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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100년 동안 발전한 한국 영화 살펴보고 미래 100년 책임질 10대 영화인 만나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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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동안 성장해온 한국 영화 뿌리부터 살펴볼까요

올해 한국 영화는 탄생 100주년을 맞았습니다. 최초의 한국 영화로 평가받는 ‘의리적 구토’가 1919년 10월 27일 서울 종로 단성사에서 개봉됐기 때문이죠. 이날은 ‘영화의 날’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영화계에서는 ‘한국 영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여러 학술대회와 행사, 프로그램이 계속 진행 중인데요. 단성사 영화역사관을 찾아 한국 영화 100년의 역사를 알아보고, 청소년의 손으로 직접 만드는 영화제를 방문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영화에 대해 생각해보는 등 소중 스타일로 한국 영화 100주년을 기념해봤습니다.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이상윤(오픈스튜디오)·한국영상자료원, 동행취재=김은비(서울 동산초 5)·은다민(경기도 이매중 1)·양윤서(대전 목양초 4)·홍예린(경기도 정평중 2) 학생기자, 도움말=성낙원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정, 자료=한국영화100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양윤서(왼쪽)·김은비 학생기자가 단성사 영화역사관을 찾아 한국 영화 100년 역사를 살펴봤다.

양윤서(왼쪽)·김은비 학생기자가 단성사 영화역사관을 찾아 한국 영화 100년 역사를 살펴봤다.

단성사, 영화역사관으로 다시 태어나다
1907년 서울 종로 3가에서 개관한 극장 단성사는 한국 영화의 탄생부터 모든 역사를 함께한 역사적인 공간이었습니다. 100년 전 ‘의리적 구토’가 상영된 한국 영화의 탄생지며, 한 극장에 한 영화만 상영하던 단관 시절 ‘춘향전’ ‘겨울여자’ ‘장군의 아들’ ‘서편제’ 등 한국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영화들을 차례로 선보이기도 했죠. 1990년대까지 단성사는 피카디리·서울극장과 함께 국내 최고의 영화관이자 문화의 중심지였지만 2000년대 들어 대형 복합상영관이 인기를 끌며 내리막길을 걸었죠.

아련한 추억으로만 남아 있던 단성사가 한국 영화 탄생 100주년을 맞아 지난 10월 23일 ‘단성사 영화역사관’으로 공식 개관했습니다. 한국 영화의 역사를 알아보기 위해 김은비·양윤서 학생기자가 단성사 영화역사관을 찾았죠. 영안모자 홍보팀 오무진 과장이 소 중 학생기자단을 위해 단성사의 역사를 설명했죠. “요즘 영화를 보러 어떤 영화관을 가나요?” 메가박스·롯데시네마·CGV 등 다양한 극장의 이름이 나열됐습니다. “친구들이 태어나기 훨씬 전에는 영화관이 몇 개 없었어요. 영화를 보려면 아침부터 줄 서서 기다려야 했죠. 지금은 집 근처에도 영화관이 있고, 인터넷으로 바로 예매해서 볼 수도 있어요. 대기업에서 영화관을 다 만들고, 전국적으로 생기니까 단성사에는 사람이 안 오고 운영이 어려워졌어요.”

