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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장 성접대' 의혹 윤중천, 성범죄 무죄…사기·공갈미수 실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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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58)씨. 15일 1심에서 징역 4년 6월이 선고됐다. [뉴스1]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58)씨. 15일 1심에서 징역 4년 6월이 선고됐다. [뉴스1]

김학의(64) 전 법무부 차관을 별장에서 성접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재판에 넘겨진 건설업자 윤중천(56)씨가 1심에서 모든 성범죄 혐의에 대해 면소 또는 공소기각을 선고받았다. 윤씨는 성범죄로는 처벌받지 않는다.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윤씨의 사기와 공갈미수 혐의 등을 인정해 실형을 선고했다.

강제 성관계가 김학의 뇌물, "납득 어렵다" 

김 전 차관의 성접대 뇌물 혐의와 윤씨의 성범죄 혐의가 연관이 있는 만큼 김 전 차관 사건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손동환)는 강간치상,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씨에게 징역 총 5년 6월과 추징금 14억 8730만원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무죄 이유를 밝히는 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윤씨가 김 전 차관이 피해자 A씨와 강제로 성관계로 맺게 했다며 강간 혐의를 적용했으면서 같은 상황을 김 전 차관 케이스에선 뇌물 제공으로 기소한 점을 문제삼았다. 재판부는 "윤씨가 강간을 하면서 김 전 차관에게는 뇌물을 제공한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윤씨가 김 전 차관이 A씨와 강제로 성관계를 맺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런 검찰이 김 전 차관의 공소장에는 A씨를 뇌물 성격의 성접대 여성으로 기재했다는 점을 재판부가 지적한 것이다.

檢 발목 잡은 공소시효…法 "증명 안돼"

강간 등 윤씨의 성범죄 혐의가 공소기각 된 결정적 이유는 공소시효다. 공소시효에 대한 우려는 김 전 차관에 대한 수사 착수 때부터 제기돼왔다. 강간치상의 공소시효가 10년에서 15년으로 늘어난 건 2007년 12월 22일로, 이날 이전 범죄는 공소시효가 10년으로 적용된다. A씨가 강간으로 상해를 입었다는 시점이 2007년 12월 22일 이후인지가 재판의 쟁점이었다.

검찰은 윤씨가 이른바 ‘별장 동영상’ 속 여성이라고 주장하는 A씨를 2006년 여름부터 2007년 11월까지 세 차례 강간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입게 했다고 주장했다. A씨에 대한 마지막 강간이 있었던 시점이 2007년, A씨가 PTSD 진단을 받은 건 2013년 12월 20일이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PTSD가 법 개정 이전에 발생했다는 점에 관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뇌물수수 및 성접대 혐의를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5월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김 전 차관은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뉴시스]

뇌물수수 및 성접대 혐의를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5월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김 전 차관은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뉴시스]

재판부는 A씨가 실제 강간을 당했다는 것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윤씨가 A씨의 동생 계좌로 몇 차례에 걸쳐 총 250만원을 송금했고, 역삼동 오피스텔을 마련해 준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일정한 대가 관계가 아닌지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A씨가 주장하는 성관계 동영상이 실제 존재하는지도 의심 된다”고 덧붙였다. 검찰도 이른바 ‘김학의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이 A씨가 아닌 유흥업소 접대부라고 판단한 바 있다.

사기로 4년6월…'별건' 비판도

윤씨에게 실형이 선고된 건 성범죄가 아닌 다른 혐의 때문이다. 윤씨는 2011~2012년 부동산 개발사업비 명목으로 옛 내연녀인 권모씨에게 빌린 21억 6000만원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사기 등)가 인정됐다. 또 재판부는 골프장 인허가를 받아주겠다며 부동산개발업체로부터 회삿돈 14억8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 역시 유죄로 판단했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재판 막바지에 검찰 수사를 지적했다. 재판부는 “검찰은 2013년 수사 때 성접대를 뇌물로 판단하지 않고 불기소 처분했다가 5년이 지난 뒤에야 성접대를 뇌물죄로 구성했다”며 “윤씨의 뇌물 공여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나버렸다. 2013년 검찰이 적절하게 형사권을 행사했다면 윤씨는 그때 법정에 섰을 것이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가 김 전 차관의 원주 별장 성접대 의혹으로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별건 수사라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수사의 단초가 된 윤씨의 별장 내 성범죄 의혹과 관련해서는 모두 처벌을 피하게 됐기 때문이다.

여성단체 "한국 여성 상황 고려 안 됐다" 

한편 여성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고미경 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재판부가) 사실상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처해있는 상황은 전혀 고려도 하지 않았고, 성폭력에 대해서도 제대로 판결하지 않았다”며 “피해자와 함께 이 사건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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