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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품을 HDC컨소시엄···자회사 에어부산은 내놓을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뉴스 분석] 입찰가가 판세 가른 아시아나 인수전

금호산업은 12일 이사회를 열고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을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뉴스원]

금호산업은 12일 이사회를 열고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을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뉴스원]

“결국 가격이 판세를 갈랐다.”

아시아나항공 본입찰을 지켜본 관계자의 평가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애경그룹-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뽑힌 결정적인 이유는 가격이었다.

본입찰 전까지 시장에서 거론한 아시아나항공 적정 인수가는 최소 1조5000억원에서 최대 2조6000억원이다. 애경그룹 컨소시엄은 최소 적정가에서 수천억원 수준을 더 써냈다면,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최대가격에 근접한 가격을 제출했다.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그래픽=김영옥 기자.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그래픽=김영옥 기자.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처음부터 지켜본 증권가 관계자는 “양 컨소시엄이 제시한 금액의 차이가 3000억원 미만이었다면 항공산업 경험 등 다른 요인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지만, 양측이 제시한 금액 차가 워낙 커서 그 지점에서 승부가 갈렸다”고 설명했다.

구주 가치 두고 줄다리기 시작

인천국제공항 활주로 에서 아시아나 항공기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원]

인천국제공항 활주로 에서 아시아나 항공기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원]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아직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확정한 것은 아니다. 세부 조건을 두고 금호산업과 다시 협상에 돌입한다.

우선협상자는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6868만8063주·31.0%·구주)과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보통주식(신주)을 인수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자는 구주 가치만큼 금호산업에 지불해야 하고, 신주 가치만큼 아시아나항공에 제공한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일지와 추후 일정. 그래픽=김영옥 기자.

아시아나항공 매각일지와 추후 일정. 그래픽=김영옥 기자.

이 가운데 구주 가치가 관건이다. 총매각가가 같더라도 금호산업 입장에서는 구주 가치가 높아야 유리하다. 이 주식을 매각하면서 받아 쥐는 금액을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의 기반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다.

반대로 인수자는 신주 가격이 높아야 유리하다. 신주에 지급한 금액은 아시아나항공으로 투입해 인수 후 경영 정상화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축구협회를 나서고 있다. [뉴스원]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축구협회를 나서고 있다. [뉴스원]

7일 종가(5310원) 기준 아시아나항공 6868만8063주의 가치는 약 3647억원이다.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이 지분 가치를 4000억원 미만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진다. 금호산업이 기대하고 있는 경영권 프리미엄은 사실상 가치에 포함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만약 경영권 프리미엄을 약 30%로 가정(1094억원)한다면 구주 인수대금은 약 4741억원으로 상승한다.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은 “구체적인 주식 평가가치를 확인하긴 어렵지만 최선을 다해서 입찰에 응했다”고 말했다.

다만 구주 가치에 대한 양측의 이견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유찰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 1차 매각 유찰시 주채권은행(KDB산업은행)이 주식처분대리권 조항을 발동하면, 금호산업의 의지와 무관하게 채권단이 구주 가격을 결정해서 매각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금호산업은 지금 가치 이하로 구주 가치를 평가받을 가능성이 있어 금호산업 입장에서도 불리할 수 있다.

에어부산 매각 여부도 뜨거운 감자

에어부산 전세기가 울산공항 활주로에서 이륙하고 있다. [사진 에어부산]

에어부산 전세기가 울산공항 활주로에서 이륙하고 있다. [사진 에어부산]

에어부산도 변수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 지분의 44%를 보유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 항공을 인수하면 지배구조는 HDC→HDC현대산업개발→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로 재편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거나, 2년 이내에 처분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HDC현대산업개발이 에어부산까지 인수하려면, 아시아나항공이 에어부산의 나머지 지분(56%)을 직접 사들여야 한다. 자금력이 부족한 아시아나항공이 165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는 뜻이다(11일 종가기준·7170원). 에어부산의 경우 HDC현대산업개발이 추후 별도 매각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오는 배경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출범 31년 만에 금호그룹을 떠나 새주인을 맞게 됐다. [뉴스원]

아시아나항공은 출범 31년 만에 금호그룹을 떠나 새주인을 맞게 됐다. [뉴스원]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도 과제다. 당장 자본을 투입해서 취약한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규모는 9조5989억원이다(6월 말 기준). 다만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신주 매입 자금으로 2조원가량을 써냈다. 이 중 1조원가량을 아시아나항공 자본으로 투입할 경우 부채비율(659.5%·6월 말)은 절반 수준(300%대)으로 개선한다.

여기에 노후 항공기 교체 등에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 우발채무가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최근에도 기내식 공급계약 파기 손해배상청구소송과 유럽연합(EU) 화물운송 담합 등이 불거졌다.

항공업계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미·중 무역분쟁으로 수요가 감소하고 환율·유가 변동이 겹치면서 줄줄이 적자를 기록 중이다. 단거리 노선에서는 저가항공사가 꾸준히 점유율을 높이고 있고, 한·일 갈등 이후 일본노선 침체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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