각종 영화에 대한 설명과 포스터·스틸 및 영화 관련 장비 550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각종 영화에 대한 설명과 포스터·스틸 및 영화 관련 장비 550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단성사는 2008년 부도 후 4차례의 경매 절차 끝에 2015년 영안모자 계열사인 자일개발에 인수됐습니다. 이후 1년 여 동안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2016년 9월 완공된 단성사 건물은 이름을 ‘단성 골드빌딩’으로 바꾸고 주얼리센터와 보석역사관 등을 운영하고 있죠. 단성사의 역사를 이어가기 위해 상영관 1곳을 보존하고, 극장이 있는 지하 2층 430평 전체를 영화역사관으로 단장했어요. 단성사 영화역사관에는 한국 영화 초기 포스터를 비롯해 전단지와 시나리오, 촬영현장 스틸 사진, 영화잡지, 영화표, 영화 관련 장비 등 5500여 점을 선별해 한국 영화 100년의 기록과 세계 영화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최초 단성사 목조건물이 화재로 소실된 후 1934년 신축한 극장 건물의 벽돌과 원본 사진도 전시됐죠. “앞으로 학생들의 교육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에요. 학교 및 학생들 의 단체 관람을 위해 주 1회 무료 개방 계획도 가지고 있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영안모자 홍보팀 오무진 과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영안모자 홍보팀 오무진 과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학생기자들도 공부하는 마음으로 역사관을 쭉 훑어봤습니다. 세계 영화의 흐름을 알 수 있는 대목도 흥미로웠는데요. 프랑스인 조 세프 니세포르 니엡스는 1826년 세계 최초로 사진 촬영에 성공했고, 이후 사진을 연속적으로 찍는 방법이 탐구되면서 영화의 탄생을 예고했습니다. 1891년 에디슨과 딕슨이 ‘키네토 스코프(영사기)’를 발명하였고, 1894년에는 에디슨 제작사가 영화 사업을 시작했죠. 1895년에는 뤼미에르 형제가 ‘시네마토그래프(영사기 겸 영화 촬영기)’를 개발한 후 세계 최초 대중 영화인 ‘열차의 도착’을 상영했습니다. “1901년 조선에 영화가 소개되는데요. 한국을 방문한 엘리어스 버튼 홈즈가 궁중으로 초대받아 자신이 소지한 포터블 영사기로 영화를 상영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영안모자 홍보팀 오무진 과장

영안모자 홍보팀 오무진 과장

영화 역사에 대한 기본적인 안내 후 초창기 단성사의 탄생과 최고의 조선 흥행사 박승필의 소개가 나왔습니다. “우리나라 영화 역사의 시작점이자 이 사람이 역사를 만들었다고 얘기할 수 있어요. ‘의리적 구토’ 제작을 재정적으로 후원했는데 당시 우리나라에서 진짜 부자라고 하는 사람이 1000원을 가지고 있었어요. 근데 이 사람이 무려 5000원을 들여서 ‘의리적 구토’라는 영화를 만들었어요.” 오 과장이 ‘의리적 구토’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도 알려줬습니다. 100년 전 만들어진 최초의 한국 영화 ‘의리적 구토’는 제작자 외에 어떤 사람들이 출연했고 카메라는 누가 촬영했고 등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거였죠. “박승필이라는 사람이 5000원을 냈는데 과연 국내 자본이었을까 아니면 당시가 일제 치하였으니까 일본의 자본이 들어갔을까 그런 논란의 여지가 있기는 해요. 그러면서 영화계의 다른 사람들이 주장하는 최초의 영화가 바로 1924년에 순수 조선인만의 힘으로 만들어진 ‘장화홍련전’이에요. 어쨌든 현재로서는 ‘의리적 구토’를 최초의 한국 영화로 우리가 영화관에서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아리랑’을 만든 민족영화의 선각자 나운규 섹션이 나오자 김은비 학생기자가 “책에서 봤어요”라고 얘기했죠. 생각보다 학생기자들이 알고 있는 영화나 인물이 많아서 더욱 반가웠습니다. 그때까지 영화는 영상만 있고 소리는 없었는데요. 1935년 한국 최초의 발성영화 ‘춘향전’이 개봉합니다. 한국 최초로 발성장치를 만든 촬영기사 이필우에 의해 배우들의 목소리는 물론 문 여는 소리 등이 녹음되었을 뿐만 아니라 영화음악도 삽입되었죠. 우리나라에서 발성영화가 나온 지 불과 4년 후인 1939년 할리우드에서는 명 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개봉했죠. “블록버스터의 시작점이라고도 많이 얘기하는데 지금 봐도 거부감이 없는 영화죠. 그 시절 우리가 만든 영화는 아직은 초라한 수준이었어요.”

단성사 영화역사관에서 가장 중요한 곳 중 하나인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 섹션.

단성사 영화역사관에서 가장 중요한 곳 중 하나인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 섹션.

