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일관계 뱃머리 솟기 시작, 전진하려면 시동걸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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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韓 50억달러, 日엔 80억달러…美 방위비 압박 "관계는 변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50억 달러에 요구에 대한 미국 조야 비판이 나왔지만 트럼프 행정부 반응은 요지부동이었다. 국무부 고위 관리는 "지역 안보 역학이 바뀌면서 (한·미) 관계도 변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게도 올해 4~5배인 80억~90억 달러를 주일미군 분담금을 요구하고 있지만 5개년 합의가 종료되는 2021년 3월 협상 대상이다. 당장 한국만 18~19일 서울에서 열리는 분담금 협정(SMA) 3차 협상과 22일 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 겹악재가 닥친 상황이다.

"지소미아 종료의 유일한 승자는 북·중·러" #스틸웰-이수혁 주미대사 만나 '유지' 촉구 #"50억 달러로 동맹 훼손" 비판에 요지부동 #"한미관계 균형, 자존심 지키도록 하는 것" #한국 방위비 협상은 일본·독일에 시험대 #FP "일본에도 현재 4배인 80억 달러 내라"

국무부 고위 관리는 15일(현지시간) 한·중·일 순방 결과 브리핑에서 한·일 군사정보공유협정(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일 안보협력의 결정적 가치를 강조했다"며 "북한의 유일한 승자는 평양, 모스크바와 베이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고위 관리들에 지소미아의 집단안보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협정을 종료하지 말라고 했다"며 "미국이 핵심 두 동맹국 사이를 중재하진 않더라도 한·일이 긴장을 완화하고 창의적 해결책을 찾도록 계속 촉구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지소미아를 22일 종료할 입장인데 움직임이 있느냐는 질문엔 "한국의 강제징용 결정(배상 판결)과 그에 대한 여러 대응으로 시작된 양자 문제지만 가장 최근 미국이 관련된 것이 지소미아"라며 "우리가 중간에 중재하는 것은 우리의 이익도, 양국의 이익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일관계는 해군 비유법을 쓰면 오랫동안 뱃머리가 기울기만 하다가 솟기 시작하고 있다. 한국 총리의 일왕 즉위식 참석으로 시작해 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이 웃는 사진도 공개됐다"며 "정말 필요한 일은 관계가 다시 앞으로 나아가도록 시동을 거는 것(kickstart)"이라고 했다. 지소미아 유지가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태 차관보는 이날 이수혁 신임 대사를 만나 "한국이 당면한 지소미아부터 유지해달라"고 촉구했다고 한다. 이 대사는 "일본이 무역보복을 철회하도록 미국이 건설적 역할을 해달라"는 우리 정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위 소식통은 "일본이 화이트 국가(무역우대국) 제외 조치와 관련 뭔가 변화의 신호를 보여줘야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고 했다.

국무부 고위 관리는 충실한 동맹 한국에 대한 500%로 방위비를 증액을 요구하는 게 선의의 행동이냐는 질문에 "이 행정부가 줄곧 지적한 요점은 북한과 다른 안보위험이 연관된 지역 안보 역학이 바뀌면서 관계도 변한다는 점"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양국이 업무량과 재정 부담을 공평하게 하기 위해 SMA를 계속 재검토한다"며 "협상 세부사항과 검토 중인 수치를 밝히는 것은 극도로 바보짓이지만, 부담을 나누는 것이 양국의 이익이며, 한·미 관계의 균형과 자존심, 존경심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레이스 멍 "동맹 한국에 5배 갈취는 역풍, 5년 협정 맺어야" 

방위비 50억 달러 요구에 대해선 미국 조야에서 동맹관계 훼손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한국계 치과의사가 남편인 그레이스 멍 민주당 하원의원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국방장관에 15일 공개서한을 보내 "한미동맹은 한반도와 지역 전체의 평화와 안보의 토대"라며 "이런 공격적인 협상은 그 가치를 과소평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의의 협상을 통해 기존처럼 5개년 협정을 맺으라"고 촉구했다.

그는 트위터에도 "트럼프 대통령 단독으로 미 국가안보와 국제관계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며 "우리 한국 동맹에 군사비용 분담금 5배를 갈취하는 것은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적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15일 미 의회에서 열린 아시아정책연구소(NBR) 세미나 발표를 통해 "한국은 안보의 무임승차자가 아니다"라며 "한국은 2012~16년 미국 기업들에서 200억 달러어치 군사장비를 구매했고, 세계 최대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 건설 비용 100억 달러를 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회가 2020년 국방수권법안에 주한미군 현 수준 2만 8500명 이하 감축할 경우 예산을 쓸 수 없도록 해야 한다"라며 "미 국방부가 순환근무 주기가 만료될 때 새 전투여단을 파견하지 않는 방식으로 즉시 5000명을 감축하고 전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기 때문에 순환배치를 계속하도록 명시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한국에 대한 무리한 요구는 향후 일본과 독일과 분담금 협상을 위한 시험대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매슈 포틴저 아시아담당 보좌관이 지난 7월 일본 방문 당시 주일미군 5만 4000명에 대한 분담금으로 현재 4배 수준인 80억 달러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16일 일본 방위성 관리들을 인용해 "미국의 요구는 2019년 분담금 18억 달러의 5배(90억 달러)"라고 전했다. 미·일 분담금 협정은 5년 합의로 기존 협정은 2021년 3월 만료하기 때문에 미·일 협상은 내년 봄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아시아 동맹국에 대한 이런 요구는 과도한 액수뿐만 아니라 요구 방식이 가장 가까운 동맹들에 반미주의를 촉발할 수 있다"며 "동맹을 약화하면, 억지력과 미군 주둔을 축소할 가능성이 있으며 북한, 중국과 러시아를 이롭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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