자와 보호자 김종욱씨가 경기도 용인시 탄천로길에서 달리기를 하고 있다. 부녀는 오는 2020년 3월 마라톤대회에 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가영(왼쪽) 학생기자와 보호자 김종욱씨가 경기도 용인시 탄천로길에서 달리기를 하고 있다. 부녀는 오는 2020년 3월 마라톤대회에 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농구·축구 등 운동을 하고 있지만 달리기엔 취미 없던 가영이는 어머니 노경아씨의 설득을 거쳐 달리기에 입문했습니다. "델라 마키의 '나를 살린 달리기' 책을 읽었어요. 우울증 환자가 달리기를 통해 삶을 돌아보고 삶의 전환점을 맞는 내용이었죠. 운동은 원래 했지만 '달리기는 굳이 해야 하나' 싶었습니다. 학창시절 그 흔한 오래달리기도 제대로 안 했는데요. 책을 읽고 나니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노경아) "마라톤대회를 뛰거나 주말에 탄천로길을 걷고 달리다 보면 아이와 나온 가족이 보여요. 평소 아이가 학원을 여러 개 다니느라 바빠 집에서 잘 만나지도 못하는데 달리기 시간만이라도 가족의 대화 시간으로 꾸리면 어떨까 했죠. 다행히 아이가 이젠 좋다고 해 대화를 늘리고 있습니다."(김종욱)

김가영 학생기자는 달리기를 하며 고통스러웠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단언한다.

김가영 학생기자는 달리기를 하며 고통스러웠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단언한다.

달리기를 위해 가영이는 인근 할인마켓서 운동복을 구매했습니다. 몸에 딱 맞는 레깅스팬츠, 잘 마르는 소재의 반팔 상의, 모자가 달린 재킷이죠. "달리기를 하면 땀이 많이 나니까요. 잘 마르는 옷이 중요해요. 달리면서 땀이 너무 많이 나면 몸이 무겁거든요." 가영이가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말했어요. 운동복은 준비했으니 이제 준비운동을 해볼까요. 정평천을 바라보며 팔다리를 쭉 늘려 긴장을 풀었어요. 근육이 놀라면 안 되니 '나 이제 운동할 거다' 하고 알리는 거죠. 대한육상연맹에 따르면, 준비운동 목적은 동기부여, 달리는 이가 앞으로의 과정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하는 거예요. 새로운 걸 발견하는 건 달리기를 하는 이가 계속하도록 만들죠. 이 때문에 준비운동은 일반적인 스트레칭 운동, 주요 근육에서 열이 나는 것 등을 목표로 하죠.

김 부녀가 헤어밴드를 착용하고 탄천로길을 달리고 있다. 헤어밴드는 잔머리가 앞으로 흘러나와 시야를 가리는 걸 방지한다.

김 부녀가 헤어밴드를 착용하고 탄천로길을 달리고 있다. 헤어밴드는 잔머리가 앞으로 흘러나와 시야를 가리는 걸 방지한다.

가영이가 아버지와 고민한 결과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마음가짐, 운동화, 페이스 메이커, 물 마시지 않기였다고 합니다. 첫째, 마음가짐은요. 김씨가 직장 상사의 추천으로 시작한 마라톤을 계속하게 만든 원동력이죠. "회사만 다니면 힘들죠. 가영이도 학교만 다니면 힘들고요. 그러니 다른 운동거리를 찾아야 합니다. 저는 달리기가 됐고, 축구와 농구를 장시간 한 가영이에게는 달리기가 또 새로운 자극제가 된 거죠." 실제 대한육상연맹에 다르면, 정신력은 훌륭한 선수, 그렇지 않은 선수를 가르는 큰 차이입니다. 최고 수준 선수, 지도자는 경쟁적 상황서 차지하는 심리적 요인의 중요성이 40~90%를 차지한다고 말하는데요. 기량을 충분히 발휘해야 하는 주요 경기서 결과를 좌우하는 건 강인한 정신력이죠. 선수의 신체 능력을 100%로 끌어 올리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능력이 바로 운동선수의 정신적 강인함이라는 거죠. 이는 운동선수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는 걸 보인다는 게 대한육상연맹 측의 설명입니다. 전통적 훈련 방법은 불완전한 상태며 너무 좁은 영역에만 국한돼 있죠.

