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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사고는 보험사 전화? 다쳤을 때 보험금 18배 더 받는 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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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A씨(40)는 퇴근하다 자동차 사고로 피해를 입었다. A씨는 자동차 보험에 가입한 상태였다. 2018년부터 출·퇴근 중 사고로 발생한 재해는 산재보험으로도 처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느 쪽을 택하는 게 유리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산재보험이다. 산재보험은 본인 과실률을 따지지 않는다.

A씨는 월 300만원(세후 267만원)을 받았다. 이를 기초로 산재보험과 자동차보험을 비교해보자.

다발성 늑골골절로 90일간 쉬고 요양치료를 했다면 자동차 보험은 과실 비율에 따라 지급액이 달라진다. 아예 한 푼도 못 받거나 과실비율이 20%라면 636만6800원을 받게 된다.
그러나 산재보험으로 처리하면 본인 과실과 무관하게 705만원을 받을 수 있다. 돈은 더 받고 자동차보험 할증도 피하게 된다.

만약 A씨가 자손에 가입돼 있다면 자동차보험을 먼저 받고, 산재보험도 받을 수 있다. 다만 가입한 자동차보험 회사의 약관을 살펴야 한다. 회사에 따라 약관에 '보상받은' 금액을 공제대상으로 명시한 곳도 있고, 공제대상을 '보상받을' 금액이라고 적어놓은 회사도 있다. '보상받은'이면 산재보험금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자동차보험의 보상을 먼저 받고, 산재보상을 뒤에 받으면 둘 다 전액 수령할 수 있다. 그러나 '보상받을'로 돼 있으면 나중에 받을 산재보험금이 공제되고 남은 보험금을 받는다. 대체로 자동차보험 보상액은 산재보험 보상액보다 적기 때문에 자동차보험사로부터는 한 푼도 못 받을 수 있다.

산재보험과 자동차보험 보상 비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산재보험과 자동차보험 보상 비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A씨가 사망했다면 배우자(35)가 산재보험 유족연금을 받게 된다. 장의비 1200만원을 일시금으로 받고, 연 1898만원을 유족연금으로 수령한다. 65세까지면 30년 동안 총 5억8140만원, 75세까지 받으면 7억7120만원, 85세까지 배우자가 생존하면 9억6100만원을 받는다. 그러나 자동차 보험으로 청구하면 나이와 상관없이 장의비를 포함해 총 2억8377만2027원을 받는 데 그친다. 자동차보험 보상과 산재보상 차이가 2.4배나 된다.

여기서 하나 더. A씨의 배우자는 A씨의 국민연금 유족연금도 덤으로 받게 된다. 다만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으면서 유족연금을 받기 때문에 50% 감액된다. A씨와 배우자의 나이 차이를 감안하면 배우자는 국민연금의 유족연금 50%를 5년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이후 배우자가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 되면 A씨의 국민연금액과 자신의 국민연금 중 하나를 선택해서 수령하게 된다.

 1991년 7월 26일 노동부ㆍ산업안전공단ㆍ한국노총 등 전문가로 구송된 특별점검반이 원진레이온 방사과에서 분출되는 이황화탄소량을 측정하고 있다. 이 회사에선 신경독가스의 원료로 쓰이는 이황화탄소 중독 등으로 81년 이후 10명의 근로자가 전신마비와 정신질환으로 사망했다. 이 산재사고의 여파로 회사는 93년 폐업했다. [중앙포토]

1991년 7월 26일 노동부ㆍ산업안전공단ㆍ한국노총 등 전문가로 구송된 특별점검반이 원진레이온 방사과에서 분출되는 이황화탄소량을 측정하고 있다. 이 회사에선 신경독가스의 원료로 쓰이는 이황화탄소 중독 등으로 81년 이후 10명의 근로자가 전신마비와 정신질환으로 사망했다. 이 산재사고의 여파로 회사는 93년 폐업했다. [중앙포토]

장해연금도 마찬가지다. 직전 평균임금으로 계산한 연금에다 국민연금, 노령연금까지 중복해서 받을 수 있다.

