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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첫날 1000만명 가입…아이거, 넷플릭스에 강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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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디즈니의 CEO인 밥 아이거 회장. [EPA=연합뉴스]

디즈니의 CEO인 밥 아이거 회장. [EPA=연합뉴스]

월트디즈니컴퍼니가 12일(현지시간) 시작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출시 첫날에만 가입자 1000만 명을 돌파했다고 CNBC가 보도했다.

내부 반대에도 OTT시장 뛰어들어 #마블시리즈·애니콘텐트 반값전략 #디즈니 주가 7%↑ 넷플릭스 3%↓

‘디즈니+(플러스)’라고 이름 붙인 이 서비스는 밥 아이거(68)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야심작이다. 14년간 디즈니를 이끌어온 아이거 회장은 2021년 사임하겠다고 공언했다. 넷플릭스에 맞불을 놓은 디즈니+는 아이거의 마지막 도박으로 평가된다. CNBC는 “미국 지상파 방송인 CBS가 온라인 유료 회원 800만 명을 모집하는 데 5년이 걸렸는데 디즈니는 단 하루에 1000만 명을 모았다”고 전했다.

아이거는 최근 발간한 회고록에서 디즈니+와 관련해 “초기 수년간은 수십억 달러 규모로 손실을 볼 수도 있다”면서도 “진정한 혁신은 용기를 가질 때만 가능하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지역 방송국의 기상캐스터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ABC 방송국에서 최고위직까지 오른 이력의 소유자다. ABC는 디즈니에 1996년 인수됐고 아이거는 합병 후에도 살아남아 2005년부터 디즈니 회장을 맡고 있다.

디즈니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의 로고. [EPA=연합뉴스]

디즈니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의 로고. [EPA=연합뉴스]

아이거의 계획엔 회사 내부에서 반대도 많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0일 전했다. 아이거는 넷플릭스가 주도하는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OTT)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일각의 우려를 무릅쓰고 디즈니+를 출시했다. NYT에 따르면 그는 2015년부터 영국을 시험무대로 삼아 디즈니 라이프 등의 유사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과정에서 사업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고 디즈니+ 출시를 결심했다고 한다.

디즈니는 세계 최대의 콘텐트 업체다. 주요 수익은 디즈니랜드 같은 놀이공원과 영화·애니메이션 등에서 나온다. 최근 자회사인 ABC 방송국 등에서 이익이 급감한 것이 아이거의 골칫거리가 됐다. ABC 출신인 아이거에게 디즈니+ 출시는 친정인 미디어 네트워크 부문을 살리기 위한 처방약이었던 셈이다.

첫날 가입자 수만 놓고 보면 일단 성공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1000만 가입자 돌파 소식에 13일 뉴욕 증시에서 디즈니 주가는 전날보다 7% 넘게 올랐다. 넷플릭스 주가는 같은 날 나스닥 시장에서 3% 하락했다. 전 세계 유료 가입자 1억5000만 명을 넘은 넷플릭스는 최근 성장세가 주춤한 모양새다. 넷플릭스의 지난 2분기 신규 가입자 수는 전 분기 대비 270만 명 늘었다. 지난해 2분기의 550만 명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쳤다. 넷플릭스가 설정했던 목표인 500만 명 달성에도 실패했다.

디즈니+는 풍부한 콘텐트와 저렴한 사용료를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아이거는 디즈니+의 사용료로 월정액 6.99달러(약 8174원), 연간 69.9달러를 책정했다. 넷플릭스의 월 구독료 12.99달러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가깝다. 디즈니가 확보한 콘텐트는 마블 시리즈부터 ‘겨울왕국’ ‘알라딘’ ‘라이온킹’ 등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하다. 디즈니는 “2024년까지 최소 6000만, 최대 9000만 명의 가입자 확보가 목표”라고 CNBC에 전했다. 현재로선 미국·캐나다에서만 서비스하지만 앞으로 호주·뉴질랜드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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