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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기업회장을 장군 대접…오픈카 태워 병사 사열한 30사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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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 12일 제30 기계화보병사단 연병장에서 열린 국기게양식에서 방성대 사단장과 우오현 명예사단장이 차량에 탑승해 장병들을 사열 하고 있다. [국방일보 홈페이지 캡처]

지난 12일 제30 기계화보병사단 연병장에서 열린 국기게양식에서 방성대 사단장과 우오현 명예사단장이 차량에 탑승해 장병들을 사열 하고 있다. [국방일보 홈페이지 캡처]

육군 부대가 ‘명예 사단장’인 민간인을 오픈카에 태운 뒤 장병을 사열토록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부대는 후원자인 해당 민간인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행사라고 밝혔지만, 과도한 예우라는 비판이 군 내부에서 일고 있다.

별둘 모자…훈령에 없는 명예소장 #30사단 측 “후원자에 감사의 뜻” #육군 “부적절한 부분 대책 만들 것”

13일 육군에 따르면 12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에 주둔하고 있는 제30 기계화보병사단 국기 게양식에 SM그룹의 우오현 회장이 초청됐다. 한미동맹 친선협회 고문을 맡은 우 회장은 이 사단의 ‘명예 사단장’ 직함도 있다. 이날 행사는 그가 명예 사단장으로 위촉된 지 1년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우 회장은 30사단장과 함께 연병장 사열대에 올랐다. 그는 전투복 차림에 별 2개가 박힌 베레모를 썼다. 30사단 측은 ‘명예 사단장 위촉 1주년을 축하드립니다’라고 쓴 플래카드를 걸었다.

우 회장은 장병의 경례를 받았다. 또 육군의 ‘최정예 300 워리어’로 뽑힌 장병과 지휘검열·클린신고 유공자들에 대한 표창장을 명예 사단장 자격으로 줬다. 그는 “준비 태세에 만전을 기해 달라”는 내용의 훈시도 했다. 그리고 30사단장과 함께 나란히 오픈카에 오른 뒤 연병장에 선 장병을 사열했다.

한미동맹 친선협회는 그동안 30사단에 위문품과 위문금을 지원했고, 화장실 보수공사 지원 등 병영시설 개선 사업도 도왔다고 30사단 측은 설명했다.

우 회장의 사열 소식은 국방부 국방홍보원이 발행하는 일간지인 국방일보를 통해 이날 전해졌다. 그러자 “군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행사”라는 군내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육군 관계자는 14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일부 부적절한 부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육군에 따르면 현행 규정상 민간인은 장성 군복과 계급장을 착용할 수 없다. 군 관계자는 “이국종 아주대 교수의 경우 명예 해군 중령으로 임관해서 군복을 공식 행사 때 입을 수 있다”며 “우 회장은 육군 차원에서 명예 소장을 준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인의 명예 군인 위촉 훈령’에 따르면 명예 군인의 계급은 명예 하사로부터 명예 대령까지만 가능하다. 또 오픈카는 야전 부대가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행사를 위해 상급 부대에서 빌렸을 가능성이 있다. 30사단 측은 “행사를 위한 별도의 병력 동원이나 지원은 없었다”고 강조했지만, 오픈카를 어디서 마련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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