단성사에서 가장 중요한 섹션은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를 꼽을 수 있습니다. 1990년대는 60년대 구가했던 한국 영화 전성기의 부 활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데요. 특히 임권택 감독은 1990년 ‘장군의 아들’로 흥행에 성공했고, 1993년 ‘서편제’는 단성사 한 곳에서만 1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70년대부터 이어진 한국 영화의 침체기와 할리우드 영화의 시장 잠식, 홍콩 영화의 폭발적인 인기로 한국 영화는 돈 주고 안 본다는 소리가 나오던 시절이었죠. 임권택 감독은 이런 인식을 깨고 ‘한국 영화도 잘 만들면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란 시대의 화두를 담아냈습니다. “임권택 감독님은 한국 영화의 기반을 만들어주고 영화계를 발전시킨 분이에요. 주의 깊게 봐주세요.”

단성사의 역사를 이어가기 위해 남긴 상영관도 살펴봤다.

단성사의 역사를 이어가기 위해 남긴 상영관도 살펴봤다.

2000년대로 들어서자 학생기자들이 아는 영화는 더욱 많아졌습니다. 다양한 외국영화는 물론이고, ‘극한직업’ ‘부산행’ ‘명량’ 등 최근 직접 본 영화들도 보였죠. 학생기자들이 추천하는 한국 영화는 무엇일까요. 김은비 학생기자는 “학교에서 관람했는데 여러 지옥을 실감 나게 표현한 장면이 기억에 남았고 CG와 더불어 이야기도 감동적”이라는 ‘신과 함께’를 얘기했고, 양윤서 학생기자는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어서 추천해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우리의 민주주의 과정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꼭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라며 ‘택시 운전사’를 꼽았죠. 각자 추천하는 영화 앞에서 사진을 찍은 후 단성사의 역사를 이어가기 위해 남긴 상영관을 살펴봤습니다. 의자에 앉아 100년 동안의 한국 영화 여행도 되짚어봤습니다.


청소년이 만들고 소통하는 ‘24초 영화제’
영화를 만든다고 하면 뭔가 거창하고 어려울 것만 같은데요. 누구나 쉽고 간단하게 제작해서 참가할 수 있는 영화제가 있습니다. 바로 24초 영화제예요. 무엇보다 기획부터 주제 선정, 영화제 운영까지 전부 청소년들이 진행하는 게 눈에 띄죠. 영화를 쉽게 만들고 접하고 싶은 소중 독자들을 위해 은다민·홍예린 학생기자가 지난 10월 26일 부천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열린 제7회 24초 영화제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24초 영화제는 ‘얼릉뚝땋’이라는 슬로건 아래 너무 많은 고민이 아닌 내 머릿속 이야기를 얼른 꺼내서 나만의 영화로 뚝땋! 만들자는 취지로 진행됐어요. 청소년이 직접 만든 자신들의 이야기, 24초 영화를 함께 보며 이야기하고, 다양한 부대행사와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축제였죠.

홍예린(왼쪽)·은다민 학생기자가 제7회 24초 영화제를 찾아 누구나 쉽고 간단하게 만드는 영화를 만나봤다.

홍예린(왼쪽)·은다민 학생기자가 제7회 24초 영화제를 찾아 누구나 쉽고 간단하게 만드는 영화를 만나봤다.

영화 ‘옥자’에서 모티브를 따온 게임 ‘옥자를 구해줘’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콘셉트로, 표적판에 있는 악당을 물리치려면 총알로 빨 간색 원안을 맞추면 됩니다. “쉬울 줄 알았는데 다 실패했어요.” 홍예린 학생기자는 명중을 시키지 못해 참가상으로 스티커 선물만 획득했죠. 1년 뒤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엽서에 작성하면 즉석에서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고 1년 후 사진과 엽서를 보내주는 이벤트에 참여한 은다민 학생기자는 “잠깐이지만 1년 후 나에게 해주고픈 말을 생각하며 마음을 정리해 본 시간”이라고 얘기했죠. 영화제를 방문하고 느낀 점들을 적어 흔적을 남겨보는 코너도 있었습니다. 히어로 찾기는 24초의 시간 동안 주위에 세워진 젠가를 쓰러트리지 않고 한손으로 망치를 들면 성공. 학생기자들은 들자마자 젠가를 와르르 쓰러트리고 말았죠. 거짓말 탐지기의 고통을 버티면 상품을 획득할 수 있는 신과 함께 게임을 비롯해 방 탈출 게임, 추억을 담아갈 수 있는 인생 두컷, 한국 영화 100주년 기념 영화 캐릭터 코스프레 퍼레이드까지 누구나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체험이 많아 시민들의 참여가 활발했어요.

