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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면접 탈락, 현타가 온다”고액 컨설팅 과외 받는 취준생들

중앙일보

입력

4233명.
한 제약사가 올해 하반기 공채에서 인공지능(AI) 인적성검사로 떨어뜨리겠다고 한 인원입니다. 숫자를 접한 취업준비생들은 모두 경악했습니다. "데이터가 부족해 아직 신빙성 있는 검사가 아니다", "비용 절감 외에 다른 의도를 모르겠다"면서요.

취준생 900여명이 모여있는 오픈 채팅방에서 'AI 면접'이라며 떠도는 사진 [사진 장삐쭈 유튜브 캡처]

취준생 900여명이 모여있는 오픈 채팅방에서 'AI 면접'이라며 떠도는 사진 [사진 장삐쭈 유튜브 캡처]

AI 역량검사를 개발한 마이다스아이티에 따르면 6일 기준 국내 약 185개 기업이 AI 면접을 시행 중입니다. AI 면접은 얼굴 68곳에 점을 찍어 표정을 분석하고 '날씨 맞추기', '색깔-단어 일치 판단' 같은 게임 10여개를 시켜 지원자의 성향을 파악하는 검사입니다. 결과지엔 지원자 성향, 특성, 직무적합성 등의 '등급·점수·등수'가 표기됩니다.

한 제약사의 채용단계별 합격인원. AI 인적성검사 전형에서 4200여명이 떨어진다. [사진 오픈채팅방]

한 제약사의 채용단계별 합격인원. AI 인적성검사 전형에서 4200여명이 떨어진다. [사진 오픈채팅방]

AI 평가 정확할까, 속타는 취준생

취준생들은 속이 탑니다. LG전자 하반기 공채에 응시한 박 모(24)씨의 말을 빌리면 "딥러닝 이미지 처리에도 (사진) 몇 만장이 필요한데, AI 면접은 데이터가 많이 쌓이지 않아 아직 신뢰가 안 간다"는 겁니다. 그는 "그런 상황에서 100% AI 면접만으로 많은 사람을 떨어뜨리는 건 비용절약 의도가 아니냐"고 했습니다.

마이다스아이티는 "2030 모집단 5만명과 뇌신경연구 논문 450편, 심리학 전문가·기업 인사담당자 등 전문가 200명의 사람 성향 판단 기준, 국내 기업에 재직 중인 최고·최저성과자 6000명의 데이터를 학습시킨 프로그램으로 신빙성 있는 결과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취준생들의 체감 결과는 사뭇 다릅니다.

제약사 두곳의 연구·개발(R&D)직에 지원해 AI 면접을 본 취준생 박모(25)씨는 "기계한테 떨어졌다고 생각하면 '현타('현실 자각 타임'을 줄여 이르는 말로, 헛된 꿈이나 망상에 빠져 있다가 자기가 처한 상황을 깨닫게 됨을 말함)'가 온다"며 "기존 재직자 데이터를 응시자와 비교한다는데, 컴퓨터에 대고 처음 면접을 봐서 당황했을 수도 있고,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데 어떻게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있단 건지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AI 역량검사 결과지 샘플. 성향과 성격 분석을 포함해 점수와 등수, 등급, 유사구성원 등이 나온다. [사진 마이다스아이티]

AI 역량검사 결과지 샘플. 성향과 성격 분석을 포함해 점수와 등수, 등급, 유사구성원 등이 나온다. [사진 마이다스아이티]

AI 면접 탈락자 없는데 미리 안 알려줘 마음 졸이기도 

AI 면접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기업마다 다릅니다. 취준생들로선 괴로운 부분입니다. 제약사처럼 AI 면접이 4000여명을 거르는가 하면, LG전자·넥센타이어 등처럼 "신뢰성이 확보되기 전까진 합격 불합격에 큰 영향 없이 참고용으로만 활용"되기도 합니다.

후자의 경우 지원자들이 AI 면접을 보는 까닭은 기업의 '데이터 수집'을 위해서입니다. 지난달 말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취준생 김민호(가명·26) 씨는 "탈락자 없는 전형이라고 미리 공지하지 않는 '비매너' 기업도 많다"며 한숨지었습니다.

김 씨는 올해 하반기 한 반도체 장비 기업과 중견기업의 AI 면접을 봤습니다. 두 곳 모두 통과했음에도 "AI 면접이 객관적이고 지원자도 편하다는 건 '사장 결재용 멘트'일 뿐, 이유도 모르고 떨어져야 하는 취준생들의 압박감과 막막함은 똑같다"고 울분을 터뜨렸습니다.

