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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경영 참여에…재계 "기업 부담 가중" 노동계 "과도한 엄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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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국민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 및 경영 참여 목적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 공청회에서 박경서 고려대 교수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국민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 및 경영 참여 목적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 공청회에서 박경서 고려대 교수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보다 더 무서워서 기업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경영계·학계)
"정당한 간섭인데 기업들이 너무 과도하게 엄살을 부린다."(정부·노동계·시민단체)
보건복지부가 13일 서울 금융투자협회에서 국민연금 책임투자 활성화와 경영 참여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공개하자 이렇게 의견이 갈렸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횡령ㆍ배임 등 법령 위반 혐의가 드러났거나 지속적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기업의 이사의 해임을 요구하는 등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게 된다. 환경·사회·기업 지배구조 등을 반영하는 책임(ESG) 투자 원칙도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연금 주주권·책임투자 지침 공방 #"무소불위 기금운용위 견제 안 돼" #"책임투자 기준 모호하고 시행 늦다" #복지부, 반대 우려에도 이달 확정

재계와 학계 등에선 경영 참여 확대에 따른 관치 우려 목소리가 강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추천 토론자 박재홍 김앤장법률사무소 전문위원은 "개별 기업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은 연성 규범(윤리나 도덕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규범)이 아니라 경성 규범(규범을 어겼을 때 공권력이 나서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규범)보다 더 무서운 법으로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면서 "기업 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국민연금이 투자자ㆍ동반자ㆍ주주로서 (기업과) 같이 가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곽관훈 선문대 교수는 "국민이 국민연금을 맡긴 이유는 지배구조 개선이 아니라 노후소득 보장이다. 안정성ㆍ수익성 대신 경영 참여나 지배구조개선 자체가 목적이 되는 건 국민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구조에선 기금운용위원회의 잘못된 결정에 책임을 물을 수 없고 오로지 국민만 책임을 지는 식이다. 기금운용위가 전혀 견제받지 않는데 경영 참여 하면 기업에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시민단체 등에선 더 강화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참여연대 측 이동구 변호사는 "중점관리사안에 해당하는 기업의 배당 정책 수립, 경영진 사익 편취 등을 바꾸라는 요구를 경영 방해라고 하는 건 과도한 엄살에 불과하다"면서 "미국 캘퍼스(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기금) 중점관리대상에 오른 기업 주가가 크게 올랐다. 최소한의 간섭은 마땅하고 기업 경영을 좋게 한다"고 말했다.

홍원표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중점관리사안을 4단계로 나눴는데 (단계별로) 1년씩만 진행해도 3년 걸린다. 횡령ㆍ배임 등이 일어났는데 3년 지나면 사실상 액션을 취하기 너무 늦고 국민에게도 큰 손해를 줄 수도 있다"면서 "문제가 생기면 신속하게 접근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책임투자 방안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ESG를 고려하는 투자를 통해 초과수익률을 내든 문제점을 갖고 있는 기업을 변화시키든 둘 중 하나는 목표를 이뤄야 하는데 복지부 ESG전략은 그럴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여러 면에서 미흡하다. 내용이 너무 모호해서 기금운용본부에 제왕적 권한을 줬고, (어떤 조항은)현 정부 국정 과제인데 2023년 시행을 제시했다"면서 "국민연금만이 아니라 내ㆍ외부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고 직접 운용보다 위탁 운용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두 가지 지침을 이달 말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의결한다. 최경일 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장은 "여러 의견을 들어보면 결국 국민연금의 낮은 신뢰도가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토론 의견 등을 종합해 최종안을 내겠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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