달리기 후 신발끈을 고쳐 맨 김가영 학생기자.

달리기 후 신발끈을 고쳐 맨 김가영 학생기자.

김가영(왼쪽) 학생기자, 김종욱씨가 달리기 후 정평천을 바라보며 물을 마시고 있다. 달리기 직전, 도중에 물을 마시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김가영(왼쪽) 학생기자, 김종욱씨가 달리기 후 정평천을 바라보며 물을 마시고 있다. 달리기 직전, 도중에 물을 마시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둘째, 운동화는요. "운동화가 정말 중요합니다. 저는 발볼이 넓어 운동화를 찾는 데 시행착오를 거쳤죠. 시중에 나온 인기 운동화는 발볼이 좁은 경우가 많으니 꼭 매장서 직접 신은 후 고르세요. 발볼이 신발 안쪽에 닿으면 평소에 걷는 데도 방해되지만 달리기할 때는 열이 더 나 상처까지 납니다." 셋째, 페이스 메이커는요. 일반적으로 마라톤대회 등서 참가자들이 따라갈 수 있도록 함께 뛰는 사람이에요. 몸에 시간, ㎞ 등을 붙이고 '이 사람을 따라가면 몇 분대에 들어갑니다' 등을 알리는 건데요. 이 같은 전문적인 페이스 메이커가 아닌, 함께 달릴 친구가 있으면 된다는 게 가영이 부녀만의 페이스 메이커 이야기예요. "곁에 누가 있으면 힘들어도 이끌려 달리거든요." 넷째는 물 마시지 않기입니다. 달리기를 하면서 물을 마시지 말라는 건데요. "몸이 물을 충분히 흡수한 상태에서 뛰어야 좋아요. 그러니까, 물을 마시고 두 시간 후부터 뛰어야 개인적으로는 좋더군요." 다섯째는 미리 달리기입니다. "본격적으로 달리기 운동을 하기 전 제자리 뛰기 등으로 예열을 하는 거예요. 짧은 거리를 일자로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좋죠." 실제 대한육상연맹에 따르면, 달리는 방향(앞·뒤·옆)과 길에 변화를 주며 5분가량 느린 속도로 달리는 것이 좋습니다.

김가영 학생기자가 아버지와 꾸린 달리기 준비물

달리기 후 빵을 나눠 먹는 김가영 학생기자 부녀. 김종욱씨는 탄수화물을 먹어야 달리기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달리기 직전에는 무엇이든 먹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달린 후 숨을 제대로 고른 후 맛있는 걸 찾아 먹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달리기 후 빵을 나눠 먹는 김가영 학생기자 부녀. 김종욱씨는 탄수화물을 먹어야 달리기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달리기 직전에는 무엇이든 먹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달린 후 숨을 제대로 고른 후 맛있는 걸 찾아 먹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1) 스마트워치
내가 있는 장소를 GPS로 알리는 기계예요. 거리·시간 측정이 쉽죠. 없다면 스마트폰을 암밴드(arm band)에 끼워 사용하세요.
2) 마라톤 신청 물품
마라톤대회에 나간다면 신청 물품을 잘 챙기세요. 번호표와 마라톤용 얇고 가벼운 가방, 기록 인식 밴드 등이죠.
3) 쿨셔츠
땀이 많이 나니까 일반 면티보다 기능성 소재 티셔츠를 챙기죠. 옷이 젖고 무거우면 페이스 조절이 힘들거든요.

사진으로 보는 '부녀의 달리기 전 준비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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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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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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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 이완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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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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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운동

# ‘마라톤 신동’ 김성군, 누나에게 달리기를 전파하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고영미 코치, 최성두 감독, 김하진양, 김성군군이 달리기 조언을 전하며 포즈를 취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고영미 코치, 최성두 감독, 김하진양, 김성군군이 달리기 조언을 전하며 포즈를 취했다.

