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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만 홍콩학생 휴교령 연장…한국 1600명 유학생도 엑소더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4일 새벽 홍콩 구룡반도 몽콕역 주위에 보도블록을 쌓아 만든 장벽에 경찰의 실탄 발포를 규탄하는 선전지가 붙어 있다. 차량 통행을 막아 파업을 유도하기 위해 쌓은 장벽은 이날 오전 홍콩 당국에 의해 모두 치워졌다. 신경진 기자

14일 새벽 홍콩 구룡반도 몽콕역 주위에 보도블록을 쌓아 만든 장벽에 경찰의 실탄 발포를 규탄하는 선전지가 붙어 있다. 차량 통행을 막아 파업을 유도하기 위해 쌓은 장벽은 이날 오전 홍콩 당국에 의해 모두 치워졌다. 신경진 기자

휴교령이 시작된 14일 홍콩 구룡반도의 조던로드 관립소학교 정문이 굳게 닫힌 채 A4 용지의 휴교 안내문만 붙어있다. 학생으로 붐벼야 할 학교는 텅 비었다. 신경진 기자

휴교령이 시작된 14일 홍콩 구룡반도의 조던로드 관립소학교 정문이 굳게 닫힌 채 A4 용지의 휴교 안내문만 붙어있다. 학생으로 붐벼야 할 학교는 텅 비었다. 신경진 기자

14일 홍콩 유치원 및 초·중·고·대학 80만 학생에게 적용된 휴교령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시행됐다. 경찰과 격렬하게 대치했던 대학은 속속 학기 종강을 결정했고 유학생의 귀국 편의를 도왔다. 홍콩 엑소더스의 현장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도심 초등학교 텅텅…고속철도 역사 만원 #中공청단 “귀환 유학생에 무료 숙소 제공” #韓 총영사관 유학생 탈출 도와…시위 계속 #어제 하루 83명 부상…2명 중태 1명 위독

이날 오전 찾아간 구룡반도의 조던로드 관립소학교. 정문은 굳게 닫힌 채 A4 용지의 휴교 안내문만 붙어있었다. 학생으로 붐벼야 할 학교는 텅 비어 있었다. 교정에서 만난 한 교사는 “원하는 학생은 등교할 수 있지만, 보호만 할 뿐 수업은 없다”며 “보다시피 출석 학생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날 밤 격렬한 시위가 벌어진 몽콕과 인접한 지리적 위치 탓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근의 재래시장 건물 2층에 위치한 세인트 메리 유치원도 문이 굳게 닫힌 채 초인종을 눌러도 응답이 없었다. 홍콩 교육국은 이날 공지를 통해 휴교령을 17일까지로 연장했다.

홍콩과 중국 내지를 연결하는 고속철도가 출발하는 서구룡역사에 중국 유학생과 일반인들이 본토로 돌아가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신경진 기자

홍콩과 중국 내지를 연결하는 고속철도가 출발하는 서구룡역사에 중국 유학생과 일반인들이 본토로 돌아가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신경진 기자

전날 보도블록 등 바리케이드로 가득했던 몽콕의 네이든로드를 홍콩 정부 관계자들이 중장비를 동원해 치우고 있다. 신경진 기자

전날 보도블록 등 바리케이드로 가득했던 몽콕의 네이든로드를 홍콩 정부 관계자들이 중장비를 동원해 치우고 있다. 신경진 기자

14일 오전 중국 내지로 통하는 고속철도의 종점인 서구룡역을 찾았다. 여행객과 내지 유학생들의 귀국길로 분주했다. 우한에서 유학왔다는 궈(郭·19) 양은 “부모님의 성화로 급하게 돌아간다”며 “홍콩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지린성 출신의 중문대 4학년 헨리는 “중국 내지 관영 매체의 발표에 편견이 많다”며 “시위대가 홍콩을 모두 불태우고 있다고 여긴다”고 반감을 드러냈다.

