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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늘어난 취업자 99.5%가 60세 이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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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재정 만능주의 그만 <하> 

홍남기 경제부총리(왼쪽 둘째)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주택연금의 노후보장 기능 강화를 위해 가입 연령을 현행 60세에서 55세로 낮추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왼쪽 둘째)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주택연금의 노후보장 기능 강화를 위해 가입 연령을 현행 60세에서 55세로 낮추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 증가 폭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덕분에 전체 신규 취업자 수가 크게 늘었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50만9000명으로 지난해 10월보다 41만9000명(1.5%) 늘었다. 고용률은 1년 전보다 0.5%포인트 오른 61.7%, 실업률은 0.5%포인트 하락한 3%를 기록하며 3대 고용지표가 모두 개선되는 모양새다.

재정 투입해 초단기 일자리 늘려 #성장률은 금융위기 이후 최저 #‘성장 없는 고용’ 통계로 확인돼 #홍남기 “노인 일자리 악용 막겠다”

하지만 뜯어보면 고령층 취업자만 급증하는 기형적인 모습을 보인다. 60세 이상 취업자는 499만6000명으로 지난해보다 41만7000명 늘었다. 10월 전체 취업자 수 증가분의 99.5%를 차지한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82년 7월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올해 1~10월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 폭도 평균 36만3300명으로, 현 추세가 이어지면 연간 기준으로도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사상 최대로 늘어난 고령층(60세 이상) 취업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사상 최대로 늘어난 고령층(60세 이상) 취업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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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만든 ‘초단기 노인 일자리’가 효과를 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어린이 등하교 도우미, 문화재 지킴이 등 대부분 근무시간이 짧고 임금이 낮은 일자리들이다. <중앙일보 11월 13일자 1·4·5면 참조>

주당 근무시간 기준으로 살펴봐도 36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취업자는 전년보다 59만9000명(13.6%) 늘었고, 이 가운데 1~17시간 초단기 근로자가 33만9000명이나 늘었다. 반면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되레 18만8000명(0.8%) 감소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인 일자리 등 세금을 쏟아부은 단기 일자리 확대를 통해 인위적으로 일자리 지표를 개선한 결과”라며 “한국 경제의 중심축인 30·40대 취업자 수는 25개월째 동반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용의 질이 좋아졌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평가했다. 실제 지난달 30대·40대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각각 5만 명, 14만6000명 줄었다.

반면 성장은 주춤하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이 2%로 낮아지고, 내년에도 2.3%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전망치는 금융위기 때인 2009년(0.8%) 이후 가장 낮다. 1년 전 2.6%, 올해 5월 2.4%에서 전망치는 계속 낮아졌다.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1년 새 그만큼 빠르게 꺾였다는 의미로, 이른바 ‘성장 없는 고용’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면서 수출과 투자가 부진하고, 내수와 소비도 위축됐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다만 KDI는 “경제 관련 심리지수가 미약하게나마 개선되고 있고, 가계부채 증가 폭이 축소되는 가운데 대외건전성도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경기 부진이 더 심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한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노인 일자리 정책에 대한 비판에 대해 “현장에서 이에 대한 초과 수요가 날 정도로 굉장히 수요가 많다”며 “그분들을 위한 일자리가 민간에서 제대로 충당되기 어렵기 때문에 재정에 의한 최소한의 일자리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일부 이를 악용하거나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 일을 하는 케이스도 없지 않을 것”이라며 “그와 같은 부적절한 사례가 최소화되도록 하는 것이 정부에 맡겨진 책무”라고 강조했다.

세종=손해용·허정원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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