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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품는 '포니정' 장남…정몽규 "모빌리티 그룹 도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1월 12일 서울 용산구 본사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1월 12일 서울 용산구 본사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12일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직후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서울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그룹이 항공 산업 진출뿐만 아니라 모빌리티 그룹으로 한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 회장과 일문일답.

아시아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기자회견 #인수하면 신주 투입자금 2조원 이상 #현재 인력 구조조정 계획 없어 #경제 어려울 때가 좋은 사업다각화 타이밍

소감은?
“아시아나가 어렵게 된 건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우리가 인수해 꼭 좋은 회사로 만들겠다.”
최종 인수하게 되면 신주로 투입되는 자금 규모는?
“2조원 이상일 것 같다.”
현재 아시아나의 채무 규모가 너무 많다는 우려가 있다.
“저희가 2조원 이상 증자하면 부채 비율이 300% 미만으로 내려갈 전망이다.”
아시아나에 대한 인력 구조조정을 염두에 두고 있나?
“현재까지는 그런 생각은 안 해봤다. 반대로 여러 사람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빌리티 그룹을 만들겠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비전인지?
“아직 확정된 개념은 아니다. 우리가 현재 항만 사업 등을 많이 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과 함께 연구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일각에선 정 회장이 과거 1996년부터 1999년까지 현대자동차 회장을 맡은 것과 관련해 “그때 못다 이룬 꿈을 항공산업으로 이루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는다.)

앞으로 실사 과정에서 어떻게 대응할 건지?
문제 될 수 있는 부분은 이미 나와 있고, 앞으로 아주 커다란 문제가 나오리라는 건 예상하지 않고 있다. 
왜 지금 사업 다각화를 하는지?
“다들 경제가 어렵다고 걱정을 한다. 더 어려워질 거라고 한다. 이럴 때가 사업 다각화를 하기에 좋은 때가 아닌가 생각했다. 앞으로 능력 되는 한 계속할 거다. 다만 지금은 아시아나 인수에 집중해야 할 때다.”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회장과 손잡고 인수전에 뛰어들었는데 배경은?
“그동안 여러 M&A를 성공하신 박 회장의 인사이트를 받고 싶었다. 박 회장이 최근 미국 호텔 등을 인수했는데 그런 것과도 상관있다.”
아시아나항공 명칭 변경을 검토하고 있나?
그럴 생각은 없다. HDC와 어떻게 조화롭게 할 수 있을지 한 번 연구하려고 한다.

'포니정' 못다 한 꿈 이루나=정 회장의 과거 ‘비운의 스토리’가 조명을 받는다. 그는 1996년까지 현대자동차에서 일하다 부친과 함께 회사를 떠난 바 있다. 현대차에서 밀려난 설움을 유사 모빌리티(mobility) 기업인 아시아나 인수를 통해 털어내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999년 3월 고 정세영 현대자동차 명예회장(왼쪽)이 현대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차 지분을 정몽구 회장에게 전부 넘겨주고 대신 현대 계열사가 보유중인 현대산업개발 지분을 넘겨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오른쪽이 정몽규 당시 현대자동차 회장.

1999년 3월 고 정세영 현대자동차 명예회장(왼쪽)이 현대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차 지분을 정몽구 회장에게 전부 넘겨주고 대신 현대 계열사가 보유중인 현대산업개발 지분을 넘겨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오른쪽이 정몽규 당시 현대자동차 회장.

정 회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셋째 동생인 고 정세영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그는 1988년 11월 현대차에 입사하면서 아버지 밑에서 경영 수업을 받았고, 1996년 1월부터 1999년 3월까지 회장으로 회사를 이끌었다.

그러나 당시 정주영 회장이 현대차 경영권을 장자인 정몽구 회장에게 승계하기로 결정하면서, 정 회장은 아버지와 함께 현대산업개발로 자리를 옮겼다. 정든 회사를 떠나면서 정 회장은 매우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정 회장은 아버지가 타계한 이듬해인 아버지 별칭 ‘포니정’을 따와 ‘포니정 재단’을 만들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아시아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정 회장은 “모빌리티 그룹으로 발돋움할 계기를 마련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의 비운의 스토리를 기억하는 기자들이 “모빌리티 그룹의 구체적인 실체가 무엇이냐”고 묻자 정 회장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며 확답을 피했다. 정 회장은 이번 인수를 두고 실무진에게 “반드시 인수해야 한다”고 독려했다고 한다. 그 결과 HDC그룹이 써낸 인수 금액은 경쟁 기업들보다 1조원가량 많은 2조50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침 정 회장이 현대산업개발을 맡은 후 20년이 흘렀다. 정 회장은 20년 만에 현대차에서 못다 이룬 꿈을 아시아나를 통해 이룰 수 있을까.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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