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우효영의 슬기로운 제빵생활(5)
두 효모간의 짧은 대화가 있습니다.
그들은 당분을 먹고 자신들의 배설물에 질식해가며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토론을 합니다.
그러나 효모들의 제한적인 지성으로, 자신들이 훌륭한 샴페인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 미국의 소설가 커트 보네거트(Kurt Vonnegut) 의 단편 중에서.
‘빵’은 밀을 주재료로 하여 물과 만나 발효과정을 거치고 오븐에 구워내는 것을 말합니다. 빵은 역사적으로도 가장 오래된 조리 식품 중의 하나입니다. 반죽하고, 발효하고, 굽는 과정 즉 베이킹(baking)이라고 부르는 제빵 기술의 발전은 인류 문화의 발전과 함께 다양한 제법과 고급 기술로도 발전을 해왔습니다.
제빵의 과정 중에서도 ‘발효(Fermentation)’는 빵을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과정입니다. 어떠한 효모로 어떻게 발효를 시키는지에 따라 빵은 소화가 잘 안 되면서 건강을 나쁘게 만들 수도 있고 반대로 치즈, 와인, 김치와 같은 카테고리에 속할 만큼 오히려 소화를 돕고 장내 좋은 균의 활동을 돕기도 합니다.
이처럼 몸에 좋지 않은 빵과 건강한 빵을 나눌 수 있는 가장 큰 차이는 ‘효모의 종류와 제조방식’에 있습니다. 효모를 활용한 발효과정이 필수적인 제빵 과정에서 인공적인 효모를 첨가하고 빨리 효율적으로 대량 생산을 하는 가공식품(processed food)의 빵, 그리고 밀에서 발현된 효모를 바탕으로 하여 ‘천연발효종’을 넣고 만들어 시간과 정성이 더욱 필요한 천연발효빵(Sourdough bread)으로 크게 나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김치를 예로 들어보면, 김치의 발효 역시 유산균에 의한 젖산발효 과정을 통해 절임 배추에서 발효 음식으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젖산발효로 pH가 낮아지면 유해균의 생성이 억제되고 유산균은 살아남아 섭취했을 때 장 건강에 많은 도움을 주게 됩니다.
젖산균(lactic acid bacteria) 중에서도 락토바실루스(Lactobacillus)는 천연발효빵을 설명할 때 다른 빵과의 가장 큰 차별점을 가지는 유익균입니다. 이 유익균은 치즈나 김치의 발효에서도 발견됩니다. 항염증 작용을 하여 위 염증의 완화에도 도움을 주며 면역력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천연발효빵의 발효과정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발효산물과 효소들은 우리의 장 속에 좋은 미생물들이 활동과 생성을 증가시키고 좋은 영양성분을 흡수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천연발효빵은 다시 말해 요즘 웰빙 시대에 맞춰 개발된 새로운 제빵의 방식이 아니라 자연에서 자라고 수확한 ‘밀’이라는 재료를 기반으로 ‘발효’를 활용한 제빵의 기술이 더해진 본질의 빵을 섭취하는 방식입니다.
천연발효빵 만들기
* 지난 칼럼「천연발효종 만들기」와 함께 참고해주세요.
▶천연발효빵 레시피
유기농 강력분 330g
통밀가루 40g
천연발효종 120g
물 230g
소금 5g
▶천연발효빵 만들기 순서
1. 볼에 전 재료를 담고 스크래퍼로 섞어주다가 손으로 치대며 반죽을 합니다. 반죽을 뭉쳤다가 다시 펼쳐주는 방식으로 약 10분간 반죽하다 보면 반죽의 일부를 펼쳤을 때 끊어지지 않고 늘어나며 투명하게 비치는 ‘윈도우 테스트’로 반죽의 완성 정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완성된 반죽을 볼에 다시 정리해서 넣고 마르지 않게 덮어준 다음 1차 발효를 진행합니다. 1차 발효는 실온 2시간 후 냉장에 넣어 약 12~24시간 진행을 해줍니다.
3. 냉장에서 꺼낸 반죽은 다시 한번 치대고 30~40분간 실온화를 시켜줍니다.
4. 반죽을 성형해주고 바네통에 넣어 2차 발효를 1시간 반~2시간 실온에서 진행합니다.
5. 반죽을 종이 호일 혹은 테프론시트에 옮겨 담고 면도칼로 쿠프(Coupe)를 내어 줍니다.
6. 예열된 오븐 팬에 반죽을 넣고 스팀을 준 후 230도 22~23분간 구워줍니다.
전체 과정을 보니 천연발효빵을 만든다는 것이 다소 어려운 부분도 있지요. 바쁜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사실 천연발효빵을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부분이 많고 빵은커녕 기본적인 요리를 해 먹기도 어려운 환경과 상황인 경우가 많습니다. 충분히 이해하는 부분입니다.
자본주의의 사회에서는 시간이 곧 돈이며, 베이킹(baking)이라는 부산스러운 과정은 돈을 주고 사 먹는 것이 낫겠다는 빠른 결론과 가까워지게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직접 만들어 먹는 음식과 빵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 보면 우리의 식사는 단순히 끼니를 때우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이 먹을 좋은 재료를 직접 고르고, 건강한 방식으로 조리하며 그 안에 사랑과 정성을 담는 과정을 포함하는 것입니다. 비슷한 레시피로 비슷한 재료를 사용한다고 해도 엄마가 해주신 밥, 엄마가 구워주었던 쿠키나 빵이 따뜻한 기억 속에 맛있게 자리하는 이유는 그 안에 담긴 사랑을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바로 베이킹을 시작하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천연발효빵이 몸과 마음에 가져다주는 육체적, 정신적 건강함을 많은 사람이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이미 변화는 시작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게 되면 대량으로 빠르게 생산해 첨가제가 많이 들어간 빵 보다, 동네의 작은 빵집에서 정직하고 우직하게 정성을 다해 건강한 빵을 만드는 제빵사들의 빵을 먹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면 언젠가 만들어 먹는 소중함에까지 닿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의 식탁에 천연발효빵이 좋은 영향으로 조금씩이나마 다가가길 기대해봅니다.
파티셰 theore_cre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