그는 "AI가 말하는 내용을 인식 못 한다는 점이 지원자에겐 더 절망적일 수 있다"며 "말투나 표정만으로 기계가 걸러버리면 지원자가 준비한 역량은 하나도 못 보여주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습니다.

AI 면접을 체험하기 위해 지난 6일 판교 마이다스아이티 사옥을 찾았다. 김정민 기자

AI 면접을 체험하기 위해 지난 6일 판교 마이다스아이티 사옥을 찾았다. 김정민 기자

새로운 전형을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도 여전합니다. 취준생 900여명이 모여있는 AI 면접 오픈 채팅방에선 '부산 5만원 AI 면접 특강' 등 광고가 성행 중이었습니다. 마이다스아이티는 "학습으로 점수가 오르거나, 상대평가로 경쟁하는 검사가 아닌데도 고액 컨설팅이나 유료 학습 도구가 취준생을 현혹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외모 같은 선입견 없는 점은 긍정적

이미 기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은 AI 면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한 대기업에 재직 중인 2년 차 백승철(26) 씨는 "인간에 대한 평가까지 기계한테 맡기는 게 씁쓸하다"고 했습니다. AI 면접 경험자인 SPC그룹 1년 차 한태수(26) 씨도 "최종 합불은 사람이 정하니 결국 소용없는 전형 아닌가"라고 말했습니다.

김정민 기자가 6일 판교 마이다스아이티 사옥에서 AI 면접을 체험하고 있다. 김정민 기자

김정민 기자가 6일 판교 마이다스아이티 사옥에서 AI 면접을 체험하고 있다. 김정민 기자

물론 긍정적인 면도 있긴 합니다. 취준생들은 입을 모아 "편한 곳에서 응시할 수 있다"는 점과 "외모 등 외부 조건의 영향이 없는 점"을 꼽았습니다. 정동진 마이다스아이티 웹솔루션그룹 그룹장은 "스펙·서류가 부족한 지원자 중에서도 좋은 역량을 갖춘 사람이 분명히 있다"며 "AI 면접은 '공정한 기회 부여'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AI 면접 6문6답 OX퀴즈

AI 면접과 관련된 여러가지 소문을 팩트체크합니다. AI 면접 취준생이라면 풀어보길 추천! (※답변은 'AI 역량검사' 개발사 마이다스아이티를 통해 받은 것으로, 타사 프로그램일 경우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N

Q1 : AI 면접은 '키워드'를 인식한다.

정답 : 2번 X( AI 면접은 답변 내용을 일체 인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녹화 영상을 기업 인사 담당자들이 확인할 수 있으니 성의껏 답변하는 것이 좋습니다. )

Q2 : 결과지에 '유사 구성원'이 나온다.

정답 : 2번 △( '유사 구성원'은 해당 기업 재직자, 특히 고성과자 중 응시자와 성향과 특성이 비슷한 직원을 보여주는 항목입니다. 이 항목을 결과지에 넣을지 말지는 기업의 재량입니다. )

Q3 : 게임을 잘해야 한다.

정답 : 2번 X( 게임은 지원자의 의사결정유형, 정보활용유형, 집중력 변화패턴, 난이도 적응패턴 등 문제상황에서의 '반응'을 봅니다. '풍선 터뜨리기'라면 지원자의 수익이 아닌 풍선 터진 후의 반응을 보는 것이죠. )

Q4 : 게임할 때도 녹화, 녹음이 된다.

정답 : 1번 O(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게임할 때도 녹화 및 녹음이 됩니다. )

Q5 : 인적성 검사에서 최대한 좋은 인상을 줘야 한다.

정답 : 2번 X( 인간 성향이 가장 잘 드러나는 때가 게임할 때라고 하죠. 인적성에서 '인격 포장'을 해도 게임 성향과 일치하지 않으면 '응답 신뢰 불가'가 뜹니다. 이는 큰 감점요인입니다. )

Q6 : 열심히 공부하면 결과가 좋아진다.

정답 : 2번 X( 사주집을 바꾼다고 사주가 달라지진 않는 것처럼 AI 면접도 '맞다, 틀리다' 채점하는 시험이 아닌 복합적인 속내를 읽는 시험입니다. 두 번 연속 봐도 점수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

문제 중 문제 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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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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