은다민 학생기자는 1년 뒤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작성하는 이벤트에 참여했다.

은다민 학생기자는 1년 뒤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작성하는 이벤트에 참여했다.

24초 영화제는 자유주제와 특별 주제로 공모한 작품들을 4개의 섹션으로 나눠 상영하고, 공모작 외에도 노동, 시선, 주류와 비주류 등의 주제에 대한 영화들을 특별섹션에서 상영했습니다. 개막작 ‘너희들이 모두 겪었을 이 야기’를 제작한 감독과 영화·기획·제작 과정과 소감을 이야기하고, 관객의 질문에 대답하며 소통할 수 있었죠. 무엇보다 모든 과정을 청소년이 진행하고 이끌어나가는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제 현장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던 청소년 기획단 멤버도 만나봤습니다.

24초 영화제 청소년 기획단 인터뷰

소중 학생기자단이 24초 영화제 청소년 기획단 김우진 단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24초 영화제 청소년 기획단 김우진 단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김우진(18세·경기경영고 2) 단장

청소년 기획단 소개를 부탁할게요.
영화에 관심이 있거나 영화제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이 모였어요. 기획단은 마케팅팀·기획팀·프로그램팀으로 구성돼 있고 총 6명이에요. 5월부터 준비했죠.

청소년들이 주최하는 데 어려운 점은 없나요.
정보를 알아내는 데 한계가 부딪힐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같이 주관하는 고리울청소년문화의집 선생님들께 잠깐 도움을 구할 때도 있어요. 영화제 장소 대관할 때 장소를 정하면 연락해주시는 역할 정도만 도와주시고 내부 사안은 청소년기획단이 다 결정합니다.

기획단에 지원하게 된 이유는.
작년 24초 영화제에서 홍보팀(지금의 마케팅팀)으로 활동했는데 그때 기획·운영 면에서 아쉬웠던 점, 실현되지 못했던 것들도 있어 올해 최대한 실현시키려고 다시 한번 참여했어요.

영화제 활동을 통해 얻는 점이 있다면요.
일단 몰랐던 것들을 배울 수 있고 같이 활동하는 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 얻는 점이 많아요. 무엇보다 영화제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전반적인 면을 직접 보고 배울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 같아요.

기획단에 들어가고 싶으면 어떻게 하면 되나요.
기획단 모집 요강이 24초 영화제 카카오톡·페이스북에 올라와요. 관심 있는 분들은 내년에 꼭 지원해 주세요.

이수민(17세·경기도 원미고 1·위쪽) 마케팅팀
조창희(19세·경기도 상원고 3) 기획팀

왜 24초 영화제인가요.
수민 24는 영화가 1초당 24개의 프레임이라는 것과 청소년을 의미해요. 청소년 기본법상 만 24세까지가 청소년으로 인정되거든요.

기획단에 지원한 이유는요.
창희 촬영감독·시나리오 작가 등 나중에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서 경험을 쌓기 위해 지원했죠.
수민 방송국 활동을 하는데 선배님 중에 24초 영화제 참여하셨던 분이 추천하셔서 들어가게 됐어요.

행사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요.
창희 단원들끼리 의견을 맞춰 하나로 통일시키고 그거를 만들어 나가야 되는데 의견 통합이 안 되거나 진도가 잘 안 나갈 때 조금 힘들어요.
수민 생각대로 풀리지 않거나 막힐 때 솔직히 힘든 것도 있는데 얻는 게 더 많은 것 같아요. 제 손으로 만들었다는 게 벅차고 사람들이 좋게 반응하면 뿌듯해요.

영화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창희 그냥 영화 같은 일이 하나쯤 일어났으면 하는 의미로 영화를 좋아하고 있어요.

청소년들에게 24초 영화제를 추천해준다면.
창희 1회부터 7회까지 오면서 계속 밀고 있는 ‘누구나 쉽고 간단하게 참여하는’ 이 슬로건처럼 정말 영화에 대해 모르고 아무것도 찍을 줄 모르는 그런 친구도 쉽게 만들 수 있고 서로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예요.

