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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김세연 불출마…물갈이 방아쇠 당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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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세연 부산 3선. [연합뉴스]

김세연 부산 3선. [연합뉴스]

17일 오전 11시30분, 국회 정론관이 술렁였다. 단상엔 김세연(47·3선·부산 금정) 자유한국당 의원이 섰다. 당 지도부에도 알리지 않은 깜짝 회견이었다.

여야 중량급 인사 깜짝퇴진 충격 #임 “정치 떠나겠다” 은퇴 선언 #김 “한국당은 존재 자체가 민폐”

“저는 오늘 제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합니다.”

김 의원은 이날 “정파 간의 극단적인 대립구조 속에 있으면서 ‘실망-좌절-혐오-경멸’로 이어지는 정치 혐오증에 끊임없이 시달려왔음을 고백한다”면서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런 뒤 한국당의 ‘완전 해체’를 주장하고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에겐 “다같이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창조를 위해서는 먼저 파괴가 필요하다”며 소속 의원 전원 불출마도 촉구했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 [연합뉴스]

임종석 전 비서실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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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낮 12시10분쯤 임종석(53)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 40분 뒤였다. 임 전 실장은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마음먹은 대로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며 “다시 통일 운동에 매진하고 싶다”고 밝혔다.

임 전 실장 역시 여권 지도부와 논의를 거치지 않고 전격 불출마를 발표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임 전 실장의 불출마 결정과 관련해 “학생운동을 할 때도 홍길동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더니…”라면서 당혹해 했다. 임 전 실장은 여권의 주요한 전략자원으로 꼽히던 핵심 인사다. 내년 총선에선 서울 종로나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동작을 투입설이 돌던 터였다.

임 전 실장과 김 의원이 갖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이들의 ‘용퇴’는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란 분석이다. 친문, 86그룹 의원(민주당)과 친박, 영남·강남 의원들(한국당)에 용퇴 압박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① 왜 불출마 선언했나=두 사람의 메시지는 온도 차가 있다. 김 의원은 ‘지도부 용퇴’ ‘의원 전원사퇴’ ‘당 해체’ 같은 고강도 쇄신 요구를 담았다. 실제로 의원 전원 불출마로 번질지는 미지수지만 김 의원이 영남권 3선이기 때문에 당장 영남권으로 물갈이론은 확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당내 분위기다.

최근 소장인사·초선 위주 불출마 “악화가 아닌 양화만 구축 당해”

이 경우 “영남권 출마를 추진 중인 홍준표 전 대표나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김태호 전 의원 등의 수도권 험지 출마론은 커질 것”(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의원)이란 분석이다.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보수통합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한다. 그가 촉구한 ‘당 해체론’은 바른미래당 유승민계의 요구와도 맥락이 닿아 있다. 반면에 임 전 실장은 정치적 메시지를 담지 않았다. 하지만 민주당 내 86그룹의 상징적 인사라는 점에서 본인 뜻과는 상관없이 세대교체론을 촉발시킬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에서 불출마 ‘트리거’를 당긴 이철희 의원도 이미 “86세대가 2000년께부터 국회에 들어와 얼추 20년은 했다. 이제 물러나면 좋겠다”고 세대교체론을 촉발한 상태다.

② 물갈이 폭, 어디까지=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마치 경쟁하듯 용퇴 인사가 한날 동시에 나오면서 물갈이 경쟁도 막이 올랐다는 평가다. 민주당엔 이미 불출마 그룹이 상당수다. 7선의 이해찬 대표와 초선 비례대표 이철희·표창원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불출마로 당에선 본다. 초선 김성수·서형수·제윤경 의원 등 주변에 불출마 의사를 밝힌 의원이 10명을 넘는다. 반면에 한국당은 김세연 의원과 부산 6선 김무성 의원, 초선 유민봉 의원, 경남 재선 김성찬 의원 등 네 명뿐이다. 한국당 당직자는 “70년대생 40대 김세연 의원이 저런 선택을 했는데 과연 영남권 중진들이 자리를 펼 수 있겠냐”며 “일부는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③ 인적 쇄신인가, 양화가 구축당하나=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이해찬·유인태 의원 같은 중진과 정청래·김현 전 의원 등의 친문계를 다수 물갈이하곤 빈 자리엔 신진 인사를 영입해 123석을 얻어 승리했다. 총선에서 이처럼 ‘현역 불출마’ 및 ‘세대교체’는 승리 방정식 중 하나였다. 하지만 최근 불출마 선언의 대부분이 경쟁력이 있다는 소장 인사나 초선을 중심으로 나오면서 ‘악화(惡貨)가 아닌 양화(良貨)만 구축(驅逐)당한다’는 말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여권에서는 86 운동권 및 중진 그룹에, 야권에선 60대·법조인·관료 그룹에 쇄신 압박이 거세어질 것”이라며 “양측 모두 청년세대 수혈에 힘을 기울여야‘악화’만 남는 꼴을 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운·윤성민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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