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임시대통령 나선 볼리비아···이번엔 친 모랄레스 시위 몸살

중앙일보

입력 2019.11.14 08:30

업데이트 2019.11.14 08:46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지지자가 13일(현지시간) 거리에서 시위 중이다. 모랄레스의 망명 후에도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AP=연합뉴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지지자가 13일(현지시간) 거리에서 시위 중이다. 모랄레스의 망명 후에도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망명 뒤에도 볼리비아의 정국 혼란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모랄레스가 부정선거 논란 속 멕시코로 망명했으나 볼리비아 현지엔 그의 지지자들이 경찰과 충돌하며 폭력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AP 등 외신은 13일(현지시간) “진압 장비로 무장한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 해산에 나섰고, 수천명에 달하는 시위대는 돌을 던지며 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시위대는 건설 현장에서 금속재 등을 떼어와 무기로 사용하면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자니네 아녜스 임시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정부 청사에 도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자니네 아녜스 임시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정부 청사에 도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모랄레스의 망명 직후, 야당 소속 자니네 아녜스 상원 부의장이 대통령에 취임했으나 그에 대한 반발도 크다. AP는 “새로운 임시 대통령의 리더십이 모랄레스 지지자들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다”며 “새로운 충돌이 볼리비아를 또 뒤흔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대통령 선거 뒤 반(反) 모랄레스 시위가 3주 넘게 장악했던 볼리비아 시내가 이젠 친(親) 모랄레스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셈이다.

아녜스 상원 부의장은 12일(현지시간) 저녁 의회에서 “즉시 대통령으로 취임하겠다”고 선언했다. 볼리비아 헌법 상 대통령 유고시엔 부통령→상원의장→하원의장 순으로 대통령직을 승계할 수 있는데, 이들 모두 모랄레스 망명을 전후해 모두 사임했다. 이에 따라 상원 부의장인 아녜스가 대통령직을 승계하겠다고 나섰고, 볼리비아 헌법재판소도 그의 승계를 지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볼리비아 경찰이 시위 진압을 위해 거리를 막자 행인이 길을 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볼리비아 경찰이 시위 진압을 위해 거리를 막자 행인이 길을 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그러나 급작스런 아녜스 대통령의 취임은 볼리비아 시민들에게 큰 환영은 못 받고 있다는 게 AP 등 외신의 평가다. 한 시민은 AP에 ”아녜스는 볼리비아 국민 전체가 아니라 일부 엘리트만을 대변한다“며 “엘리트들은 돈은 있지만 가난한 이들을 대표하지 못한다”고 불만을 표했다. 모랄레스가 속한 사회주의운동(MAS)이 다수당인 의회 역시 아녜스의 취임을 무효화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로이터는 “아녜스의 취임을 환영하는 이들도 있으며 이들은 하루빨리 안정을 되찾길 바란다”고 보도했다. 여론이 둘로 갈라진 셈이다. 아녜스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볼리비아 역사상) 최단 기간에 (대통령) 선거를 치르겠다”며 “평화롭고 민주적으로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망명 전 모처에서 노숙하고 있는 모랄레스 전 대통령. [모랄레스 트위터]

망명 전 모처에서 노숙하고 있는 모랄레스 전 대통령. [모랄레스 트위터]

멕시코에 망명 중인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연일 복귀 의사를 천명하고 있다. 그는 멕시코시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볼리비아를 평화롭게 하기 위해 조만간 복귀하겠다”고 말했다. 대선 개표 과정에서 부정이 있었다고 발표한 미주기구(OAS)에 대해 모랄레스는 “OAS는 미국 제국에 봉사하는 곳”이라며 깎아내렸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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