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월요일 출근길에 '탕탕탕'···실탄 쏜 경찰, 홍콩시위 격해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1일 홍콩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사하고 있다. 이날 경찰이 발사한 실탄에 맞은 2명의 시위대 중 한 명은 생명이 위독하다. [유튜브 캡쳐]

11일 홍콩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사하고 있다. 이날 경찰이 발사한 실탄에 맞은 2명의 시위대 중 한 명은 생명이 위독하다. [유튜브 캡쳐]

홍콩 경찰이 11일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사해 오후 2시(현지시각) 현재 2명이 중태다. 홍콩 경찰의 실탄 발사는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1일과 4일 시위에서도 실탄 발사는 있었으나 당시엔 경찰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는 상황이었다. 이번엔 달랐다. 경찰은 맨손으로 시위대 한 명과 몸싸움을 하다 다른 시위자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자 갑자기 총을 꺼내 발사했다. 주변에서 다른 시위대 한 명이 다가오자 그와는 별다른 충돌이 없었음에도 실탄 두 발을 발사했다. 이 상황은 홍콩 현지 매체인 구품창작(丘品創作)의 찬척힌(Chan Cheuk Hin) 기자에 의해 촬영됐으며, 이때 매체의 페이스북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 생중계(liveshot)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홍콩 경찰이 11일 시위 진압에 나서고 있다. 홍콩 경찰은 지난달 말 중국 당국의 4중전회 이후 본격 강경 진압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앙일보]

홍콩 경찰이 11일 시위 진압에 나서고 있다. 홍콩 경찰은 지난달 말 중국 당국의 4중전회 이후 본격 강경 진압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앙일보]

이날 오전 콰이퐁 지역에선 경찰이 시위대를 무차별 진압하는 또다른 영상이 올라와 홍콩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를 달궜다. ‘경찰이 고의로 시위자들을 들이받고 있다’는 제목의 25초 분량의 영상에선 흰색 오토바이를 탄 경찰이 시위 남성을 향해 그대로 돌진한다.

영상을 보면 시위대를 현장에서 물러나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그대로 충돌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 세번째 진입(16초)에선 두 명의 시위대가 경찰 오토바이에 부딪혀 그자리에서 쓰러진다. 달아나던 시위대들이 쓰러진 동료를 돌보는 장면도 확인된다.

월요일 오전 출근길에 발생한 이같은 사건들로 시위대의 분노는 확산일로다. 반중(反中) 시위가 주요 분기점을 맞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탄에 맞은 시위자 2명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 언론은 밝혔다. 이들 중 21세 남성은 오른쪽 신장과 간 부근에 총알이 박혀 위중한 상태라고 한다. 심폐소생술도 받았으나 의식이 또렷하지 않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다른 한 명은 생명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진핑 "흔들리지 말라" 지시 후 실탄 사격

11일 월요일 출근길의 실탄 발사는 홍콩 경찰이 강경 진압 기조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시위 향배에 중요한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19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중국 당국은 강경 대응을 결정했다. 당시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홍콩과 마카오 특별행정구의 국가 안보를 수호하는 법률 제도를 완비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이후 홍콩에 ‘전면적 통제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지난 4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상하이에서 만나 “법에 따라 폭력활동을 진압하고 처벌하는 것은 홍콩의 광대한 민중의 복지를 보호하는 것”이라며 “조금도 흔들리지 말라”고 지시했다. 홍콩 경찰의 초강경 대응은 이에 영향을 받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4일(현지시간) 상하이에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시 주석은 경질설이 나돌던 람 장관에 대한 재신임 의사를 밝혔다. [신화통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4일(현지시간) 상하이에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시 주석은 경질설이 나돌던 람 장관에 대한 재신임 의사를 밝혔다. [신화통신]

주말인 지난 2일 홍콩 경찰은 시민들이 집회를 개최하자마자 병력을 투입, 해산에 나섰다. 이날 하루에 체포된 시위자 숫자만 200명이 넘었다. 홍콩 시위 국면 시작 후 가장 높은 수준의 강경 대응이었다. 이틀 후인 이달 4일엔 홍콩과기대 2학년생인 차우츠록(周梓樂)씨가 시위 중 주차장에서 추락해 숨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번 홍콩 시위의 첫 희생자다. 차우 씨는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쏜 최루탄을 피하려다 주차장 건물 3층에서 2층으로 떨어져 머리를 심하게 다쳤고, 8일 숨졌다.

차우 씨를 기리는 추모 집회 성격으로 시작한 11일의 시위는 확산일로다. 시위대와 경찰의 대립도 격화하고 있다. 한 경찰 간부가 “어떠한 무력을 사용해도 좋다”라고 경찰들에게 지시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콰이퐁 지역에선 경찰이 오토바이를 몰고 시위대를 향해 돌진하는 모습도 영상에 포착됐다. 일부 지역에선 경찰이 부상을 입은 시위대들의 앰뷸련스를 막아서며 “쓰레기들”이라고 말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홍콩 시위 현장 인근 주차장에서 추락한 차우츠록이 지난 8일(현지시간) 숨진 가운데 9일 경찰이 차우를 추모하는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다. [AP=연합뉴스]

홍콩 시위 현장 인근 주차장에서 추락한 차우츠록이 지난 8일(현지시간) 숨진 가운데 9일 경찰이 차우를 추모하는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시위대도 점점 과격해지고 있다. SCMPㆍNYT 등을 종합하면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살인자”라고 외치거나, 행인들에게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 그냥 출근을 하느냐” “홍콩이 어떻게 되든 상관 없다는 거냐”고 외쳤다고 한다.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시위 진압에 나서자 시위대는 돌 등을 던지며 저항하고 있다. 지하철 역사도 곳곳이 마비됐다. 항하우 역에선 시위대가 지하철 안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이날 시위 여파로 홍콩과기대와 홍콩대, 홍콩 중문재 등 주요 대학은 수업을 중단했다. 대학 내에서도 격렬한 시위는 이어지고 있다. 이번 시위가 홍콩 사태의 주요 분수령이 될지 주목된다고 NYT 등 서구 언론은 전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시위대를 강력 비난하고 나섰다. 중국의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과 홍콩과기대는 “학원 폭력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발표했다고 11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전했다.

한편 시위대가 친중 남성의 몸에 기름을 뿌린 뒤 불을 붙이는 사건도 벌어졌다. SCMP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53분 한 중년 남성이 “너희는 중국인이 아니다”라며 시위대와 말다툼이 벌어졌고 이에 시위대 2명이 “우리는 홍콩인”이라며 남성의 몸에 기름을 붓고 불을 붙였다. 피해 남성은 가슴과 팔에 2도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았다.

전수진·박성훈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