대한육상연맹에 따르면, '이 선수가 재능이 있는가'는 크게 세 가지 측면을 통해 평가할 수 있습니다. 생물학적 나이에 도달하는 평균적 능력보다 더 높은 능력의 발전 정도, 잠재력이 높은 수준으로 발전하기 위한 능력 발전 속도, 어떠한 스포츠에서 최고 수준에 이르기 위해 지속적인 동기 부여가 있는지 등인데요. 이 세 가지를 충족하는 초등학교 1학년, 7세(조기 입학) 선수가 대구에 있다고 해 소년중앙이 찾아갔습니다. 김성군(대구 남명초 1) 선수인데요. 이른바 '최연소 마라토너'로 알려진 바 있죠. 그의 누나 김하진(대구 남명초 4) 선수도 두 달 전부터 동생을 따라 마라톤에 도전하고 있는데요. 남매의 이야기를 들으며 달리기의 맛을 더 깊게 알아볼까요. 이들을 가르치는 최정두 감독(대구남구육상연맹 회장)과 고영미 코치(대구남구육상연맹 사무국장)도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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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 나이로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김성군 선수는 2017년 8월 27일(당시 만 4세) '영동포도마라톤대회'서 10㎞를 완주, 이를 기점으로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이모이기도 한 고영미 코치와 함께 나갔던 마라톤인데요. 이모 손에 이끌려 첫 마라톤대회를 완주하며 마라톤의 맛을 깨달아 버렸다고 해요. 대구남구구민운동장에서 만나 사진 촬영을 위해 달리기 포즈를 부탁하자 성군이는 운동장 몇 바퀴를 뛰었습니다. 달리면 안 힘드냐며 달리는 이유를 묻자 성군이는 “힘들어요. 근데 그냥 뛰어요. 끝나고 나서 상 받는 게 기분 좋아요”라고 답했죠. 곁에서 지켜보던 최성두 감독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피었죠. "성군이가 지금까지 마라톤 대회를 63회 나갔는데요. 3㎞를 두 번 뛰었고 5㎞를 여덟 번, 10㎞를 52회 뛰었죠. 하프(21.0975㎞)는 한 번, 23㎞ 한 번 이렇게 뛰었고요." 최 감독은 성군이의 성적, 승부욕 등에 대한 자부심에 가득 차 있었죠. "우리 애가 왜 이렇게 잘 뛰는 건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한 방송서 어머니를 위해 뛴다고 해 집이 가난한 것처럼 나갔는데 그건 아니에요."(보호자) "자기 누나가 웅변대회서 상 타오니 그게 부러워 달리기로 메달 따면서 칭찬 받는데 맛 들린 거죠, 뭐."(고 코치) 성군이 가족이 추측하는 이유는 이런데요. 최 감독은 성군이의 유전자가 남다르다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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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이에는 빨리 앞으로 나가려고 상체를 앞으로 깊이 숙이고 달리는 선수들이 있거든요. 반듯한 자세로 달려야 오래 달릴 수 있죠. 제가 본 성군이는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반듯한 자세로 달리는 아이예요." 최 감독은 성군이의 달리기 자세, 마라톤 완주 태도 등을 그의 '육상 DNA' 이유로 꼽았습니다. "성군이가 한 마라톤서 완주를 하면서 배변을 한 일이 있어요. 중간에 화장실을 갈 수 있는데도 시간이 지체되니 안 간 거예요. 독한 거죠." 보호자가 전한 일화서 성군이의 달리기를 향한 집념을 추측할 수 있었는데요. "성군이는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좋아서 달리기를 하는 아이죠. 지금도 계속해서 뛰고 있잖아요. 그러고 나서도 울지도 않으니 육상 DNA를 가졌다고밖에는 볼 수 없죠."

