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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발 항공 빅뱅…HDC, 에어부산 재매각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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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아시아나항공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12일 김포공항에서 바라본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의 모습. [뉴시스]

아시아나항공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12일 김포공항에서 바라본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의 모습. [뉴시스]

국적 2위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을 선정하는 본입찰이 마무리되면서 국내 항공업계의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자회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국적 항공사 3곳의 주인이 한꺼번에 바뀌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대대적 지각변동 예고 #인수하려면 지분 100% 보유 규정 #HDC, 자금력 있지만 처분 가능성 #일본노선 축소 등 최근 업계 고전 #이스타 매각설…산업재편 불가피 #내년 신규 LCC 3곳 진입도 변수

경쟁 심화로 인한 수익성 악화, ‘보이콧 재팬’ 움직임에 따른 일본 노선 축소, 보잉 기체 결함 이슈 등으로 침체에 빠진 국내 항공업계 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HDC 현대산업개발은 재무적 투자자인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현대산업개발은 국내 건설사 가운데서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주택사업 비중이 90%에 달해 환율이나 유가 등 대외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산업개발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조 3526억원이었으며 2018년 영업이익률은 11.4%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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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산업개발은 최근 비건설 분야 진출에 적극적이었다. 인수합병과 파트너십을 통해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과 신라아이파크면세점 등 유통과 호텔업에 뛰어들었다. 현대산업개발이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을 가진 것은 유통·레저사업과의 시너지 때문이다. 기술 진입 장벽이 높은 플랜트 사업 등에 새로 진출하는 것보다는 인수합병 등을 통해 새로운 분야를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항공업계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국내 항공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올해 한국 항공시장 규모는 21조원으로 이 가운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가 17조 6400억원, 저비용항공사(LCC)가 3조 9900억원을 차지한다. 지난 3년간 한국 항공시장은 연평균 4.8% 성장했다. 특히 LCC의 경우 연평균 19.5%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나가고 있다.

유로모니터의 이희은 선임연구원은 “저비용 항공사의 약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체 항공업에서 LCC의 비중이 더 확대되고 있다”며 “아시아나 계열의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이 공격적으로 취항지를 넓히면서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과 LCC 계열사를 모두 인수하면 단번에 항공업계 2위로 도약한다”며 “기존에 영위하고 있던 호텔사업과 호텔신라와 함께 운영 중인 HDC신라면세점과의 연계해 여행객에게 통합적이면서도 유기적인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부채라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부채비율만 900%에 가깝다. 10조원에 육박하는 부채에다가 고금리 부채 비중이 높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아시아나 항공 얼마에 팔릴까

아시아나 항공 얼마에 팔릴까

고가의 항공기를 구매하거나 빌려서 사용하는 항공사의 특성으로 해외 부채 비중도 높은데 올해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서 이자 부담이 늘었다. 여기에 모기업인 금호산업의 신용도가 낮아지면서 금리가 높은 단기차입금 비중이 증가한 것도 숙제다.

이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에겐 강도 높은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 지난 2분기 적자의 늪에 허덕인 항공업계는 3분기에도 일본 노선 축소와 보잉 기체 결함 여파로 성수기 특수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최근 이스타항공의 매각설이 나올 정도로 항공사의 경영환경은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내년부터 신규 LCC 3사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것도 항공 시장의 지형을 바꿀 변수로 꼽힌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 재매각 가능성에 대한 관측도 나온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 지분의 44%를 보유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 항공을 인수하면 지배구조는 HDC→HDC현대산업개발→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로 재편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거나, 2년 이내에 처분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HDC현대산업개발이 에어부산까지 인수하려면, 아시아나항공이 에어부산의 나머지 지분(56%)을 직접 사들여야 한다. 자금력이 부족한 아시아나항공이 165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는 뜻이다(11일 종가기준·7170원). 에어부산의 경우 HDC현대산업개발이 추후 별도 매각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오는 배경이다.

에어부산은 지난해 20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 내 알짜 회사로 꼽힌다. 현대산업개발이 에어부산 재매각을 추진한다면 인수 후보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든 애경그룹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 인수 후 자회사를 매각하는 것은 산업은행의 일괄 매각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면서도 “자금력이 막강한 현대산업개발이 에어부산을 매각한 뒤 얻는 금전적 이득에 관심을 가질지, 에어부산을 운영해 시너지를 노리는 것이 나을지 고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재민·문희철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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