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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쌍둥이도 몰살되자···트럼프 "마약 카르텔 쓸어버려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5일(현지시간) 멕시코 북부의 무차별 총격 사건이 벌어진 현장에서 피해자 가족들이 불에 탄 차량을 보고 오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멕시코 북부의 무차별 총격 사건이 벌어진 현장에서 피해자 가족들이 불에 탄 차량을 보고 오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멕시코 북동부에서 미국 국적을 가진 일가족이 무차별 총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마약 카르텔을 지구에서 쓸어버려야 한다"며 분노를 쏟아냈다.

멕시코 북부 이동 중 일가족 참사 #최소 9명 숨져…이 중 6명은 어린이 #트럼프 "괴물들 제거 돕겠다" 제안 #멕시코 대통령은 "독립적으로 대처"

이날 로이터통신은 미국과 멕시코 국적을 모두 가진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몰몬교) 신자 일가가 지난 4일 오후 멕시코 북동부 치와와주(州)에서 인근인 소노라주(州)까지 차를 몰고 가다가 총격을 받아 적어도 9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총격을 받은 이들은 로니타 밀러(30) 등 여성 3명과 자녀 14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를 당한 일가족은 미국 몰몬교의 분파인 ‘콜로니아 르배런’ 공동체에 속해 있는 이들이다. BBC에 따르면 르배런 공동체는 1890년 몰몬교가 공식적으로 일부다처제를 금지하자 20세기 초 멕시코 북부에 정착한 이들이 모여 살던 곳이다. 사건 당일 피해자들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석 대를 이용해 집단으로 이동한 이유는 안전 문제 때문이었는데, 매복 중이던 괴한들에 의해 변을 당했다. 숨진 이들 중에는 6개월 된 쌍둥이와 8살, 10살 등 어린이 6명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어린이 1명은 실종된 상태다.

지난 4일(현지시간) 멕시코 북부 지역을 이동하다 괴한들에 의해 무차별 총격을 당한 '르배런 커뮤니티' 일가의 스포트유틸리티(SUV) 차량. [AFP=연합뉴스]

지난 4일(현지시간) 멕시코 북부 지역을 이동하다 괴한들에 의해 무차별 총격을 당한 '르배런 커뮤니티' 일가의 스포트유틸리티(SUV) 차량. [AFP=연합뉴스]

사건 발생 직후 알폰소 두라소 멕시코 치안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총격범들이 대형 SUV를 라이벌 조직으로 오인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피해자 가족 측의 주장은 다르다. 유가족 측은 이번 사건이 보복살해일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증언이 나와 앞으로의 수사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피해자 가족 중 한 명인 알렉스 르배런은 CNN과 인터뷰에서 "가족들이 치와와 지역의 마약 카르텔과 충돌을 빚었으며 이날도 안전을 우려해 함께 차를 타고 이동했다"고 전했다. 2009년 알렉스의 동생 에릭 르배런이 카르텔에 납치됐다 무사히 돌아온 일이 있는데, 그 뒤 큰형 벤자민 르배런이 마약 조직 폭력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다 괴한들에 의해 살해당했다는 내용이다.

5일(현지시간) 멕시코 북부에서 벌어진 총격사건을 보고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마약 카르텔을 쓸어버려야 할 때"라며 밝혔다. [트위터 캡처]

5일(현지시간) 멕시코 북부에서 벌어진 총격사건을 보고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마약 카르텔을 쓸어버려야 할 때"라며 밝혔다. [트위터 캡처]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멋진 가족과 친구들이 서로를 향해 총질을 하는 두 악랄한 마약 조직 사이에 끼어 어린아이들이 죽고 일부는 실종됐다"며 "이 괴물을 제거하는 데 멕시코가 도움을 요청한다면 미국은 기꺼이 개입할 수 있으며 이 일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은 "마약 카르텔은 너무 크고 강력해져서 이들을 물리치기 위해 군대가 필요할 때가 있다!"며 "위대한 새 (멕시코) 대통령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가족 피살 사건에 분개한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에 마약 카르텔 소탕 작전을 펼 것을 요청하며 미국도 군사 개입까지 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러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 매우 감사한다"면서도 "우리는 헌법과 독립 및 주권에 따라 이 사건을 독립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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