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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의 파티는 위대하지 않다, 왜?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강하라·심채윤의 비건 라이프(14)

영화 '위대한 개츠비'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 하지만 행복하지 않은 남자. [영화 위대한 개츠비 스틸]

영화 '위대한 개츠비'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 하지만 행복하지 않은 남자. [영화 위대한 개츠비 스틸]

“개츠비의 푸른 정원에서는 남녀가 속삭임을 주고받으며 샴페인을 사이에 두고 별빛 아래에서 부나비처럼 오갔다. … 바는 최고조로 흥청거렸고, 칵테일 쟁반이 빙빙 돌아 바깥 정원까지 나가자 마침내 잡담과 웃음소리와 즉흥적인 풍자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사람을 소개받고도 그 자리에서 금방 잊어버리는가 하면, 서로 이름을 모르는 여자들끼리 신바람 나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유쾌한 말 한마디에도 더 쉽게 웃음이 터져 나온다. 모여 있는 손님들은 더욱 빨리 바뀌고, 손님들이 속속 새로 도착하면서 단숨에 흩어졌다가 다시 모인다.” 『위대한 개츠비』(스콧 피츠제럴드, 민음사)

영화로도 유명한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서 독특한 파티로 사람들의 추앙을 받는 개츠비, 다양한 사람들을 초대하고 성대한 파티를 기획하는 것은 그의 낙이자 사명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화려한 밤이 지날수록 마음의 공허함은 커진다. 그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더 크고 화려한 파티를 열고, 더 많은 사람을 초대하지만 그는 만족하지 못한다. 화려함이 클수록 공허함도 커진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세계적으로 명성을 누리는 명실상부한 최고 배우 중 한 명이다. 그는 현재 다큐멘터리 기획자이자 환경운동가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배우라는 화려한 모습과는 정반대로 현실을 살고 있는 셈이다. 좋은 쪽으로 반전이 있는 사람은 매력도 커진다.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그의 모습에서 명성과 부의 훈훈한 용처를 보게 된다.

해마다 이맘때면 여러 모임에 대한 소식이 들린다. 한 해를 즐겁게 마무리하기 위해 다양한 파티들이 준비된다. 미리 장소를 예약하고 약속을 정하기 시작한다. 파티에는 맛있는 음식이 빠질 수 없다. 맛있다는 정의는 어떻게 내려지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사회적으로 맛있다고 굳혀진 상식에 따라 값이 매겨진다. 혀를 즐겁게 하는 요리들이 최고로 평가된다. 여러 모임에 몇 번 나가고 나면 한 해가 채 지나기도 전에 우리 몸은 혹사당하게 된다. 즐거워야 할 파티를 몇 번 끝내고 나면 마음의 공허함뿐만이 아닌 몸도 힘들어진다. 과한 알코올 섭취에 따른 부작용은 이루 말할 필요도 없겠다.

얼마 전 아주 즐거운 파티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좁은 골목 사이로 한옥들이 즐비하고 현대식으로 개량한 독특한 문화가 있는 익선동에 위치한 '앞으로의 빵집'에서 기획한 살롱 파티다. 사람들을 연결하고 좋은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살롱 파티 문화를 알리고 싶다는 두 선생님의 아이디어였다. 비거니즘에 대한 관심으로 모인 30여 명의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처음 만난 어색함도 잠시, 유기농 재료로 만들어진 맛있는 음식으로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고 분위기도 뜨거워진다. 행복의 기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세상이 만든 행복”과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치커리 뿌리를 로스팅해서 만든 치커리 커피는 카페인 걱정이 없어 가을밤의 파티에 향과 멋을 더해주었다. 깊은 가을, 제법 쌀쌀한 밤이었지만 따스한 온기로 몸도 마음도 따뜻해지는 파티였다.

