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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17 대표팀 ‘작은 수문장’ 신송훈, 빛광연 같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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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17 축구대표팀 수문장 신송훈(등번호 1번)이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U-17 축구대표팀 수문장 신송훈(등번호 1번)이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17세 이하(U-17) 월드컵 16강전은 골키퍼 신송훈(17ㆍ광주)의 독무대였다. 앙골라의 후반 막판 슈팅 공세를 동물적인 반사 신경으로 방어한 신송훈의 선방쇼를 앞세워 한국이 8강에 올랐다.

한국은 6일 브라질 고이아니아의 에스타지우 올림피쿠에서 열린 2019 브라질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16강전에서 전반 33분에 터진 최민서(17ㆍ포항)의 선제골을 끝까지 잘 지켜 1-0으로 이겼다. 한국이 이 대회에서 8강에 오른 건 지난 1987년과 2009년 이후 세 번째이자 역대 최고 성적이다.

후반 들어 파상 공세를 펼친 앙골라를 맞아 체력이 떨어진 우리 선수들의 대응이 반 박자씩 늦어 여러 차례 위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신송훈의 눈부신 수퍼 세이브가 이어지며 숨을 고를 수 있었다.

 후반 39분 상대 역습을 방어하는 상황에서 문전에서 이뤄진 헤딩 슈팅을 반사적으로 몸을 던져 쳐냈다. 후반 종료 직전 중거리 슈팅도 훌쩍 뛰어 손끝으로 걷어냈다. 아찔한 실점 위기를 넘기고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신송훈의 냉정함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신송훈은 여러모로 특이한 골키퍼다. 신장이 1m80cm로, 수문장치고는 작은 편이다. 백업 골리 이승환(1m86cm), 김준홍(1m87cm)과 견줘 목 하나 정도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주전으로 나서는 건 특유의 반사 신경과 스피드가 체격의 열세를 만회하고도 남는다는 코칭스태프의 판단 때문이다.

 앙골라전을 앞두고 페널티킥 연습에서 선방쇼를 펼치는 신송훈. [연합뉴스]

앙골라전을 앞두고 페널티킥 연습에서 선방쇼를 펼치는 신송훈. [연합뉴스]

카리스마도 남다르다. 이번 대회 김정수호의 캡틴 역할을 맡아 동료들을 이끌고 있다. 경기에 집중하면 눈빛이 달라진다. 동갑내기 동료들 사이에서 ‘무섭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광주 FC 유스 금호고에서 함께 뛰는 엄지성은 “카리스마가 워낙 뛰어나 가끔은 무섭기도 하다”면서 “여러모로 모범이 되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신송훈의 활약은 지난 6월 폴란드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이끈 ‘빛광연’ 이광연(20ㆍ강원)과 여러모로 닮았다. 작은 키를 극복한 판단력과 순발력,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는 집중력은 김정수호 8강행의 비결로 꼽힌다.

어지간해선 감정 변화가 없는 신송훈이 눈물을 펑펑 흘린 순간도 있었다. 프랑스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1-3으로 패한 뒤 서동명 골키퍼 코치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포착됐다. 프랑스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 후보로 손꼽히는 강호지만, 신송훈은 어떤 팀과의 대결에서도 패배를 용납할 수 없었다. 특유의 승부근성을 읽어낼 수 있는 장면이다.

신송훈은 출국 전 기자회견에서 “(이)광연이 형도 저처럼 키가 크지 않은데 U-20 월드컵에서 놀라운 경기력을 보여줬다”면서 “나도 광연이 형처럼 7경기(결승전까지 치른다는 의미)를 하고 돌아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프랑스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1-3으로 완패한 직후 분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는 신송훈. [연합뉴스]

프랑스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1-3으로 완패한 직후 분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는 신송훈.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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