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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총선 두번 하고도 정부 못 꾸리는 스페인…극우만 급부상

중앙일보

입력

10일(현지시간) 치러진 스페인 총선에서 극우 성향 복스가 지난 4월 총선에 비해 배이상 의석을 늘리며 약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치러진 스페인 총선에서 극우 성향 복스가 지난 4월 총선에 비해 배이상 의석을 늘리며 약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페인이 올해만 두 번, 최근 4년 동안 네 번의 총선을 치르고도 안정적인 정부를 꾸리지 못하는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류 좌우 정당이 번갈아 다수당이 됐지만 과반에 한참 못 미치는 사이 극우 정당이 약진하면서 집권 연정 구성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서다. 유럽에서 다수 정당이 난립하는 현상이 일반화하는 가운데 스페인은 집권 세력의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10일 총선 사회당 1위 했지만 연정 난망 #4년간 총선 네번…유럽 정당파편화 뚜렷 #카탈루냐 독립 견제로 극우 복스 대약진 #북한 김정은 위원장 묘사한 무효표 등장 #

10일(현지시간) 치러진 스페인 총선의 개표가 90%가량 진행된 결과 중동좌파 성향 사회노동당(PSOE)이 하원 350석 중 121석을 차지해 1당이 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 총선에 비해 의석이 소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사회노동당의 라이벌이자 제1 야당인 중도우파 국민당(PP)은 86석으로, 지난 총선의 66석에 비해 의석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수혜는 극우 정당에게 돌아갔다. 지난 총선에서 24석을 얻어 처음으로 원내에 진입한 극우 성향 복스(Vox)는 배 이상 늘어난 53석을 차지할 것으로 나왔다. 복스는 프랑코의 철권통치가 1975년 종식돼 스페인에 민주화가 이뤄진 이후 하원에 진출한 첫 극우 정당이다. 2013년 국민당의 보수우파 색채가 뚜렷한 인사들이 떨어져나와 창당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은 의석을 크게 잃지 않고 1위를 차지했지만 좌파 계열 정당들이 부진함에 따라 연립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과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AP=연합뉴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은 의석을 크게 잃지 않고 1위를 차지했지만 좌파 계열 정당들이 부진함에 따라 연립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과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AP=연합뉴스]

급진좌파 포데모스는 지난 총선(42)보다 낮아진 35석을 얻을 것으로 나왔다. 중도 성향 시민당(시우다다노스)는 10석에 그쳐 지난 총선(57석)에 비해 당세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시민당은 3당의 지위를 극우 복스에 내줬다.

중도좌파 사회당이 1당이긴 하지만 국민당과 복스를 합한 우파 정당들은 이번 총선에서 선전했다. 하지만 우파 정당 역시 하원 과반(176석)을 확보하지 못했다. 좌우파 모두 집권 연정 구성이 쉽지 않기 때문에 스페인 정치권의 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사회당이 국민당을 누르고 1당에 올랐지만 과반에 모자라 다른 야당과 정부 구성 협상을 오랫동안 벌였다. 결국 포데모스와 각료직 배분 문제로 틀어져 또 총선을 치르는 신세가 됐다.

카탈루냐 독립을 추진하는 대규모 시위가 바르셀로나 등에서 일어나자 다른 지역에서 분리주의에 강경 대응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조성된 것이 극우 정당과 우파 정당의 약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AFP=연합뉴스]

카탈루냐 독립을 추진하는 대규모 시위가 바르셀로나 등에서 일어나자 다른 지역에서 분리주의에 강경 대응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조성된 것이 극우 정당과 우파 정당의 약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AFP=연합뉴스]

사회당 소속 페드로 산체스 총리로서는 포데모스와 좌파 성향 군소 정당을 모두 합해도 과반에 모자라기 때문에 중도우파인 국민당 등과의 연정을 추진해야 할 수도 있다고 BBC는 예상했다. 이 것도 여의치 않으면 다시 세 번째 총선을 제안할 가능성도 있다. 유럽에서는 중도 좌우 기성 정당의 세가 줄고 극우와 극좌로 지지자들이 나뉘면서 연정을 꾸리지 못해 극우 정당과 손을 잡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극우 복스가 약진한 것은 카탈루냐 분리독립 추진을 원하는 시위가 거세게 인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카탈류냐 자치정부가 분리독립 찬반 주민투표를 재추진하는 가운데 다른 지역에서는 정부가 분리주의자들에게 강경한 자세를 취재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우파 국민당과 극우 복스의 지지율이 껑충 뛴 원인이다. 산체스 총리가 정부를 꾸릴 수 있을 지조차 불투명해지면서 카탈루냐 위기에 대한 정부 차원의 부드러운 대응은 어려워졌고, 이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총선에서 볼토리아 지방 개표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묘사한 투표 용지가 발견돼 무효 처리됐다. [EPA=연합뉴스]

스페인 총선에서 볼토리아 지방 개표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묘사한 투표 용지가 발견돼 무효 처리됐다. [EPA=연합뉴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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