김 남매 보호자(가운데)가 함께 포즈를 취해 보였다. 그는 김성군군이 행복하다면 달리는 일을 응원한다고 말한다. "'꼭 육상 선수가 되어라' 하는 생각은 없어요. 성군이가 하고 싶다면 하라고 응원하는 거죠." (고 보호자)

김 남매 보호자(가운데)가 함께 포즈를 취해 보였다. 그는 김성군군이 행복하다면 달리는 일을 응원한다고 말한다. "'꼭 육상 선수가 되어라' 하는 생각은 없어요. 성군이가 하고 싶다면 하라고 응원하는 거죠." (고 보호자)

마라톤 신동이라 불리는 김성군(오른쪽)군과 누나 김하진양이 대구남구구민운동장서 저마다 달리기 용품을 착용하고 달리기에 나섰다.

마라톤 신동이라 불리는 김성군(오른쪽)군과 누나 김하진양이 대구남구구민운동장서 저마다 달리기 용품을 착용하고 달리기에 나섰다.

김 남매가 서로 경쟁하듯 운동장을 달리고 있다.

김 남매가 서로 경쟁하듯 운동장을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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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군이는 11월 첫째 주 기준 총 62회 마라톤대회를 완주했는데요. 최 감독에 따르면, 일부 마라톤대회는 어린이의 참가가 어려워 어린이로는 성군이 혼자서만 달린 대회가 많습니다. 또, 성군이는 마라톤 명사가 돼 각종 마라톤대회서 초청을 받기도 한다는데요. "아이가 그런 걸 싫어하질 않아요. 몸에 풍선을 매달고 앞줄에 서서 사진을 촬영하는 건데 그런 걸 힘들어하는 기색 하나 없이 포즈를 잘 취하죠." 최 감독의 설명에 고 코치가 말을 덧붙였어요. "그런 것 때문에 달리기를 계속하는 거라 추측해요. 어머니·이모 등 가족 구성원이 입을 모아 칭찬하니 성군이로서는 자기가 잘하는 걸 계속하는 거죠. 누가 하라고 떠밀지도 않고 어른들은 새벽에 일어나야 하니 성군이가 '오늘 경기는 안 한다고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도 가끔 있거든요. 성군이는 단 한 번도 '가기 싫다'고 한 적이 없어요. 같이 힘들지만 기분은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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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하진이도 올해부터 마라톤대회를 시작했습니다. 첫 대회서 어린이부 2등을 했고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연습한 지 4~5개월 만에 벌써 전국대회 학생부서 상위권 성적을 얻잖아요. 동생 하는 걸 봐서 자극받았을 수도 있지만요. 전 이 남매에게 육상 DNA가 있다고 봐요." 최 감독이 자꾸 DNA를 강조하는 이유는요. 대한육상연맹에 따르면, 신체적 능력은 유전적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아이에게 있는 숨은 재능을 발견한다는 것은 큰일이에요. 청소년 여러 명 중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할 한 명을 찾는 셈이니까요. 재능을 확인하는 것과 발휘하는 건 또 다른데요. 재능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해도 그 선수가 속한 환경과 가족, 학교, 훈련 구조 등에 따라 능력 발휘 문제는 또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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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군군이 구민운동장 인근에 마련된 운동 구역서 다리 운동으로 몸을 예열하고 있다.

김성군군이 구민운동장 인근에 마련된 운동 구역서 다리 운동으로 몸을 예열하고 있다.

또한, 선수에 따라 환경의 변화 등으로 성적 변화가 생길 수 있고요.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영향의 발현 등으로 또 달라질 수 있어요. 경기력을 발휘하는 최적 연령도 개인마다 다르고요. 최고 수준의 선수들은 누구에게 배운 것이 아닌 자신만의 방식으로 최상의 경기력을 이끌어내는 경우가 많죠. 이는 불확실한 측면이라 정확한 예측 등은 어렵습니다. 재능을 발견하는 과정은 선수 개인의 잠재력을 끌어올리지만 훈련 방법에 따라 또 결과물은 달라질 수 있다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그러니 잠재능력 없이 함부로 '나도 신동이 되겠어' 하는 마음으로 힘든 마라톤대회부터 도전하는 건 위험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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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남매가 달리기 전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근육을 풀고 뛰어야 몸이 놀라지 않는다는 게 최성두 감독의 설명이다.

