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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전두환 골프는 국민 기망…‘한국판 홀로코스트’ 처벌법 만들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김정호 변호사가 『전두환 회고록』에 대한 출판 및 배포금지 가처분 소송이 진행된 과정과 이번 재판의 의미 등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김정호 변호사가 『전두환 회고록』에 대한 출판 및 배포금지 가처분 소송이 진행된 과정과 이번 재판의 의미 등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1일 오후 광주지법 201호 법정 앞. 전두환(88)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 재판을 지켜보던 김정호(47·사진) 변호사는 피고인에 대한 강제 소환을 촉구했다. 그는 “알츠하이머라는 핑계로 재판에 출석하지 않던 전두환씨가 골프를 친 사실은 국민을 기망하는 행위”라며 “피고 본인이 재판을 희화화하고 있는 만큼 불출석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2017년부터 2차례에 걸쳐 출판·배포 금지 결정이 내려진 『전두환 회고록』에 대한 소송을 주도해온 장본인이다. 앞서 전 전 대통령은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조 신부는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주장했다가 기소됐다.

회고록 소송 이끈 김정호 변호사

김 변호사는 이날 “전씨가 본인의 재판을 버젓이 놔두고 골프를 치러 다니는 모습은 국민의 공분을 넘어 사법정의의 측면에서도 바로잡아야 한다”며 “사안의 중요성이나 재판의 역사성 등을 감안해 당장 12월 재판기일이나 1월 기일에는 반드시 재판에 출석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전 전 대통령은 지난 7일 강원도 홍천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포착돼 5·18 단체들의 공분을 샀다. 건강상의 이유로 자신의 재판에는 불출석하면서도 건강하게 골프를 치는 모습이 확인돼서다.

김 변호사는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재판은 일반 형사사건 재판이 아닌, 5·18의 학살 책임자를 다시 법정에 세웠다는 의미가 있다”며 “이번 재판을 5·18 진상규명과 한국판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부정행위 처벌법을 제정하는 단초로 삼아야만 이번(골프장) 같은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골프장 화면을 보면 정정하게 골프장 18홀을 다 돌뿐 아니라 본인 스코어 계산도 하고 있다”며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가 묻는 말에 본인의 의사를 아주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을 봤을 때 재판을 받을 수 없는 상태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7일 공개된 골프장 영상 속에서 전 전 대통령은 5·18의 책임을 묻는 임 부대표의 질문에 “광주하고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 나는 모른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이미 피고인은 1997년 4월 대법원 확정판결을 통해 5·18 당시 내란 목적 살인 혐의가 인정됐다”며 “이런 역사적 상황을 피고 본인과 국민들에게 다시금 상기시키는 차원에서라도 재판 출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법원은 2차례에 걸친 『전두환 회고록』에 대한 ‘출판 및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바 있다. 회고록 제1권 중 5·18 헬기사격 부정이나 조비오 신부에 대한 비난 등 상당 부분을 허위사실로 판단한 것이다.

최경호·진창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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