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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보수단체 연설=히틀러' 빗댄 중학교 추가 조사 안할 듯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열린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국민대회'에서 전광훈 목사가 기도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열린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국민대회'에서 전광훈 목사가 기도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성북구 남대문중의 한 교사가 수업 중 보수단체의 연설을 독일의 독재자 히틀러에 빗대다가 학부모들의 항의를 받고 학생들에게 공개 사과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서울 인헌고 사태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학교 내 '정치적 편향'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1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의 남대문중 A교사는 지난달 수업 중에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의 광화문 연설을 듣기평가 자료로 활용했다. 설득 전략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며 듣는 게 수업 목표였다.

문제는 A교사가 전 회장의 연설을 독일의 독재자이자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아돌프 히틀러와 비교하면서 시작됐다. A교사는 학생들에게 “전 목사는 히틀러와 같은 선동가다. 듣는 사람이 타당성을 따져서 듣지 않으면 선동당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 앞에서 정치편향 논란이 제기된 인헌고등학교 교장 및 교사 직권남용 형사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보수 성향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 앞에서 정치편향 논란이 제기된 인헌고등학교 교장 및 교사 직권남용 형사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해당 수업이 학부모‧한기총 논란이 되자 A교사는 수업이 이뤄진 반 학생들에게 “정치적으로 민감한 자료를 들려준 것은 잘못됐다”고 사과했다. 전 회장의 연설을 들려준 수업은 한 번만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논란이 불거지자 강북교육지원청은 지난 5일 장학사 2명을 보내 A교사와 학교 관계자 등을 조사했고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학부모‧한기총은 “교육지원청의 조사는 부실했다”며 추가 조사를 요구했다. 학생들의 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해당 교사와 학교 관계자만 조사한 채 마무리했다는 비판이다. 한기총은 지난달 31일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에 “교육청에서 직접 조사하라”는 청원을 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남대문중이나 A교사에 대한 추가조사는 진행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시교육청 관계자는 “전 회장의 교회가 남대문중과 인접해 있어 학부모 중에 신도가 많아 문제가 커진 것 같다”며 “앞으로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교사가 학생들에게 사과했고 추가 수업이 이뤄진 게 없기 때문에 상황이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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