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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이재웅 ‘착한 펀드’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최태원(左), 이재웅(右)

최태원(左), 이재웅(右)

SK그룹과 산업은행, 이재웅 쏘카 대표가 국내 최대 규모(500억원) 임팩트 투자펀드를 결성했다. ‘사회적 가치’를 강조해온 최태원 회장의 SK그룹과 일찌감치 소셜벤처에 주목한 벤처 1세대 이재웅 대표, 국내 최대 정책금융기관 산업은행이 손잡고 소셜벤처를 키우겠다고 나선 것이다. 임팩트 투자란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교육·기후변화·도시문제 같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회적기업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 투자다.

산은도 200억 출자 총 500억 규모 #교육·건강 기여 스타트업에 투자

7일 SK그룹과 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서울 서린동 SK사옥에서 주요 출자자가 모여 ‘YD-SK-KDB 소셜밸류 투자조합’ 결성식을 갖고 펀드 운용을 시작했다. 이번 펀드는 임팩트 투자를 신규 정책금융으로 고려하던 산업은행이 이 분야 전문 투자사인 옐로우독에 연락을 했고, 오랫동안 사회적 기업 생태계를 육성해온 SK그룹과 의기투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KDB산업은행이 200억원을 출자했고, SK그룹이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행복나래가 100억원을, 포털 다음을 창업한 ‘벤처 1세대’ 이재웅 쏘카 대표가 80억원을 출자했다. 이외에 펀드 공동 운용사인 임팩트투자 전문 벤처캐피탈 옐로우독과 사모펀드(PE) 운용사 SKS PE가 각각 20억원을 출자해 총 420억원이 모였다. 옐로우독과 SKS PE는 내년 초까지 80억원을 더해 최종 500억원 규모로 펀드를 운용할 예정이다.

펀드의 투자 대상은 질 높은 교육, 건강과 웰빙, 지속가능한 도시, 기후변화 대처 등 유엔(UN)이 규정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17개에 기여하는 소셜벤처가 될 예정이다.

펀드 설정액이 큰 만큼 개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액도 50억원 이상씩 가능해 소셜벤처의 스케일업(Scale-up·규모 확대)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제현주 옐로우독 대표는 “국내 소셜벤처를 지켜보니 창업 초기를 벗어나 더 큰 규모의 펀딩을 받아 사업을 키워야 할 단계인 기업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임팩트 투자는 재무적 수익을 내는 동시에 투자 대상 기업의 사회적·환경적 성과를 측정해 펀드의 성과로 반영하는 점에서 일반 벤처투자와 차이가 있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글로벌 임팩트 투자 운용자산 규모는 2013년 460억 달러에서 지난해 2390억 달러로 5배 이상 증가했다. 국내에선 이재웅 쏘카 대표가 2016년 자본금 200억원으로 국내 첫 임팩트 투자 전문 벤처캐피탈 옐로우독을 설립하면서 본격화됐다. 일부 자산가나 대기업의 사회공헌이 아니라, 민간 자본의 투자를 통해 소셜벤처를 키우자는 취지에서다. 이재웅 대표는 이날 오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이번 펀드는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여서 새로운 변화의 의미 있는 시작이 될 것”이라며 “변화는 꿈꿔야 하고 변화가 일어나야 그나마 사회의 지속가능성이 커진다”고 밝혔다.

대기업 중에서 SK그룹이 사회적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을 오래 고민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그동안 “투자한 사회적 기업이 성장해 자금이 회수되고, 또 다른 사회적 기업에 투자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앞서 SK그룹은 KEB하나은행과 조성한 110억원 규모의 1호 펀드를, 신한금융그룹과 200억원 규모의 2호 펀드를 만든 바 있다. 이날 투자조합 결성식에 참석한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은 ”사회적 기업의 재무성과와 사회 성과가 주류 자본시장에서 인정받고,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벤처기업들의 자생적인 생태계가 구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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