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빙하기가 도래하면서 갈 곳을 잃은 유동자금이 은행에 쌓여간다.
10일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이들 은행의 정기예금·적금 잔액은 706조7868억원이다. 이는 한달 전(692조9302억원)보다 13조8566억원(2.0%) 증가했으며, 1월 말(642조7746억원)보다는 64조122억원(10.0%) 증가한 수치다.
1%대 초중반에 불과한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에도 불구하고 돈이 은행에 쌓여가는 것을 두고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서 그렇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리 빙하기, 1%대 은행 금리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투자처는 어디에 있을까?
①신종자본증권에 목돈 담고 3%대 이자 받기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을 한데 섞은 투자상품이다. 매년 일정한 이자 또는 배당을 지급한다는 측면에선 채권의 성격을 띠지만 만기가 매우 긴데다(통상 30년 이상) 발행사에 부도가 발행할 경우 변제순위가 후순위채권보다 더 뒤라는 점에선 주식의 성격을 갖는다. 일반 채권보다 위험성이 큰 만큼 약정 이자가 비교적 높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금리 빙하기엔 없어서 못 팔 만큼 인기가 높다.
키움증권은 코리안리재보험, 우리금융지주, BNK금융지주의 신종자본증권 3종을 판매마진 없이 발행금리 그대로 판매 중이다. 코리안리재보험 제2회 신종자본증권은 세전 수익률이 연 3.4%다. 우리금융지주 제4회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신종자본증권) 역시 세전 연 3.32%의 이자를 준다. BNK금융지주 제6회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신종자본증권)도 세전 수익률 연 3.2% 수준이다. 이들 모두 국내 신용평가사로부터 더블에이(AA)급 우수한 신용등급을 평가받고 있는 데다 2024년 하반기 중도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을 가지고 있어, 안전하면서도 높은 수익률의 투자처로 주목받는다.
②찬 바람 불어온다, 고배당주 담아볼까
늦가을은 배당주의 계절로 불린다. 상장사들이 배당을 확정하기 전에 주주 명부에 들어갈 수 있는 시점이라서다. 요즘과 같은 저금리 시대엔 꾸준한 수익률을 안겨다 주는 배당주가 특히 주목받는다.
배당주 투자의 관건은 어떤 배당주를 골라 투자하느냐다. 한국거래소의 선택을 참고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는 코스피 지수 내 배당수익률이 가장 높은 50개 종목을 꼽아 '코스피 고배당 50 지수'를 내놨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통틀어 배당수익률이 높은 50개 종목을 꼽아 만든 'KRX 고배당 50 지수'도 있다.
한국거래소 홈페이지에서 이들 지수의 구성 종목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지난 8일 기준 코스피 고배당 50 지수는 상장 시가총액 기준 현대차, 신한지주, SK텔레콤, 포스코, 기아차 등을 담았다. KRX 고배당 50 지수는 SK텔레콤, 포스코, SK이노베이션, KT&G, S-Oil 등을 주로 담았다. 8일 기준 배당수익률은 코스피 고배당 50 지수가 4.11%, KRX 고배당 50 지수가 4.33%다.
이상민 바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요즘 같은 (저금리)시기엔 배당주가 괜찮은 대안"이라며 "배당 수익률이 4%인 배당주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국채 금리가 2%일 때 배당주의 배당수익률은 무위험 수익률(국채금리) 대비 2배인데 국채금리가 1%일 때는 무위험 수익률 대비 4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배당주를 고를 때의 확인해야 할 건 해당 종목이 꾸준한 이익을 낼 수 있는 종목인지, 주가 하락 위험이 크지 않은 종목인지다. 이 연구원은 "최소한 감익(순이익 감소)이 나지 않을만한 종목을 찾아보는 것이 요령"이라며 "배당의 여력은 결국 순이익에서 나오기 때문이며, 배당으로 얻는 이익보다 주가 하락분이 더 크면 곤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③전통의 금리 강자 '저축은행 적금'으로 3% 이자 챙기자
신종자본증권이나 배당주 투자 모두 작건 크건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있다. 원금만큼은 꼭 사수해야 한다는 보수적 성향의 투자자라면 5000만원까지 예금보호 대상인 저축은행 정기적금 상품을 살펴볼만 하다. 저축은행 정기적금 상품 가운데엔 연 3%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이 여럿 남아있다.
가장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은 웰컴저축은행의 'WELCOME 첫거래우대적금'이다. 신규 고객 대상 상품으로, 1년 만기 기준 자동이체 등 우대금리 조건 등을 포함해 최대 연 3.2% 금리를 준다. 모바일 또는 인터넷으로 가입 가능할 수 있고 월 최대 납입액은 30만원이다.
DB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고려저축은행, 유진저축은행, JT친애저축은행도 연 3% 수준의 정기적금 상품을 내놨다. 하지만 자동차 보험 가입, 특정 연령, 직장인, 유아 부모, 애견인 여부 등 다양한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데다 대부분 월 납입 한도가 10만원에서 30만원에 수준이라는 한계가 있다.
연 3%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 정기적금 상품 가운데 가입 조건이나 월 납입액 한도가 없는 상품도 있다. CK저축은행(강원도 춘천시)과 라이브저축은행(서울시 강남구)은 영업점 방문 고객에게, 대신저축은행은 모바일 가입 고객에게 연 3%짜리 정기 적금을 판매하면서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는다.
④소소하지만 쏠쏠한 이벤트성 적금 상품
이벤트성 적금 상품으로 저금리 틈새를 공략하는 방법도 있다. 핀테크업체 핀크와 SK텔레콤, 산업은행은 지난달 30일 SK텔레콤 고객을 대상으로 최대 연 5% 금리를 제공하는 'KDB X T high5 적금'을 출시했다. 만 17세 이상,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 SK텔레콤 이용 고객이라면 누구나 모바일 핀크 앱을 통해 가입할 수 있으며 월 납입금액은 1만원~20만원이다.
CJ헬로 알뜰폰 브랜드 헬로모바일은 KEB하나은행과의 제휴를 통해 9월 30일부터 연 3.0%(기본금리 연 1.3%+우대금리 1.7%) 금리에 만기 때 7% 캐시백 혜택까지 더해 대 10% 금리 효과를 내는 적금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헬로모바일의 '헬로적금10 유심' 상품에 가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월 최대 2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고, 만기는 1년이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