이를 두고 정부와 학계에선 오래전부터 중복수급 개선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선진국은 대부분 중복수급 상황에 부닥치면 유리한 한쪽을 택해 수급하도록 하고 있다. 산재보험이라는 게 일할 능력을 상실한 데 따른 보상이어서다. 국민연금도 일할 나이가 지나거나 일할 능력이 안 될 때 받는 것이어서 성격상 비슷하다. 이 때문에 선진국은 대체로 국민연금 수급 전까지는 산재보험금을 연금으로 받고,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 되면 산재보험과 국민연금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다만 정리해야 할 논란거리가 있다. 국민연금은 노후를 대비한 저축성 연금이고, 산재보험은 사고에 대비한 보장성보험이다. 두 보험의 성격이 다르다는 얘기다. 국민연금과 달리 건강보험이나 자동차보험은 보험료를 납부하지만 사고나 질병이 없으면 그 돈을 돌려받지 못한다. 산재보험도 마찬가지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산재사고에 대한 사회적 부양책임은 산재보험이 90%, 국민연금이 10% 분담하고 있어 산재 쪽에 역할분담이 극단적으로 치우쳐 있다"고 말했다. 2014년 정부 용역보고서는 "산재보험의 패러다임을 '더 많고, 더 낫고, 더 넓게'라는 모순된 패러다임에서 '더 공정하고 넓게(fairer and wider)'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산재 피해자에게 정당하게 보상하되 과도한 보상을 지양해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시장의 약자에게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산재보험과 민간상해보험 보상 비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산재보험과 민간상해보험 보상 비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산재보험과 민간상해보험과는 보상 차이가 얼마나 될까. 2013년 고용노동부가 계산한 자료를 보자. 40세 기준, 일 평균임금 10만원으로 가정한다.

모 보험사의 민간상해보험(80세 만기, 20년 납입)의 보험료는 남자가 월 2만7700원, 여자 월 1만9400원이다. 사망보험금은 최고 1억원, 장해보험금은 5000만원이다. 이게 전부다.

산재보험은 이에 비해 보장액이 훨씬 크다. 숨졌을 경우에는 유족연금으로 총 9억5200여만원이 지급된다(배우자가 80세에 사망한다고 가정). 장해를 입었다면 산재보상은 장해등급에 따라 다르다. 장해1급 판정을 받고 75세까지 생존한다면 받을 수 있는 보상액이 18억7000여만원에 달한다. 민간상해보험의 18배다. 여기에는 장해연금 11억5100만원과 간병에 필요한 급여 월 114만7000원 등이 포함돼 있다.

정부는 지난 10월 내년부터 산재보험 적용 대상을 모든 자영업자로 확대할 방침을 밝혔다. 이른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다. 회사의 직원으로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와 계약해서 수수료를 받는 형태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법적으로는 자영업자로 분류된다. 현재 보험설계사, 택배기사, 퀵서비스 기사(전속) 등에 적용되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방문교사, 가전제품 배송과 설치기사, 화물차주 등 모든 1인 자영업자에게로 산재보험 적용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들의 보험료 징수 기준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한 기준보수다. 특고종사자의 임금은 일정하지 않다. 소득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얼마를 실제로 버는지도 알기 어렵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직종마다 평균적인 보수 수준을 정한다. 직종이나 자영업자가 신고하는 기준등급에 따라 보수 수준은 달라진다. 산재보험료는 직종에 따라 기준보수의 0.6~3.6%를 내면 된다. 직종마다 사고율이 달라서 보험료율이 다르다. 회사에 전속된 경우라면 사업주가 절반을 부담한다.

예컨대 보험회사에 다니는 설계사의 기준보수가 282만원이라면 종사자는 월 1만7000원 정도를 내면 된다. 퀵서비스 기사(전속)라면 2013년 기준으로 135만원이 정부 기준보수다. 이 직종의 보험료율은 2.4%로 월 3만2400원을 내면 산재보험 혜택을 볼 수 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 이 기사 작성을 위해 '근로자의 산재보험 장해보상연금과 국민연금 장애연금 간 중복급여 조정방안'(유홍준, 조준모, 정홍주), 고용노동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특례 적용현황, 산재보험과 민간보험 급여 비교, 산재보험과 자동차보험 휴업·유족 보상수준 비교 등을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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