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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필 첫 한국인 정식단원 탄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비올리스트 박경민

비올리스트 박경민

비올라 연주자 박경민(29·사진)은 이달 1일 베를린필의 정식 단원이 됐다. 한국인 최초다. 수습 단원으로 들어간 사람은 있었지만 단원 투표를 통과해 정단원이 된 경우는 없었다. 박경민은 3분의 2 이상 찬성표를 받았고 2년으로 정해져 있던 수습 기간도 4개월 앞당겼다. “본토에서 배우겠다”며 13세에 오스트리아로 떠났던 연주자다. 18세에 교수 추천으로 베를린필 객원 연주를 했다. 입단을 꿈꾼 것도 이때부터다.

비올리스트 박경민 #“까다로운 수습기간 오히려 감사”

베를린필은 현재 일본 공연 중이다. 오사카에서 전화를 받은 박경민은 “베를린필 단원 자리에 앉아만 있어도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수습 기간을 어떻게 보냈나.
“워낙 이 과정이 너무나 까다롭다고 얘기를 많이 들었다. 특히 비올라가 제일 까다롭다고 들었다. 그래서인지 의외로 다 내려놓고 즐길 수 있었다.”
어려서부터 꿈꿨던 일인데 부담은 적었던 것처럼 보인다.
“단원들이 나를 신경 써주고 의식하는 자체를 즐겼다. 관심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그리고 나를 테스트하려 하는 사람들에게서 뭐라도 더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음악적으로 까다롭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하나라도 더 배울 수 있으니까.”
무엇을 배우게 됐나.
“오케스트라에서 원하는 사운드가 뭔지를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 옆자리에 엄청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있으니 그냥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배웠다. 베를린필 만이 낼 수 있는 어두운 소리가 있다. 작곡가에 대해 단원 한명 한명의 엄청난 지식이 쌓여서 그 소리가 된다고 보면 된다.”
주변에서 베를린필 입단 비결을 많이 물어볼 텐데 뭐라고 조언해주나.
“단원들과 인간관계가 좋아야 하는지 궁금해하는데 사실 나는 쓸데없는 말을 하는 성격이 아니라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적당히 지냈다. 하지만 언어는 정말 중요하다. 언어를 완벽하게 익히는 것은 예의다. 독일어를 어려서부터 했기 때문에 도움이 됐다. 의지, 노력, 운, 개인의 역량이 모두 중요하다.”
이젠 무엇을 하고 싶은가.
“제일 걱정하는 게 안주하다가 내리막길을 만나는 거다. 정말 끔찍하다. 계속 배우고 싶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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