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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찬성파 구호까지 쓰며 이민 정책 강화한 프랑스

중앙일보

입력

프랑스 파리 고가 밑에 이민자가 사용하는 텐트가 설치돼 있다. [AP=연합뉴스]

프랑스 파리 고가 밑에 이민자가 사용하는 텐트가 설치돼 있다. [AP=연합뉴스]

프랑스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하자며 영국에서 나왔던 구호까지 내걸고 이민 문을 좁히겠다고 나섰다. 에두아르 필리페 총리가 “우리는 이민 정책 결정권한을 되찾고 싶다"고 말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이민자 유입에 관대했던 프랑스는 내년 여름부터 EU 이외 나라 출신 이민자에 대해 지역과 직종에 따른 ‘쿼터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내년 여름부터 EU외 국가 출신 이민쿼터제 #지역·직종 수요 따져 비자 발급 조절키로 #필리페 총리 "이민정책 결정권 되찾을 것" #극우 압박 무마하고 보수층 품으려는 듯

 BBC 등에 따르면 필리페 총리는 6일(현지시간) “프랑스가 이민 정책을 결정할 권한을 되찾는 것은 불법 이민이나 망명을 악용하는 행위와 싸우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유럽 재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페 총리의 이민 정책 결정권 회복 발언은 2016년 영국에서 국민투표를 앞두고 브렉시트 찬성파가 쓴 표현이다.

에두아르 필리페 프랑스 총리가 극우의 압박을 희석하기 위해 이민 정책 결정권을 되찾겠다고 발표했다. [AFP=연합뉴스]

에두아르 필리페 프랑스 총리가 극우의 압박을 희석하기 위해 이민 정책 결정권을 되찾겠다고 발표했다. [AFP=연합뉴스]

 뮈리엘 페니코 프랑스 노동장관은 전날 현지 방송에 나와 "특정 산업에 자격을 갖춘 인력이 얼마나 부족한 지 매년 파악해 수요만큼만 채용하겠다는 것"이라며 “캐나다나 호주에서 실시중인 제도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호주는 전문가인지 여부와 이민자 개인별 특성에 따른 점수제를 운영한다. 캐나다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비자의 숫자에 제한을 두는 형태로 특정 직종이나 직업에 대한 이민 쿼터제를 시행한다고 BBC는 전했다.

 프랑스에서는 특정 직업에 왜 프랑스 국민을 채우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해야 EU 외부 출신 노동자를 채용할 수 있다. 건설업, 호텔, 식당 등에선 저임금 노동자를 구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정보기술(IT)이나 엔지니어링 산업 분야에서는 고급 인력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연간 이민 노동자 3만3000명에게 비자를 주고 있다.

이민 정책 결정권을 되찾자는 구호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등 브렉시트 찬성파가 2016년 국민투표를 앞두고 썼던 표현이다. [AFP=연합뉴스]

이민 정책 결정권을 되찾자는 구호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등 브렉시트 찬성파가 2016년 국민투표를 앞두고 썼던 표현이다. [AFP=연합뉴스]

 이민 비자를 받아 프랑스로 들어오는 비율이 전체 이주자의 13%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번 쿼터제는 "이민에 관대한 정부"라는 극우의 비난을 희석하려는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프랑스는 다른 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불법 이민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폐쇄적인 이민 정책을 펴라고 요구하는 극우 진영 마린 르펜으로부터 압박을 받아왔다.

 보수층 유권자를 잡기 위해 프랑스 정부는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갖지 않은 이들에게 제공하는 의료 보호 혜택도 줄이기로 했다. 불법 이민자의 경우 의료 보호 혜택을 주는 기간을 1년에서 6개월로 줄인다. 파리 북동부에 있는 이민자 텐트촌도 연말까지 철거하기로 했다. 유럽에 이민자가 대량으로 몰려든 2015년 이후 유럽 여러 나라는 이민 정책을 강화해왔다.

리비아 해안에서 구출된 이들이 이탈리아 항구에 도착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마테오 살비니 내무부 장관 시절 난민 구호선의 입항을 허용하지 않았었다. [EPA=연합뉴스]

리비아 해안에서 구출된 이들이 이탈리아 항구에 도착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마테오 살비니 내무부 장관 시절 난민 구호선의 입항을 허용하지 않았었다. [EPA=연합뉴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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