경기도 송내고 영화영상제작동아리는 ‘내 친구의 연애’를 제작했다.                     (왼쪽부터) 김재욱·구희연·조수아·박진희·하이석 학생.

경기도 송내고 영화영상제작동아리는 ‘내 친구의 연애’를 제작했다. (왼쪽부터) 김재욱·구희연·조수아·박진희·하이석 학생.

청소년 제작진과의 만남
소중 학생기자단은 2섹션의 영화를 관람하고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도 참여했습니다. 25분 동안 12편의 영화가 상영됐죠. 2섹션이 마무리 된 후 인상 깊게 본 작품의 감독 및 제작진을 만나봤어요.

 ‘내 친구의 연애’ 조수아 감독

‘내 친구의 연애’ 조수아 감독

경기도 송내고 영화영상제작동아리에서 출품한 ‘내 친구의 연애’는 쉽게 헤어지고 사귀는 요즘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제작했습니다. 이날 영화제에는 조수아 감독과 촬영 구희연, 편집 박진희·하이석(모두 2학년), 편집·출연의 김재욱(1학년) 학생이 참여했어요. 조수아 감독은 “동아리에서 전통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올해에도 나오게 됐다”고 밝혔죠. 작품 아이디어는 다같이 회의를 통해 생각하고, 영화는 장비를 대여해주는 곳에서 카메라를 빌려 찍고, 컴퓨터로 편집했다고 해요. 워낙 짧은 영화다 보니 작업도 수월하고 학업에 방해 되지도 않았다고 했죠. 자기가 하고 싶은 주제를 짧고 쉽게 표현할 수 있는 게 24초 영화제의 장점이라고 밝혔습니다.

영화 ‘동무’로 영화제에 참여한 김태민·윤지예·남정현(왼쪽부터) 학생.

영화 ‘동무’로 영화제에 참여한 김태민·윤지예·남정현(왼쪽부터) 학생.

'동무'의 윤지예 감독

'동무'의 윤지예 감독

‘동무’는 겉도는 친구의 손을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친구에게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여러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 제작하게 된 영화입니다. 윤지예 감독과 배우 남정현, 배우·성우 김태민 학생(모두 부천여월중 2)을 만나봤습니 다. 윤지예 감독은 1학년 때 영화제작반이었던 걸 기억하신 선생님의 추천으로 참여했고, 친구들의 도움으로 영화를 제작할 수 있었다죠. ‘동무’는 색채기법을 쓴 게 시선을 끌었는데요. “친구가 손을 내밀어주면 우울한 마음이 사라지고 안도감이 생기니까 흑백에서 컬러로 바뀌게 연출했어요. 색채 기법을 한번 사용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대본 쓸 때 생각 나서 제작하게 됐죠.” 남정현 학생은 “폭염 시기에 촬영했는데 더위도 힘들었고, 비가 오거나 매미 소리 때문에 계속 촬영을 다시 했어요”라고 힘든 점을 얘기했습니다.

김재욱 '살인자의 기억법'

10대 청소년이 보면 좋을 만한 한국 영화

청소년기에 영화를 함께 감상하고 토론하며 생각의 깊이를 더하고 소통하는 것은 그 자체로 행복입니다. 좋은 영화를 통해 생각의 깊이를 더하고, 서로의 마음을 함께할 수 있을 때, 이 세상은 더 아름답고 따뜻해질 겁니다. 청소년기의 정체성·교육·역사 문제 등 인생을 설계하고 보다 넓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좋은 영양분이 될 한국 영화를 성낙원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추천했습니다.

