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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 화재 피해자 "소방차 오고 알았다···창에 코 대고 버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5일 서울 서초동 진흥종합상가에 불이 나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뉴스1]

15일 서울 서초동 진흥종합상가에 불이 나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뉴스1]

15일 오후 서울 서초동 강남역 인근 진흥종합상가에서는 불이 난지 1시간이 지났는데도 자욱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500m정도 떨어진 지하철 강남역에서도 뿌연 연기를 볼 수 있었다.

인근을 지나는 시민들은 급하게 코와 입을 가렸다. 경찰은 건물 주변을 출입 제한 테이프로 막고 구경하는 시민들을 통제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날 소방당국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진흥종합상가에서 오후 1시 23분쯤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건물 지하 1층의 자재 창고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하 1층에는 떡집과 식당 등 8개 점포가 자리 잡고 있다.

연기가 건물 내부에 퍼지면서 3층에서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던 시민 주모(40)씨가 미끄러지면서 소방대원 서모(41)씨와 함께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박철우 서초소방서 소방행정과장은 “비가 오던 상황이라 사다리가 미끄러웠다”며 “두 사람이 허리 통증을 호소해 침대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지만 생명이 위험한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부상자들은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화재 발생 당시 2층에 있었다는 이모(72)씨는 “불이 났는지 감도 못 잡았다”며 “큰 소리가 난다든지 하는 어떤 징후도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씨는 “소방차가 우리 건물 앞에 멈추기에 그때야 불이 난 줄 알았다”며 “뭔가 이상해서 복도로 나오니 연기가 올라오더라. 사다리를 타고 허겁지겁 대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분 정도 연기를 마셨는데 도저히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당시에는 실신하는 줄 알았다”며 “창에다 코를 대고 버텼다. 목이 지금까지 아프기는 하지만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아서 병원에는 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화재 신고 약 2시간 후 큰 불길이 잡혔지만 건물 내부가 워낙 복잡한 탓에 연기가 빠져나오지 않아 내부 수색에 난항을 겪었다. 건물 1층에 있다가 바로 대피했다는 시민은 "연기가 사라지는 것 같다가도 또 나온다"며 혀를 내둘렀다.

불은 오후 4시 29분 완전히 진압됐다. 소방당국은 2분 뒤 긴급대응 단계를 해제했다.

1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진흥종합상가에서 발생한 화재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진흥종합상가에서 발생한 화재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스프링클러 없어도 불법 아냐 

이 건물은 1979년 8월 지어졌다. 이 때문에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상가가 아니다.

박 소방행정과장은 "스프링클러가 없었다고 해도 이 건물은 불법으로 볼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며 "화재가 발생하고 바로 비상벨이 작동한 것으로 보아 다른 소방시설에는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장비 67대와 인력 300명을 현장에 투입했다. 서울시도 “진흥종합상가 점포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니 이 지역을 우회해 주시고 인근 주민은 안전사고 발생에 유의 바란다”는 안전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강남역 인근 교통 마비

화재로 인해 강남역 사거리에서 교대역 사거리로 향하는 일부 도로가 통제되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타다 드라이버 김모(33)씨는 "금요일 저녁은 안 그래도 막히는데 주변 통행금지인 줄 모르고 들어갔다가 엄청 고생했다"며 "지금은 드라이버끼리 연락하면서 강남역 주변을 피해가라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역 인근에서 근무하는 정모(27)씨는 "회사 건너편 건물에 소방차가 수십 대씩 와서 정말 놀랐다"며 "지하철 타고 집에 가야 할 것 같다. 금요일은 일찍 끝나는 회사가 많아 강남역 주변이 난리일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추후 정밀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과 재산피해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이가영·남궁민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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