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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영입설 이어 모병제···민주당·민주연구원 왠지 엇박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6일 밤 9시 갑자기 ‘모병제’가 네이버 실시간 검색순위 10위로 떠올랐다. 한 언론사에서 민주당 부설 정책연구원인 민주연구원이 모병제를 총선 공약으로 추진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온라인판에 게재하면서 생긴 일이다.

최근 연구원발 모병제, 채동욱 영입설 논란

7일 배포한 ‘정책브리핑’ 에서 민주연구원은 “2025년부터 군 징집인원이 부족해 징병제를 유지하고 싶어도 유지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단계적으로 모병제로 전환해 군가산점 역차별 논란이나 병역기피 논란 등 사회적 갈등을 원천적으로 해소하고 경제효과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자료에서 연구원은 모병제가 김영삼 정부 때부터 수차례 검토돼 왔다는 사실, 세계적으로 모병제 채택 국가가 더 많다는 사실 등을 강조하기도 했다. 당에서는 양정철 원장의 관심과 의지가 담긴 발표라는 해석이 나왔다.

향후 20년간 예상 징집·복무인원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향후 20년간 예상 징집·복무인원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러나 민주당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아이디어 차원이다. 연구원 의견도 당 정책위가 승인해야 공약이 되는 것이다”(6일 민주당 정책위원회 관계자), “검토가 예정된 것도 아니다”(7일 이인영 원내대표), “문제제기 해봐야 한다는 취지이지 공약으로 하긴 좀 어렵지 않겠느냐”(7일 이해식 대변인) 등의 말이 나왔다.

“총선 승리의 병참기지 역할을 하겠다”며 지난 5월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양 원장의 최근 행보가 당의 움직임과 엇갈린 듯 보일 때가 있다.

지난 10일에는 신현수 전 국가정보원 기조실장과 함께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만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 내부엔 ‘채동욱 군산 공천설’이 급부상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통하는 카드가 필요하다는 내부의 의견과 양 원장이 지난 총선 당시 박근혜 정부의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의원을 영입한 일화 등이 맞물리면서 정치적 의미가 부여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채 전 총장이 전 정부의 피해자인 것은 맞지만 혼외자 의혹 제기 당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이미지가 좋지 않다”(수도권 초선 의원), “잊혀진 논란만 되새김질하게 될 뿐 본인과 당에 다 이롭지 못하다”(총선기획단 관계자)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양정철 원장, 김경수 경남지사,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28일 경기도 수원에서 만찬 회동을 했다. [민주연구원 제공]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양정철 원장, 김경수 경남지사,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28일 경기도 수원에서 만찬 회동을 했다. [민주연구원 제공]

지난달 28일 김경수 경남지사,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회동도 뒷말을 낳았다. 양 원장의 제안으로 성사된 이 모임에는 원래 전해철 의원도 참석하려다 국회 일정 때문에 빠졌다고 한다. 양 원장의 동선을 좀처럼 외부에 노출하지 않던 민주연구원은 이례적으로 세 사람이 어깨동무하고 찍은 사진을 언론에 제공하며 취재에 적극 협조했다. 지난 대선 후보 경선과 경기지사 후보 경선 과정에서 쌓였던 앙금을 걷어내고 화합을 강조하려는 모양새를 드러낸 것이지만 여기에 대해서도 당에선 말이 나왔다. 수도권 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의미 있는 만남이고 풀어야 할 것도 많은 게 사실이지만 외부로 사진을 제공했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며 “양 원장의 존재감이 세게 드러나면서 만남의 진정성에 불필요한 오해를 샀다”고 지적했다.

양 원장이 당연직으로 총선기획단에 합류하면서 그의 한 걸음 한 걸음에 주목하는 눈은 더 늘어나고 있다. 윤호중 총선기획단장은 6일 진행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양 원장의 역할에 대해 “연구원은 미래 정책을 연구하고 축적해오고 있다. 이를 기획단에 수렴하고 총선 준비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재영입 부분에서 그의 역할에 대해서도 윤 단장은 “인재영입위를 직접 총괄하기로 한 이해찬 대표 지시가 있으면 당연히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임장혁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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