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상담 신청이 유난히 쇄도하는 시기가 있다. 요즘이 그 시기다. 여러 가지 고민이 있지만, 1학기 때는 대체로 정서와 진로 상담, 2학기 때는 성적 상담을 주로 하게 된다.
지하나 샘의 '교육을 부탁해' #상위권 학생과는 다른 방식 접근해야 #중하위권은 작은 노력으로도 성과 커 #하루 한시간 반 투자 예습 큰 효과
학습 상담에서는 학생마다 코칭 내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상위권, 중위권, 하위권 등 각각의 상황과 수준에 따라 현재 취해야 할 공부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흔히 공부하는 방법을 상위권 학생에게 묻거나 그들의 노하우를 따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중하위권 학생들에게 적절하지 못한 방식일 가능성이 높다. 각자의 '공부 나이'가 다르기 때문에, 당장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그럼 중하위권이 단기간에 성적을 끌어올릴 방법은 없는 것일까?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상위권보다 중하위권은 조금만 효율적으로 해도 등수에 확실한 차이를 얻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우선 모든 학생이 공통으로 듣는 수업 시간을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예습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요성에 대해 못 들어본 사람은 없어도, 스스로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그 예습 말이다.
여기 예습의 구체적 실행법을 소개한다.
첫째. 수업 전 교과서를 2~3번 정도 읽는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이해를 기반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학생이 영혼은 딴 데 두고서 책을 읽곤 한다.
둘째. 읽다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보라색 등 평소 잘 쓰지 않는 색연필 등을 사용해서 표시해둔다. 모르는 한자어나 어휘는 내용 이해를 위해서도 필요할 뿐 아니라 시험에 그대로 출제되기도 하므로 그 뜻을 미리 찾아보는 게 좋다.
셋째. 단원과 관련된 문제를 한번 풀어본다.
대부분 본문을 암기하고 숙지한 다음에야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본문 이해 직후에 문제를 풀어보는 것은 이 단원에서 중요한 내용을 식별하는 메타인지 훈련에 가장 좋은 방법이 된다.
넷째. 수업을 듣는다.
이때 예습을 통해 친숙해졌던 표현들과 내용이 나와서 자신도 모르게 자신감이 생긴다면 성공이라고 봐도 된다. 표시해 놨던 부분이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다면 수업 직후에 질문할 수 있다.
다섯째. 수업이 끝나면 눈을 감고 배운 것을 머릿속에 한 번 되새겨 본다. 2분 정도면 충분하다. 옆에서 부르면 잠깐 졸린다고 해라.
이런 예습의 루틴은 다음날 수업이 있는 과목을 합쳐 대략 1시간 ~ 1시간 반이면 충분하다. 이렇게 꾸준히 진행해줄 수만 있다면, 중하위권 학생에게 있어서 가장 먼저 효과를 보는 영역은 아마 암기과목이 될 것이다.
이런 경험은 학습에서 자기 효능감을 끌어올릴 수 있는 중요한 경험이 되고, 국·영·수 등 다른 영역으로 학습 전이가 발생하는 선순환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학습뿐 아니라 인생 모든 상황에서의 자기 효능감을 위해서, 모든 중 하위권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몇 년 전 고1 초 중간고사가 끝난 후 주말에 전화가 왔다. 우리 반 하위권 학생이었다. 울면서
"선생님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나요"?
라고 묻는 것이, 고등학교 첫 시험이 꽤 충격적이었나보다.
"가장 엄두가 나는 과목이 뭐니"?
"한국사요"
이를 계기로 예습법과 한국사 공부 비법을 코칭해 주었다. 원래 7등급이었던 한국사 성적은 그 학기 기말고사에서 5등급으로 오르더니 학년 말에는 급기야 1등급으로 올라 교과 우수상을 받게 되었다.
제아무리 뛰어난 학습법이라도 우직한 실행력이 없으면 도로아미타불인 법이다. 한국사 과목을 통해서 자기 효능감이 상승한 그는, 다음 해 국어 등 다른 교과목에서도 비슷한 효과를 내었고 고3 입시에서도 - 원래대로였다면 상상하기도 힘든 놀라운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지하나 덕소고 교사
남양주 덕소고 교사. 23년 차 베테랑. 한문 교사이자 1급 학습 코치 및 전문상담교사. 취미이자 직업이 학생 상담. 1000여 명의 학생의 학습 심리 테스트를 진행했다. 자기 주도 학습을 주제로 석사 논문을 썼고 학교에서 ‘자기 주도 학습 클리닉’과 ‘학종내비게이션’(학종 지도 프로그램)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