김 남매가 달리기 전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근육을 풀고 뛰어야 몸이 놀라지 않는다는 게 최성두 감독의 설명이다.

"지구력 등은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최 감독은 말을 이었어요. 태릉선수촌서 성군이가 검사받은 이야기도 공유했죠. "성군이의 달리기 자세, 근력, 순발력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했어요. 스피드 시험도 봤고요. 이 나잇대 선수가 없으니 중학생·고등학생에 비해 자료가 없잖아요. 그러니 검사한 건데요. 성군이가 초등학교 5학년생과 근력·순발력 등이 비슷하다고 결과가 나왔어요. 달리기로 건강에 무리가 간 것도 없었고요." 최 감독은 성군이가 최근 얻은 가장 좋은 성적을 공유했습니다. "올해 대전유성국화마라톤대회서 총 576명이 뛰었습니다. 성군이 성적이 놀라워요. 여자 선수로는 4등꼴이고요. 남자 선수로는 14등이에요. 물론 성인을 다 합친 순위죠. 어른들이랑 경쟁해 얻은 결과니 저는 성군이의 장래성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최 감독에 따르면, 성군이는 일주일에 이틀 남구구민운동장에 나와 20~30바퀴를 뜁니다. 9㎞를 훈련서 뛰는 셈이죠. "23㎞도 뛰는 아이인데요 뭐. 평소에 어른들이랑 같이 훈련하고요. 누가 하라고 하지 않아도 쉬지 않고 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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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후 운동장 잔디 위에 누운 김성군(왼쪽)·하진 남매.

달리기 후 운동장 잔디 위에 누운 김성군(왼쪽)·하진 남매.

최 감독이 달리기에 입문하는 이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두 가지예요. 첫째, 자세입니다. "네 발 달린 동물이 뛰거나 달릴 때 보면요. 앞발이 충격을 흡수해 밀어 위로 오릅니다. 그 자체를 '롤링(rolling)'이라고 부릅니다. 앞발로 착지도 하고요." 둘째는, 앞서 최 감독이 수차례 말한 '선천성'입니다. 타고나야 한다는 건데요. 선수로서 입문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니 실생활 운동을 해보려는 친구들은 첫째 항목인 자세를 잘 잡는 것에 집중하면 좋겠죠. 거창한 준비운동은 따로 필요하지 않다고 최 감독은 말해요. "평소 해둔 게 중요해요. 직전에 몸을 푸는 행위 정도야 할 수 있겠지만 대회 전 급격히 많은 훈련을 한다고 해서 성적이 좋아지는 건 아니죠. 오히려 몸을 다칠 가능성만 높아요. 제대로 된 자세, 적절한 훈련량으로 대비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운동장을 돌던 하진이는 기진맥진해졌어요. "힘든데 참고 뛰는 거예요. 이것만 끝나면 맛있는 것 먹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뛰어요."(하진) "힘든데 그냥 뛰어요. 끝나고 나면 기분이 좋아요."(성군)

최성두 대구남구육상연맹 회장이 조언하는 ‘달리기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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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식사는 경기 전 2시간 30분 전까지 끝내세요.
달리기 전 먹는 음식은 부드러운 게 좋아요. 제대로 소화하지 않으면 달리기를 하면서 음식물이 역류해 힘들어요. 중간에 화장실을 가면 기록을 내는 데도 방해가 될 수 있죠.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몸속은 깨끗하게 유지하세요.
2) 달리기는 바른 자세가 중요해요.
욕심이 난다고 상체를 앞으로 숙여 마구 달리는 선수가 있어요. 쉽게 지쳐 근육통이 올 수 있죠. 단거리는 어떨지 모르지만 마라톤 등 장거리 달리기에는 바른 자세가 중요해요. 상체를 곧게 세우고 무릎은 바닥을 튕기듯 움직이세요. 무릎 부상 방지에도 도움됩니다.
3) 속도보다 오래 달리는 걸 목표로 하세요.
달리기는 속도를 내는 경기가 아니에요. 단거리 경주 등에 나가는 경우와는 다르게 봐야 하죠. 오래달리기나 마라톤 등 장거리 경주는 초반에 속도를 올린다고 해서 좋을 게 없어요. 쉽게 떨어져 나가죠. 일정한 속도·호흡·자세로 뛴다면 신체에 무리가 덜 가고요.
4) 평소 러닝머신서 달리는 훈련을 하세요.
러닝머신서 뛰는 것보다는 야외서 훈련해야 현장 느낌을 더 낼 수 있긴 하지만요. 기계를 따라 일정한 속도로 뛰는 연습을 해두면 규칙적인 달리기에 도움이 됩니다.