‘태극기 휘날리며’(2004년·강제규 감독, 원빈·장동건 출연)
1950년,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두 형제의 드라마틱한 운명을 그려낸 한국 최초의 블록버스터급 영화로 상당히 성공한 전쟁 영화 중 하나입니다. 화려한 전투씬에 치중하기보다 전쟁으로 인한 인간의 삶이 얼마나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죠.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형제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아픔을 그려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이 영화를 감상한 청소년들이 6·25 전쟁을 기억하고 통일을 이루어 내기를 바라며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말아톤’(2005년·정윤철 감독, 조승우·김미숙 출연)
자폐증을 가진 초원이라는 캐릭터를 너무나 잘 소화해 낸 배우 조승우의 연기 디테일이 대단합니다. 이 영화는 장애를 차별적으로 다루지 않았고, 장애를 가진 한 인간이 하나의 인격 체로서 어떻게 성장하고 세상을 대하는지 담담하게 보여줘요. 벅찬 감동과 더불어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를 느끼게 하는 영화입니다. 우리는 정상적인 신체를 가졌으면서도 정신적으로는 장애를 지니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이 영화를 통해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서편제’(1993년·임권택 감독, 김명곤·오정애·김규철 출연)
한을 넘어선 득음의 경지에 이르고자 하는 소리꾼의 소리에 대한 애정과 욕망을 그린 작품 입니다. 소리꾼 부녀가 소릿재 주막에 살았다 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듣고 소문을 따라가는 이들의 여정에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 로드무비라고 볼 수 있죠. 서양악기와 서양음악에 밀려난 우리 소리에 대한 애정이 절절히 배어 있는 영화입니다.남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소리가 어우러진, 가슴이 따뜻한 우리 전통의 멋도 누릴 수 있습니다. 영화를 통해 우리의 정체성에 관해 생각해 보는 것도 바람직할 것입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1992년·박종원 감독, 홍경인·최민식 출연)
시골학교를 무대로 부조리한 권력의 형성과 몰락을 잘 보여줍니다. 부패한 사람들이 만든 권력은 부패 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많은 사람들이 안락과 함께 평화로운 삶을 원하는데 그 평화가 부패한 권력과 결탁되어 있거나 부조리를 묵인하고 얻어진 것일 때 과연 그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하고 반문하게 됩니다. 누구나 공정하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 덕을 행하고 정도를 걸어 가길 바라며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년·임순례 감독, 문소리·김정은·엄태웅 출연)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두 번의 연장경기 끝에 아쉽게 1점 차로 은메달을 목에 건 우리나라 여자핸드볼 선수들의 감동실화. 이 영화 는 우리에게 생애 최고의 순간은 생애 가장 ‘최고’인 순간이 아니라 ‘함께’인 시간이라고 말합니다. 승리의 기쁨도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완전한 것이 되고 패배의 슬픔도 함께 있으면 그것으로 끝이 아닌 것이 되는 것이죠 .실패를 통해 더욱 값진 것을 얻어 본 경험을 친구들과 이야기해 보는 것도 성장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입니다.

‘크로싱’(2008년·김태균 감독, 차인표·신명철 출연)
2002년 탈북자들의 베이징 주재 스페인 대사관 진입 사건을 배경으로, 가족의 약과 식량을 구하기 위해 북한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아버 지와 그를 찾아 나선 11세 아들의 엇갈림을 그렸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할 권리를 가지고 있죠. 굶주림과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지 는 것은 인간답게 살기 위한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이마저 박탈당한 채 살아가고 있는 북한의 동포들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청소년들이 다시 한번 통일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박찬욱 감독, 송강호·이병헌·이영애 출연)
남북문제를 다룬 또 다른 영화 ‘쉬리’나 ‘태극기 휘날리며’ 등과 다르게 스토리보다는 인물의 복잡한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이념 문제를 다루면서도 결코 이념 영화 같지 않은 아주 세련된 영화죠. 우리 민족의 영원한 숙제, 남북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며 많은 청소년들이 이 영화를 진지하게 감상해 주길 바랍니다. 언젠가 우리도 비무장지대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야생동물처럼 자유롭게 그곳을 오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온 가족이 함께 토론하며 봐도 좋아요.

‘괴물’(2006년·봉준호 감독, 송강호·박해일·배두나·변희봉·고아성 출연)
한 평범한 가족이 납치된 딸을 구하기 위해 함께 맞서 싸운다는 흥미로운 줄거리와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는 기발한 풍자까지 여러 면에 서 볼거리가 많은 영화죠. 호러, 코미디, 풍자, 멜로적 요소가 적절히 조화되며 상황마다 변주되면서 탁월한 연출능력을 보여주었죠. 많은 괴수 영화들이 어색한 CG를 감추기 위해 한밤중에 괴수가 날뛰는 설정을 보여주는데 비해, 이 영화는 대낮에 뚜렷하게 나타나는 괴수를 보여줌으로서 배짱이 두둑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죠.

