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는 넘치고, 인재는 외면하고…한국의 인공지능 현주소

중앙일보

입력 2019.11.1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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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지난 13일 포스텍에서 AI시대를 맞은 대학의 고민을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다. [사진 포스텍]

지난 13일 포스텍에서 AI시대를 맞은 대학의 고민을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다. [사진 포스텍]

‘인공지능(AI)은 더이상 미래가 아닙니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AI에 휘둘렸습니다’ ‘2030년이면 인간의 총 노동시간이 지금의 50%로 떨어집니다.’ ‘나눠주기 식 AI 대학원 사업 확대는 전시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최고급 AI 인재 양성이라는 본연의 목적에는 반하는 정책 방향입니다.’

포스텍, 인공지능 심포지엄 개최
“AI는 미래 아닌 현실 이야기”

어느 날 갑자기 인공지능이 이미 현실이 돼버린 시대에 대학과 국가는 무엇을 해야할까. 지난 13일 포스텍(포항공대)에서 열린 심포지엄 ‘인공지능 시대, 포스텍의 혁신을 논한다’는 특이점을 향해 급변하고 있는 세계 속 한국 인공지능(AI)의 현주소를 고민하는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전 교육 과정에서 인공지능 분야를 융합할 수 있도록 대학구조의 개혁방향을 찾기 위한 발표와 토론을 이어갔다.

김무환 포스텍 총장과 박근혜 정부 당시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지낸 최양희 서울대 AI위원장, KAIST 정송 AI대학원장이 발표자로 나섰다. 참석자들은 AI가 이미 정치·경제·사회 등 전 분야에 깊이 파고들기 시작했다는데 뜻을 같이했다. 말 그대로 기술이 사회를 바꾸는 혁명의 시대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김무환 총장은 인공지능의 시대 앞에선 한국 사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로 심포지엄의 문을 열었다. 그는 “산업혁명이란, 기술혁신에 따른 사회와 경제구조의 급격한 변혁을 의미한다”며 “한국 사회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말하면서 관련 기술에 대한 이야기만 할 뿐, 이 기술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최양희 전 장관은 인공지능이 만들어내고 있는 사회변화와 대책에 대해서 역설했다. 그는 “인공지능은 경제뿐 아니라 사회·정치를 모두 아우르는 수퍼파워로 가는 길”이라며 “이 같은 파급효과 때문에 인공지능에 대한 국가간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 전 장관은 “인공지능이 발전하려면 ‘AI의 연료’라 할 수 있는 빅데이터의 규제부터 걷어내야 한다”며 “미국과 일본이 관련 규제가 최소 수준의 환경이라면 한국은 규제 때문에 데이터 이용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송 원장은 정부의 AI대학원 정책에 대한 지지와 비판을 동시에 내놨다. 그는 “최고급 AI 인재 양성을 위한 AI 대학원 사업은 시의적절 하지만 학교당 연간 20억원인 정부 지원액은 매우 부족한 수준”이라며 “AI 대학원 개수를 늘리는 방향 대신 학교당 지원액을 늘려 세계 최고 수준 대학원을 만들려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AI인재 영입의 어려움도 호소했다. 그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의 인공지능 부문은 초봉이 30만~40만 달러 수준인데, 한국 대학의 수준으로는 고급 인재를 끌어오기가 사실상 어렵다”며 “금지돼 있는 대학과 기업 간,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간 겸직이라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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