김성군·하진 남매가 말하는 ‘마라톤 때 준비물’

[소년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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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헤어밴드
땀방울이 흐르면 시야를 가릴 수 있거든요. 헤어밴드를 깔끔하게 착용해 머리카락이 흘러내리는 것도 막고요. 땀방울이 눈 앞을 가리는 것도 막습니다.
2) 운동복
통풍이 잘되는 소재의 상·하의를 준비하세요. 마라톤을 하다 보면 땀이 비 오듯 흐르죠. 이때 땀이 옷에 스미면 감기에 걸릴 수도 있고요. 몸이 무거워 달리는 데 방해가 됩니다.
3) 운동화
평소 신었을 때 발에 상처가 잘 난다거나 쉽게 발이 저린 운동화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달리기는 발이 중요한 운동인데요. 발톱이 아프거나 발목이 상할 수 있으니 발에 알맞은 운동화를 준비하세요. 평소 신고 뛰어보면서 확인하고요.

고영미 대구남구육상연맹 코치가 말하는 ‘어린이 달리기의 좋은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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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건강 개선
김성군·하진 남매는 병원에 자주 가는 아이들이었죠. 달리기를 시작한 후 병원에 가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2) 자신감 상승
마라톤 성적만큼 학교 성적도 좋죠. 달리기를 하면서 ‘할 수 있다’ 같은 습관을 기르니 뭐든 잘할 수 있는 습관이 들었어요.
3) 수면 질 상승
성군이는 밤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아이였어요. 에너지가 많아 밤에도 잘 깨어 있었죠. 수면을 이루기 힘들어했던 게 달리기를 시작하고 나서 바뀌었어요. 베개에 머리만 닿아도 금세 잠이 들죠.

달리기를 시작하려는 학생이 주의해야 할 점

[소년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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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릎 부상
"달리기는 누구나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이에요. 하지만 바닥의 탄력을 이용하는 자세로 뛰지 않으면 무릎을 다치기 쉽죠. 반드시 발바닥이 바닥을 딛고 오르는 추진력을 이용하길 바라요."(고영미 코치)
2) 기록에 집착하지 않기
"생활운동으로서의 달리기에서 기록은 중요하지 않아요. 전문 마라토너가 아니라면 '제한시간 안에 얼마나 뛰겠다' 등의 무리한 목표는 세우지 말아요."(최정두 감독)
3) 운동이 내 몸에 맞는지 확인
"달리기에 최적화된 사람이 있어요. 그런 사람을 따라가겠다고 마구 달리면 건강에 해가 됩니다. 자기에게 맞는 운동인지 확인하고 차차 훈련량을 늘리면서 운동에 몸을 적응하도록 하길 바라요."(최정두 감독)

학생기자 취재 후기

[소년중앙]

[소년중앙]

김가영(경기도 신봉초 5) 학생기자
얼마 전부터 아빠를 따라 마라톤대회 준비를 시작했어요. 내년까지 마라톤 10㎞ 완주를 목표로 하고 있었죠. 이번 취재는 조금 특별한 취재였어요. 가족들과 함께한 취재였기 때문이에요. 그날 저희는 평소 마라톤 운동법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저도 잘 몰랐던 아빠의 운동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아빠와 하는 취재다 보니 사진 찍는 게 조금 어색했지만요. 빨리 마라톤을 뛰고 싶네요.

글=강민혜 기자 kang.minhye@joongang.co.kr, 사진=이승연(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김가영(경기도 신봉초 5) 학생기자, 도움말=대한육상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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