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자녀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불법 투자 사건 등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을 한두 차례 더 조사하고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할 전망이다. 지난달 31일 구속된 조 전 장관의 동생 조모(52)씨는 오는 18일 재판에 넘겨진다. 조씨는 최근 우울증을 호소하며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향후 보석 신청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8시간 일절 답변 안 한 조국…추가 조사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고형곤)는 조 전 장관을 추가로 소환 조사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한다. 지난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처음 조사받은 조 전 장관은 이름과 나이, 직업 등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마친 뒤 8시간 동안 모든 질문에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진술거부권은 검사의 질문에 답하지 않는 피의자의 권리다.
그러나 검찰은 ▶부인 차명투자 관여 ▶딸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수령 ▶자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증명서 허위발급 ▶웅동학원 위장소송·채용비리 ▶사모펀드 운용현황보고서 허위 작성 ▶서울 방배동 자택 PC 증거인멸 등 의혹 규명을 위해 추가 소환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 전 장관이 받는 혐의가 방대함에 따라 당초에는 조 전 장관이 수차례에 걸쳐 추가 소환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이 진술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확고히 함에 따라 조사 기간이 다소 짧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4일 첫 조사를 받은 직후 변호인단을 통해 “일일이 답변하고 해명하는 것이 구차하고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법정에서 모든 것에 대하여 시시비비를 가려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서울대 연구실 압수수색과 계좌 추적, 자녀와 주변 인물들에 대한 조사를 토대로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은 통상 피의자를 재판에 넘겼을 때 실형 선고 가능성이 있는 경우 구속영장을 청구한다.
조국 동생, 기소 후 보석신청 검토
또 검찰은 조 전 장관의 동생 조모(52)씨를 오는 18일 구속기소할 방침이다. 조씨 측은 17일 “기소 이후 보석 신청을 검토 중”이라며 “구치소 수감 이후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못해 건강이 악화됐고, 이에 따라 외부 진료 필요성이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통상 생명이 위중할 정도로 엄중한 경우 외에는 보석 신청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만큼 ‘외부 진료 필요성’ 입증을 주력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씨는 검찰 수사 이후 숱하게 건강상 문제를 호소해왔다. 구속영장심사에서는 후종인대골화증(척추의 후종인대가 뼈처럼 비정상적으로 단단해지는 질환)을 언급하며 의사 소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수감 이후에는 우울증 등으로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있고 폐소공포증 증세도 보이는 상황이라고 한다.
조씨는 ▶자신이 사무국장으로 일한 웅동학원을 상대로 위장소송을 벌여 100억원대 손해를 입히고 위장이혼으로 강제집행을 피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강제집행면탈) ▶웅동학원 사회 교사 지원자 2명에게 2억1000만원을 받고 시험문제와 답을 알려준 혐의(배임수재·업무방해) ▶채용비리 브로커에게 증거인멸과 해외도피를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범인도피)로 지난달 31일 구속됐다. 지난 8월말 이번 수사가 시작된 이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지는 조 전 장관 일가는 5촌 조카 조범동(36)씨와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에 이어 동생 조씨가 세번째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