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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회생 신청해도 주택담보대출 있는 집 경매 막을 길 열렸다

중앙일보

입력

경매 법정안 모습.[연합뉴스]

경매 법정안 모습.[연합뉴스]

개인회생 신청을 앞둔 전화상담원 김모(53)씨는 고민이 많다. 채무 조정이 시급했지만 개인회생 채무조정에는 주택담보대출이 포함되지 않는 것을 상담 과정에 알게 되면서다. 개인 회생을 신청한 순간 홀로 사는 빌라에서 쫓겨날 수 있다는 사실에 김씨는 눈앞이 캄캄했다.

[금융SOS 4회]주담대 연계 개인회생 #개인회생하면 보유 주택 압류돼 경매 #'신용대출+주담대' 투트랙 채무조정 #빚 갚는 동안 주담대는 이자만 변제 #서울회생법원 시작으로 지역 확대 검토

자가면역질환인 루푸스를 앓게 되면서 병원비가 감당이 안 돼 대출을 받았다. 2~3년 사이 빚은 단숨에 7200만원으로 불어났다. 이자 연체가 쌓이면서 채무 독촉도 늘었다. 김 씨는 “개인회생 신청으로 채무 독촉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은행(채권자)이 집을 경매로 넘기면 당장 살 곳이 없다”면서 “몸도 아픈데 병원비와 월세까지 감당하면서 살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개인회생 신청자가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것을 막을 방법이 있을까. 김씨가 법원에 주택담보대출 연계형 개인회생을 신청하면 된다. 올 초부터 서울회생법원과 신용회복위원회가 손잡고 시범적으로 시행하는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다.

개인회생 제도는 파산 위기에 놓인 채무자가 최저생계비를 뺀 나머지 소득으로 3년간 개인재산(청산가치 기준) 이상을 갚으면 일부 채무를 덜어주는 정부 제도다. 하지만 개인회생은 신용대출로 빌린 금액만 채무조정 대상에 포함한다.

황상진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 상담관은 “개인회생이 진행되더라도 담보대출은 채권자의 강제처분을 별제권으로 인정하고 있다”면서 “상당수 은행(채권자)은 개인회생이 결정되면 채무자의 상환능력이 낮다고 판단해 담보로 잡고 있는 집을 경매로 넘긴다”고 말했다.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개인회생 신청자가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백주선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회장(변호사)은 “개인회생으로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채무자는 주택담보대출 이자보다 더 커진 전ㆍ월세 부담으로 변제계획안을 지키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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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 갚는 동안 주담대는 이자만 갚아도 집 지켜

금융당국이 새롭게 내놓은 개인회생 프로그램은 신용대출과 담보대출 채무조정을 연계했다. 채무자가 법원에서 개인회생 절차를 밟는 동안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이자만 갚으면 된다.

이자율도 연간 최소 3.5%(기준금리+2.25%)로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 이용자라면 이자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기존 주택담보대출 이자가 이보다 낮다면 원 이자율 그대로 적용한다. 개인회생 절차가 끝난 뒤에는 나머지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최대 35년 안에 상환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개인회생 최대 변제 기간은 기존 3년에서 최대 5년으로 늘었다. 공성구 신용회복위원회 실장은 “이번 대책은 채무자가 집도 지키면서 빚을 갚기 때문에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기회가 된다. 대신 상환액 축소 등으로 채권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변제 기간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김씨 새로 바뀐 개인회생 받아보니

사례자인 김씨가 개인회생만 신청했다면 3년 동안 매달 200만원씩 빚을 갚게 된다. 문제는 1억원 상당의 주택담보대출이 낀 빌라가 경매로 넘어가게 된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 연계형 개인회생을 신청하면 집도 지키면서 빚을 갚는 데 숨통이 다소 트일 수 있다.

 신용회복위원회 시뮬레이션 결과 그는 4년 6개월 동안 무담보 채무에 대해 매달 133만원씩 변제하면 된다. 그동안 주택담보대출은 매달 25만6830원씩 이자만 내면 된다. 회생 절차가 끝난 뒤에는 매달 42만5000원가량의 원리금을 400개월 동안(약 33년) 분할 상환하는 방식이다.

자료:신용회복위원회

자료:신용회복위원회

자료:신용회복위원회

자료:신용회복위원회

 [연합뉴스]

[연합뉴스]

서울 6억원 이하 실거주자만 신청할 수 있어  

새로 바뀐 채무조정 제도는 신청 대상에 제약이 있다. 우선 부부합산 소득이 7000만원 이하고 6억원 이하 생계형 주택 실거주자가 대상이다. 또 서울회생법원에서만 신청할 수 있다. 즉 채무자 주소를 비롯해 사무소, 근무지 중 한 곳이 서울인 경우 대상이다.

이러한 제약 등으로 현재까지 신청 건수는 10건에 불과하다. 황 상담관은 “개인회생 상담을 해보면 이 제도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면서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려면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채권자와 원활한 협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금융당국의 유인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측은 “시행 추이를 보며 적용지역 확대를 법원과 협의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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