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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 살해' 주범 못잡은 檢 "책임회피" 공범 무기징역 구형

중앙일보

입력

주범은 조폭 부두목…반년째 도피중

50대 부동산업자에 대한 납치살인 공범 중 1명이 지난 5월 20일 사체 유기장소인 주차장에 가기 전 용의 차량(빨간색 원)에서 내린 모습. [뉴시스]

50대 부동산업자에 대한 납치살인 공범 중 1명이 지난 5월 20일 사체 유기장소인 주차장에 가기 전 용의 차량(빨간색 원)에서 내린 모습. [뉴시스]

“주범이 소재 불명인 상태에서 피고인들이 책임 회피성 진술만 하고 있다.”

[사건추적] #검찰, 납치·살해 공범 2명 “엄벌 요청” #‘6개월 도주’ 조폭 부두목의 하수인들 #A씨 도피·B씨 사망…사건경위 ‘깜깜’

지난 14일 의정부지법에서 열린 ‘사업가 납치·살해 사건’ 관련 결심공판. 검찰은 공범인 김모(65)·홍모(61)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주범인 국제PJ파 부두목 A씨(60)가 행방을 감춘 상태에서 피고인들이 서로 유리한 진술만 거듭하고 있다는 취지에서다. 아울러 검찰은 김씨를 상대로 20년간 전자발찌 부착도 청구했다.

김씨 등은 부두목 A씨와 함께 지난 5월 20일 광주광역시에서 사업가인 B씨(58)를 납치한 뒤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자 B씨는 지난 5월 19일 “A씨를 만나러 간다”며 광주로 갔다가 사흘 후 경기 양주시청 인근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5월 조폭 부두목을 만나러 간 사업가가 살해된 지 6개월째로 접어들었지만 정확한 사건 경위조차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수사기관이 사건 직후 공범 2명을 검거하고도 범행을 주도한 A씨는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주범 A씨는 범행 직후인 지난 5월 23일 “광주경찰에 자수하겠다”고 밝힌 뒤 잠적한 상태다. 그는 과거에도 자가용이나 신용카드 대신 대중교통과 현금만 쓰는 식으로 장기적인 도주 행각을 해왔다.

국제PJ파 부두목인 A씨가 2006년 11월 광주광역시에서 발생한 건설사주 납치 사건 5개월 만에 검거될 당시 모습. [연합뉴스]

국제PJ파 부두목인 A씨가 2006년 11월 광주광역시에서 발생한 건설사주 납치 사건 5개월 만에 검거될 당시 모습. [연합뉴스]

검찰, "책임회피만 한다"…중형 구형

검찰이 이날 중형을 구형한 것은 A씨 미검거 등으로 인해 B씨 사망사건의 전말이 밝혀지지 않고 있어서다. A씨 하수인인 김씨 등 역시 경찰에 붙잡힌 후 범행 경위와 A씨 행방 등에 대해 입을 닫은 상태다. 이들은 검거 후 “나이 어린 B씨가 반말을 해 때렸는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며 우발적 범행임을 줄곧 주장해왔다.

김씨는 이날 최후진술에서도 “우리가 잘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B씨를 살해할 이유도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A씨에게) 술이나 한잔 얻어먹으려고 광주까지 따라 내려갔는데 이런 일에 휘말렸다”고 주장했다.
홍씨는 “유가족에게 죄송하고, 평생 속죄하면서 반성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이들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은 12월 12일 오전 10시 의정부지법에서 열린다.

사건 당일 김씨 등은 A씨의 친동생이 빌려온 차량에 B씨를 태워 광주에서 서울로 향했다. 검찰은 이들이 노래방에서 술을 마시던 중 투자 문제로 언쟁하다 폭행 등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양주 시내에 주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된 B씨의 온몸에서는 구타 흔적이 발견됐다.

도피 장기화…공범들 유서 쓴 이유는?

공범인 김씨 등이 검거될 당시의 상황도 여전히 의문이 남는 부분이다. 이들은 범행 사흘 뒤인 5월 22일 시신을 유기한 장소 인근 모텔에서 의식을 잃은 상태로 검거됐다.

발견 당시 스스로 수면유도제를 복용한 이들은 범행을 시인하는 내용과 가족에게 전하는 말이 담긴 유서를 남기기도 했다. 검찰은 이들을 강도살인과 시체유기, 감금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광주광역시·의정부=최경호·최모란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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