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물러났지만, 볼리비아의 혼돈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연일 이어지는 모랄레스 지지 시위대와 이를 진압하는 경찰과의 충돌에서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다.
볼리비아 관리들은 코차밤바 인근의 사카바에서 15일(이하 현지시간) 8명의 시위 대원이 경찰의 총격으로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농촌 원주민을 주축으로한 수천 명의 시위대는 이날 오전 사카바에 모여 시위를 했으나 이후 코차밤바시로 이동하려고 하면서 경찰과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해 사상자가 발생했다.
현지 병원 원장 과달베르토 라라는 75명이 부상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하며 지난 30년간 자신이 목격한 최악의 폭력 사태라고 말했다.
분노한 희생자들의 유가족 등은 총격 현장에 모여 "이제는 내전이다"라고 외치며 격렬히 항의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멕시코로 망명한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대학살(massacre)이 발생했다"며 현재 볼리비아의 임시 정부를 독재정권이라 비난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퇴진 후 볼리비아에서는 자니네 아녜스를 임시 대통령으로 하는 임시 정부가 출범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사퇴하기 전에도 반 모랄레스 시위대 최소 13명이 수주일에 걸친 시위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었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사태가 악화하자 16일 성명을 발표하고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사임) 이전에는 사망자 대부분이 시위대 간 폭력 충돌로 발생했지만, 그 이후에는 경찰과 군의 불필요한 공권력 사용의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군과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사용이 이 나라를 통제 불능의 상태로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볼리비아는 극도로 분노한, 서로 다른 정치적 성향의 국민이 대립하며 분열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국의 강압적인 행동은 분노를 더욱 부추겨 대화를 불가능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변선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