‘마이파더’(2007년·황동혁 감독, 김영철·다니엘 헤니·안석환 출연)
여섯 살에 미국에 입양, 미군이 되어 돌아온 애런 베이츠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휴먼 드라마. 우리나라는 그동안 수없이 많은 아이 들을 해외로 입양 보냈고, 경제 성장을 이루었지만 지금도 해외 입양은 줄어들고 있지 않다고 해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죠. 인간은 핏줄을 뛰어넘는 ‘인간애’로도 가족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나라의 입양 문제부터 핏줄을 중시하는 문화, 또 그것을 뛰어넘는 인간애까지 여러 면에서 많은 생각을 해보기 바랍니다.

‘호로비츠를 위하여’(2006년·권형진 감독, 엄정화·박용우·신의재 출연)
음악을 통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스승과 제자의 모습이 보기에도 흐뭇하고, 실제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인 신의재군의 연주 와 피아니스트 김정원씨의 연주도 인상적입니 다. 천재들이 등장하는 영화는 대개 비슷한 설정을 벗어나지 못하지만 그래도 볼 때마다 한 인간이 거장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쁨을 안겨줍니다.여러분은 지금 어떤 재능을 발견하여 그것을 계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나요? 이 영화를 보며 자신이 가진 특별한 재능 또한 발견해 보길 바랍니다.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한국 영화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가보니 제가 보거나 들어본 내용이 있어서 반가웠어요. 단성사 영화역사관이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관 자리라고 하니 신기했고, 영화의 흐름과 한국 영화 역사에 대해 알아볼 수 있어서 즐겁고 유익했죠. 특히 과거에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 비해 뒤쳐졌었는데 이제는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될만큼 한국 영화가 성장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고 자랑스러웠어요. 또 우리나라에서 오직 조선인의 힘으로만 처음 만든 영화가 ‘장화홍련전’이었다는 걸 알게되어 기억에 남았습니다.    김은비(서울 동산초 5) 학생기자

24초 영화제라고 해서 이름만 24초 인줄 알았는데 24세 미만 청소년이 참여하고 24초짜리 영화들이라는 뜻을 담고있어서 놀라웠습니다. 돼지열병 관련게임, 히어로 되기 게임등 다양한 게임을 하면서 즐겁게 영화제에 참여할 수 있었죠. 영화제에서 각종 영화들을 보는데 저보다 한살, 두살 많은 학생분들도 영화감독이 되고, 영화기획팀이 되는 모습을 보니 열심히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는 저도 꿈을 향해서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였어요. 만약 제가 고등학생이 되어도 이 영화제가 계속된다면 한번 기확팀으로 참여해 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은다민(경기도 이매중 1) 학생기자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관이라는 단성사를 찾아갔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1544년에는 포도청이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영화관도 아니고 ‘영화역사관’으로 변신했죠. 들어가 보니 영화 포스터들과 옛날 카메라들로 가득 차 있어 마치 시간여행을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죠. 특히 저의 관심을 끈 것은 우리나라 고전 공포영화인 '월하의 공동묘지'란 영화였죠. 지금 보아도 여전히 무서울까…궁금했기 때문이죠. 한국 영화가 벌써 100년이 되었다는 사실을 이번 취재로 처음 알았는데, 앞으로 한국영화를 더 많이 사랑하고 아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러분도 한 번 한국 영화의 매력을 느껴 보세요.    양윤서(대전 목양초 4) 학생기자

24초 영화제는 나와 나이가 비슷한 학생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가지 행사들을 주최하고 진행한 것이 정말 신기했어요. 나이에 제약없이 서로 어울려 즐겁게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이 참 즐거워 보였죠.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같은 나이의 청소년 영화 감독을 만났을 때였습니다. 당연히 나보다 나이가 많으리라고 생각했는데 동갑이라는 말을 듣고 사실은 조금 충격받았어요. 나와 똑같은 시간을 가지고 똑같은 일상을 보냈을 친구가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들어 냈을지 한편으론 존경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죠.다음엔 나도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홍예린(경기도 정평중 2)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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