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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해결점 보이지 않아" 홍콩 거주 학자가 밝힌 홍콩의 '현재'

중앙일보

입력

15일 오후 홍콩 센트럴에서 직장인들이 나흘째 ’함께 점심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경찰의 폭력 진압을 규탄했다. 신경진 기자

15일 오후 홍콩 센트럴에서 직장인들이 나흘째 ’함께 점심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경찰의 폭력 진압을 규탄했다. 신경진 기자

“홍콩 시위를 바라보며 가장 염려스러운 점은 갈등의 해결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15일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홍지연 홍콩과학기술대 사회과학부 교수의 말이다.

‘홍콩의 반송법 시위-현장에서의 다양한 관점’을 주제로 열린 포럼의 발표자로 나선 홍 교수는 “홍콩 시민들 사이에서도, 그리고 홍콩인과 중국 본토인 사이에서도 시위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 나뉘어져 있다”며 “시위대의 시위 방식과 경찰의 대응 방식이 모두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어 단기적인 예측은 물론 장기적으로 진단하는 것도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홍콩인, '제도권 정치, 희망 없다' 깨달아"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홍콩의 반송법 시위-현장에서의 다양한 관점'을 주제로 열린 남영동 민주주의 포럼에서 홍지연 홍콩과학기술대 사회과학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홍콩의 반송법 시위-현장에서의 다양한 관점'을 주제로 열린 남영동 민주주의 포럼에서 홍지연 홍콩과학기술대 사회과학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 교수는 이번 홍콩 시위가 2014년 있었던 홍콩의 우산 혁명과는 다른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홍콩 우산 혁명 때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긴 했지만, 도로를 점거한 텐트 시위 등 동선을 예측할 수 있는 시위 양상을 띠었고 폭력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번 시위는 ‘평화롭지만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한’ 우산혁명을 반면교사라도 삼은 듯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산발적 집회가 이어지고 있으며, 홍콩 경찰과 정부의 강한 제재에도 오히려 더 결집하고 확산하는 모양새다. 홍콩 경찰들과 친중파로 여겨지는 용역들의 시위대 폭행은 그 강도가 점점 더 세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80일이 넘는 기간 동안 홍콩 민주화 시위가 지속될 수 있는 동력 중 하나로 홍 교수는 “제도권 정치에서 희망이 없다는 것을 홍콩인들이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산혁명 이후 제도권 정치 안에서 변화를 만들어보려 했던 젊은 정치인들은 2016~2017년 반중 발언을 했다는 이유 같은 것 때문에 결국 모두 의원 자격을 박탈당했다. 홍 교수는 “정부가 홍콩 자치가 아닌 ‘중국 대변인’으로 전락했다는 인식이 홍콩 사람들에게 생겼다"고 밝혔다.

"중국, 홍콩 시위 배후로 '서방 국가' 꼽아" 

반면 중국인들이 홍콩 시위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홍콩이 ‘민주화’가 아닌 ‘중국 분열’을 위해 시위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일부 홍콩 시위대가 ‘중국에 대적할 만한 국가는 미국 뿐’이라는 생각으로 성조기를 들고 나왔는데, 이를 두고 중국 정부와 언론들은 홍콩 시위의 배후에 서방 국가들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 교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서구의 개입이 홍콩 사태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중국의 주요 언론에 더 자주 보도되고 있는데, 시위가 지속된다면 향후 중국의 외교 방향이 ‘매파(hawks)’로 갈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매파란 외교정책에서 ‘강경론자’를 뜻하는 표현으로, 온건파나 평화주의자를 일컫는 ‘비둘기파(Doves)’의 반대말이다.

"'중국=야만' 비난만 하면 문제 해결 안 돼" 

11일 오후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이 서울 안암동 고려대 정경대학 후문 게시판에 부착한 대자보가 훼손됐다. 찢긴 대자보는 인근 쓰레기통에서 조각난 채 발견됐다.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 캡처]

11일 오후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이 서울 안암동 고려대 정경대학 후문 게시판에 부착한 대자보가 훼손됐다. 찢긴 대자보는 인근 쓰레기통에서 조각난 채 발견됐다.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 캡처]

이날 포럼에 토론자로 참석한 장정아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는 “중국 정부는 홍콩 시위에 대해 ‘중국 분열을 지지하는 시위이며, 전 세계가 중국의 분열을 원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씌웠다”며 “애국심이 높은 중국인들이 감정적으로 동조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 교수는 “홍콩 사태에 대해 마냥 중국만 비난하는 것도 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안이한 답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중국은 야만’이라며 비난만 하면 서로 도저히 대화를 할 수가 없는데, 다음 걸음을 내딛기 위해서는 ‘이제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토론하고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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