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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해외 여행 앱에 인공지능 입히니 가입자 500만명…출국자 40%가 썼다

중앙일보

입력

여행앱 '트리플' 김연정 대표 인터뷰  

여행 애플리케이션(앱) 트리플을 설치한 뒤 첫 화면을 연 사람들은 일단 당황부터 한다. ‘중국패키지 39만9000원부터~’,‘오늘의 핫딜 호텔’,‘항공권 50% 할인’등  통상적인 여행 앱 첫 화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극적 문구를 찾기 어려워서다. 대신 ‘○○○님 어디로 떠나시나요?’라는 질문과 함께 도시를 선택하는 화면이 나온다. 도시를 지정해 들어가면 그곳의 날씨와 비행시간, 비자 여부 등 기초정보가 줄줄이 나온다. 다시 한 탭을 더 눌러서 들어가면 그제야 호텔 가격 정보가 뜬다.

트리플이 이 같은 방식으로 앱을 구성한 것은 최저가 검색을 내세우는 ‘쇼핑몰’ 앱이 아닌 여행과 관련한 모든 걸 도와주는 ‘관광 가이드형’ 앱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즉 예약할 때 한두 차례 들어가서 결제하면 다시 들어갈 일 없는 앱이 아니라 일정짜기부터 현지 안내까지 여행과 관련한 모든 걸 함께 해주는 앱이란 얘기다.

차별화된 기능이 여행자들 사이에 입소문을 탄 덕분에 누적 가입자 수는 530만명에 달한다. 이 중 월간 순 방문자(MAU)는 100만명이다. 해외로 출국하는 한국인이 매달 평균 241만여명(2018년 기준)인 점을 고려하면 이 중 40%가 트리플을 쓴 셈이다. 네이버,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벤처캐피탈(VC)로부터 받은 누적 투자액은 420억원이다.

"여행은 점이 아닌 선"

트리플 개발자들은 왜 이런 방식의 여행 앱을 만들 것일까. 지난달 21일 경기 성남시 판교에 있는 트리플 본사에서 만난 김연정(42) 공동 대표는 “여행은 낯선 곳에 가서 의식주를 해결하는 일이기 때문에 ‘점’이 아닌 ‘선’으로 서비스를 구성했다”며 “호텔, 항공권, 관광 프로그램을 제각각 사는 게 아니라 일정을 짜면서 자연스럽게 사이 사이를 이어나가게 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서비스 기획자로 일한 김 대표는 네이버의 전신인 NHN 대표를 지낸 최휘영(55) 대표와 함께 2016년 트리플을 공동 창업했다.

김연정 트리플 대표. [사진 트리플]

김연정 트리플 대표. [사진 트리플]

특이한 여행 앱이다.  
“상품을 예약할 때 2~3번 사용하고 마는 일반적인 여행 앱과는 달리 우리 앱은 여행 전 45일부터 평균 19번 이상 사용하는 앱이다. 여행지와 일정을 입력하면 여행 40일 전에 호텔 예약할 만한 곳을 알려주고 호텔 예약이 끝나면 블로그를 찾아보듯이 해당 지역 관광지와 맛집을 둘러볼 수 있게 했다. 보다가 마음에 들면 ‘하트’를 눌러 자신의 일정에 추가하는 식이다. 동행이 있으면 위키피디아처럼 동시에 편집이 가능하도록 설계했고 여행금액을 정산하는 가계부 기능도 있다. 여행 당일에는 공항까지 가는 길을 안내하고 출국심사, 입국심사 방법도 소개한다. 이용자의 시간과 위치에 따라 필요한 걸 그때그때 제공해주는 게 목표다.” 

비가 오면 AI가 실내활동 추천 

인공지능(AI)은 어떤 역할을 하나.
“현재 전 세계 180개 도시 내 98만 곳에 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달린 실사용자 리뷰만 55만개다. 또 사용자가 남긴 여행 일정은 300만개다. 이걸 분석해 최적의 일정을 추천한다. 일반 구글 지도에서 식당 추천을 보면 서구권 사용자가 많은 탓에 제일 위에 올라가는 게 햄버거집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 사용자가 외국에서 쓰는 앱이라 한국인이 선호하는 일정과 식당이 상위 순위에 올라온다. 아이랑 같이 가는 가족 여행, 연인 간 여행, 나 홀로 여행 등 유형별로 구분해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이 선호하는 일정을 제시한다. 전체 개발자 수가 58명인데 이 중 10명이 AI와 빅데이터를 다루는 사람일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가이드북과 비슷한 구조다.
“가이드 북에는 아무리 많아야 한 도시에 100개 이상의 장소 정보를 담기 힘들다. 그런데 우리는 오사카 한 도시에만 1만개 이상의 장소 데이터가 있다. 가이드북은 주소가 나와 있지만, 실제 지금 있는 위치에서 얼마나 걸릴지는 따로 찾아봐야 한다. 우리는 위치 기반 서비스라 가까운 곳의 상위권 순위 맛집을 추천할 수 있다. 만약 야외 일정을 계획했는데 비가 온다면 AI가 판단해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일정을 추천한다. 가이드북은 최신 데이터를 바로 반영할 수 없지만 우리는 어제 다녀온 사람의 리뷰를 바로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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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선보며 일정짜는 트리플의 기능 화면 [사진 트리플]

동선보며 일정짜는 트리플의 기능 화면 [사진 트리플]

리뷰는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경우도 많다.
“우리는 국내 관광지 서비스를 안 하고 있다. 해외 관광지 관계자가 굳이 한국인이 쓰는 앱에 상업적인 리뷰를 달 가능성은 아직은 크지 않다.”
수익은 어떻게 내나. 
“현재로써는 호텔, 티켓 등 판매를 통한 수수료다. 앞으론 해외 도시 방문할 사용자에게 필요한 쿠폰, 현지 프로모션 등 정보를 제공해 받는 광고 수수료를 늘릴 계획이다. 카카오톡처럼 중간중간 지역 광고를 노출하고 받는 식이다. 현지 식당이나 술집, 관광코스 예약에 대한 수수료도 받을 수 있다. 우리 조사에 따르면 전체 여행하는 사람이 평균 150만원을 쓰는데 이 중 60%가 항공권, 호텔 등 미리 결제하는 돈이고, 나머지 40%는 현지에서 먹고 마시고 즐기는 데 쓰는 비용이다. 지금까지 여행 앱들은 미리 쓰는 60%에만 집중했다. 우리는 현지에서 먹고 마시고 즐기는 데에 사용하는 이 40%에 더 집중할 생각이다.”

판교=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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