1600여 명의 한국인 유학생도 귀국을 서두르고 있다. 전날 주홍콩 한국 총영사관은 버스를 동원해 중문대 기숙사에 고립된 유학생 34명의 ‘탈출’을 도왔고 이들 중 30여 명은 곧바로 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전날에도 50여 명의 중문대 유학생이 한국으로 돌아갔다.

유학생 탈출 열풍이 한창인 가운데 중국 당국이 본토 출신 홍콩 유학생의 귀가를 종용하고 있어 주목된다. 공산주의청년단 중앙은 공식 웨이보(微薄·중국판 트위터)에 홍콩과 인접한 선전시 7개 지하철 역사 주위에 내지 홍콩 유학생에게 7일간 무료 숙박을 제공하는 호텔 12곳의 주소와 연락처를 게시했다. 중국 수상경찰은 페리를 동원해 내지 학생의 홍콩 엑소더스를 도왔다.

대만 정부도 대만 항공사인 중화항공을 동원해 126명의 유학생을 홍콩에서 탈출시켰고, 미국·영국·캐나다 등도 자국 학생을 소환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14일 오후 홍콩 몽콕역 주위에 전날 밤 극렬 시위로 불탄 경찰차량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신경진 기자

14일 오후 홍콩 몽콕역 주위에 전날 밤 극렬 시위로 불탄 경찰차량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신경진 기자

한편 전날 격렬했던 시위는 일단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몽콕·센트럴 등 도로에 가득했던 보도블록 등 바리케이드는 이날 오전 중장비와 살수차를 동원한 관계 당국에 의해 치워졌다. 하지만 이날 오후 ‘런치 위드 유’(함께 점심 먹어요) 시위가 벌어지면서 도로 점령이 재개됐다. 검은 옷차림의 시위대는 도로를 점령하고 “홍콩 광복, 시대 혁명” 구호를 외치며 주변 휴지통을 도로에 쏟아내며 차량의 통행을 막았다.

총파업과 상가철시, 동맹휴업을 뜻하는 삼파(三罷) 운동을 촉구하는 새벽 햇살 운동도 4일째 이어졌다. 홍콩 지하철은 이날 14개 역사를 폐쇄했고, 크로스하버 역에서는 출근 시간인 오전 7시30분 방화 사건도 일어났다.

희생자도 속출했다. 의료 당국은 13일 하루 동안 86명이 시위 중 부상으로 병원에 이송됐으며 그중 2명은 생명이 위태롭고 1명은 중태라고 밝혔다. 희생자들의 연령대도 다양했다. 생후 11개월 유아부터 81세 노인까지 크고 작은부상을 입었다. 성수이(上水) 지역에서는 시위대가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벽돌에 머리를 맞은 70대 노인이 중태에 빠졌다. 전날 밤 틴수이와이(天水圍) 지역 시위 현장에 있던 15세 소년은 최루탄에 머리를 맞아 위중한 상태다

캐리 람 홍콩특구 행정장관. [환구망 캡처, 홍콩 성도일보]

캐리 람 홍콩특구 행정장관. [환구망 캡처, 홍콩 성도일보]

캐리람 행정장관은 시위가 격화되자 전날 오후 10시 긴급 국장(장관) 회의 소집해 사태 수습 방안 논의했다고 성도일보가 14일 보도했다. 신문은 사실상의 계엄령인 ‘긴급법’ 발동 여부를 논의했으며 14일 대책회의를 재개한다고 전했다.

대규모 시위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날 오후 7시(현지시간) 홍콩 섬 센트럴의 에든버러 광장에서는 소방대원을 지지하는 시위가 예정돼 있다. 지난 2일 시위 현장에 불을 끄기 위해 진입한 소방차에 경찰이 최루탄을 쏴 경찰과 충돌한 사건 이후 시위대와 소방대의 연대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오는 17일에는 동유럽 공산권 붕괴 30주년을 기념해 중국 공산당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도 벌어질 전망이다.

홍콩=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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