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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젊은날로 돌아가고 싶나요? 노인에게 물었더니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46)

세계 85개국 아줌마들이 참여하는 미시즈 월드 대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린 적이 있다. 말 그대로 결혼과 출산을 한 여성 중에서 미인을 뽑는 대회다. 어떻게 보면 결혼과 출산이 여성에게 사회활동을 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오히려 출산이 숨겨진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하는 기회가 됐다고 한다. 또한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쁨을 얻었다.

결혼과 출산을 한 여성이 출전하는 미시즈 월드 대회 수상자들에게 20대로 돌아갈 기회를 준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들은 아니라고 대답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사진 pixabay]

결혼과 출산을 한 여성이 출전하는 미시즈 월드 대회 수상자들에게 20대로 돌아갈 기회를 준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들은 아니라고 대답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사진 pixabay]

대회 수상자들에게 20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냐고 물으니 단연 “No”라고 한다. 왜 이들은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걸까? 그것은 젊었을 때 많은 문제로 번민하고 실수를 거듭했던 좋지 않은 기억 때문이다. 그러나 가정을 꾸리고 마음의 안정도 얻으면서 비로소 삶에서 평화와 균형을 갖게 되었다.

이들보다 나이가 더 많은 노인은 어떨까? 노인이 되면 아무래도 여기저기 아프고 힘도 없어지니 젊었을 적을 동경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노인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그들 역시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비록 주름살은 늘었지만 젊은 시절에는 결코 얻을 수 없는 지혜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노인이 된다는 것은 사실 유쾌한 일은 아니다. 기억력도 떨어지고 행동도 느려진다. 면역력이 약해져 자주 병치레도 한다. 그렇다고 나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나이가 들면 야망이 없어진다. 그 헛된 야망 때문에 젊은 시절에 몸이 얼마나 수고를 했던가. 나이 65세가 되면 이미 해야 할 성공은 다 했을 것이고, 아직 이루지 못했다면 앞으로 거의 못한다고 봐야 한다. 노인이 되면 이렇게 자신의 한계를 알기 때문에 무리한 도전을 하지 않는다. 당연히 스트레스를 느낄 일도 적다.

한편 나이가 들면 젊었을 때 당연하게 여겼던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 눈이 전보다 아주 침침해졌어도 불평하기보단 이만하기 얼마나 다행인가 여기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이 나이에 계단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미국 인구조사국에 의하면 65세 이상 인구의 40%는 최소 하나 이상의 장애로 고통받고 있으며 그중 3분의 2는 걷거나 경사면을 오르는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나이 칠십이 되면 지위의 높고 낮음이나 돈의 많고 적음보다 걸을 수 있느냐 없느냐로 사람을 나누기도 한다.

이런 생각을 하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흘렀다. 왜 이전에는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노인들이 지금과 같은 지혜를 갖고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굳이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또다시 시행착오를 겪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미 생을 하직한 사자의 생각은 어떨까? 장자가 하루는 초나라에 가는 중에 길옆에 놓여있는 해골을 보았다. 장자는 해골을 향해 ‘어찌 살다가 이렇게 되었는고?’ 하며 측은히 여겼다. 밤이 되어 장자는 해골을 당겨 베고 누웠다. 밤중에 해골이 장자의 꿈에 나타났다.

장자가 초나라에 가는 중 꾼 꿈 이야기가 있다. 꿈에서 장자는 해골에게 다시 뼈와 살을 더해 세상으로 돌려보내진다면 어떻게 하겠냐 물었다. [사진 pixabay]

장자가 초나라에 가는 중 꾼 꿈 이야기가 있다. 꿈에서 장자는 해골에게 다시 뼈와 살을 더해 세상으로 돌려보내진다면 어떻게 하겠냐 물었다. [사진 pixabay]

해골이 장자에게 “그대는 죽음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가?”라고 물었다. 장자가 그렇다고 하자 해골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죽음의 세상에는 위로 임금도 없고 밑에 신하도 없으며 또 사시의 변화도 없네. 그저 조용히 하늘과 땅과 함께 목숨을 같이 하는 것일세. 그래서 거기에는 임금의 즐거움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네.”

장자가 그 말이 미덥지 못해 “내가 신에게 부탁해 그대의 형상을 다시 만들고 뼈와 살을 더해 세상에 돌려보내고자 하는데 그렇게 하겠는가?”하고 물었다. 해골은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가 말했다. “내 무엇 때문에 임금의 즐거움을 버리고 다시 인간의 괴로움을 가지려 할 것인가?”라며 거절했다.

중년의 여성이나 나이든 노인이나 이미 세상을 뜬 사람이나 한 때 잘나가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막상 그날로 돌아가겠냐고 물으면 고개를 저었다. 지금 이대로가 더 좋은 것이다.

살며 겪었던 크고 작은 일들 모두가 지나고 보면 하나의 점이다. 앞으로 다가올 일 또한 그렇다. 공연히 지난날을 후회한다든가 앞날을 두려워하며 신이 주신 지금 이 순간을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되겠다. 먼저 살았던 사람이 뒤에 오는 사람에게 전해주는 지혜다.

아름다운 인생학교 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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