파티 식사로 제공된 비건 키쉬(quiche)와 제철 과일 샐러드, 단호박 수프. [사진 강하라·심채윤]

파티 식사로 제공된 비건 키쉬(quiche)와 제철 과일 샐러드, 단호박 수프. [사진 강하라·심채윤]

강남의 한복판, 역삼역 근처에는 농림부가 후원하는 '유기농 문화센터'가 있다. 이곳에서는 매달 즐거운 포트럭 파티가 열린다. 자신이 먹을 것을 직접 챙겨와서 나누어 먹는 자유로운 파티다. 유기농 포트럭 파티이기 때문에 유기농이나 자연 재배로 키워진 채소, 과일을 가져온다. 직접 요리를 해서 나누기도 한다. 이 파티에는 연령이 다양하다. 학생부터 청년, 연인, 부부, 어르신까지 ‘음식과 삶’에 대한 주제로 열린 대화를 나누며 파티를 즐긴다.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방향성을 나누고 먹을거리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파티와 연결감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유기농으로 키워진 농산물은 땅에서 얻는 소중한 선물이다. 소중하고 값진 것을 먹으면 우리 몸도 건강하고 마음도 행복해진다. ‘먹는 것’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행복한 삶에 다가가게 된다. “행복의 선순환”이 되는 셈이다.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은 늘 크지만 어떻게 먹어야 건강하게 먹는 것인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유기농 문화센터' 강성미 원장은 맛있는 유기농 식사를 직접 차려 파티 음식을 대접한다. 현미밥과 제철 채소, 나물과 전통장을 맛볼 수 있는데 먹을수록 기분 좋아지는 힘 있는 음식이다. 음식을 나눠 먹고 강연도 듣고 건강한 식사를 하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반나절이 훌쩍이다. 참가비도 없는 건강하고 즐거운 파티다.

자본이 만든 파티에서 술과 음악을 즐긴 후 남는 것은 물질을 향한 더 큰 욕망뿐이었다.

자본이 만든 파티에서 술과 음악을 즐긴 후 남는 것은 물질을 향한 더 큰 욕망뿐이었다.

'유기농 문화센터'에서는 다과와 식사, 좋은 생각을 나누는 건강한 파티를 경험할 수 있다.

'유기농 문화센터'에서는 다과와 식사, 좋은 생각을 나누는 건강한 파티를 경험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셀럽들이 모이는 파티에도 가보았고 화려한 호텔의 파티도 다녀보았다. 패션쇼 파티, 자동차 론칭쇼, 여러 브랜드에서 기획하는 파티, 지인들과의 파티 등 우리 주위에는 다양한 파티가 늘 관심을 사로잡는다. 살면서 우리가 경험했던 가장 즐거운 파티는 앞서 이야기한 작고 따뜻한 파티들이었다. 알코올과 동물성 음식 없이도 맑은 정신으로 파티를 즐길 수 있었고, 집에 돌아와서도 오랫동안 마음이 충만했다. 웃는 얼굴에 마음의 빗장도 풀리고, 건강한 음식을 먹으며 건강한 인연도 꾸리게 된다. 어느 사이 나도 모르게 웃으며 그 시간을 즐기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이전과는 다른 음식을 선택하면서 우리는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 특히 행복에 대한 기준이 크게 낮아지면서 작은 기쁨으로도 세로토닌이 지속되고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다. 순간적인 쾌락에서 분비되는 도파민 적인 기쁨은 지속시간이 짧고 중독적이다. 하지만 지속되는 기쁨의 세로토닌은 우리 삶을 더 만족도 높은 길로 이끌어준다. 그리 행복할 것 같지 않은 것에도 우리는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게 되었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게 되면서 삶에는 참으로 감사할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두가 행복한 연말을 꿈꾼다. 하지만 행복은 어렵게 구하고 비싼 값을 치르지 않아도 되었다. 행복의 기준을 낮추는 것만으로도 행복은 늘 우리를 감싸게 된다. 우리는 그 기준을 음식에서 찾았다. 환경과 다른 생명에게 최소한의 해를 끼치는 식사를 통해 우리는 행복에 좀 더 이를 수 있었다.

식물 기반의 음식에서, 이왕이면 땅에 폭력을 가하지 않는 유기농 식재료를 선택해서 연말을 맞이해보는 것은 어떨까. 소중한 사람들과 소박한 장소에서 건강한 파티를 꾸려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떠오르고 있는 “Meat Free party”도 추천한다. 많은 사람이 경험하지 못한 이색적인 파티가 될 것이다. 이미 시중에는 식물 기반의 다양한 식재료들이 있다.

햄버거조차도 식물 패티로 먹을 수 있다. 많이 먹어도 속이 불편하지 않고 소화제를 먹을 필요도 없다. 과식으로 인해 다음날 몸이 무거울 일도 없다. 숙취도, 공허함도 없다. 새롭게 힙한 파티를 경험해보자. 함께 하는 이들에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행복을 느끼면서 우리 자신도 행복할 수 있는 파티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작가·PD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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