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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관병들 썩은 토마토 맞아" 박찬주 해명과 다른 부인 공소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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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한국당의 영입 추진 보류와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한국당의 영입 추진 보류와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영입을 추진하다 보류한 박찬주 전 육군대장은 4일 다시 불거진 ‘공관병 갑질’ 의혹에 대해 “부모가 자식 나무라는 것을 ‘갑질’이라고 할 수 없다” “부모가 자식을 나무라는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박찬주 "증거도, 증인도 없는 일방적 진술" #"정당한 경선 통해 유권자 선택 받을 것"

하지만 지난 4월 폭행·감금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장의 부인 전모씨 공소장에는 전혀 다른 내용이 적혀 있었다. 5일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전씨의 공소장에는 의외의 내용들이 나열돼 있었다.

공관병에게 썩은 토마토·천혜향·부침개 던져

전씨의 공소장에 등장하는 피해자는 총 세명이다. 2014년 봄부터 2015년 가을까지 공관병으로 일했던 당시 20대 젊은이들이다.

공소장에 가장 먼저 피해자로 등장하는 박모(25)씨는 전씨에게 ‘썩은 토마토’로 맞았다. 2014년 5~6월경 전씨는 박씨가 토마토를 잘못 관리했다며 “썩은 토마토는 우리한테 주지 말고 너나 먹어라”라며 그 토마토를 박씨에게 던졌다. 같은 해 여름에는 박씨가 한 요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물컵의 물을 박씨 얼굴에 뿌리고 팔뚝과 등을 때리기도 했다.

두 번째 피해자인 김모(24)씨에게는 ‘곰팡이 핀 천혜향’을 던졌다. 2015년 2월 말쯤 전씨는 김씨가 관리를 잘못해 천혜향에 곰팡이가 폈다며 김씨에게 천혜향을 던져 팔에 맞췄다.

마지막 피해자인 이모(29)씨는 부침개로 맞았다. 2015년 5월쯤 전씨는 이씨가 박 전 대장의 둘째 아들에게 부침개를 챙겨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가 이거 챙겨주라고 했잖아”라고 소리치며 부침개 봉지를 이씨 얼굴에 던졌다. 한달 전인 2015년 4월에는 호출한 이씨가 늦게 왔다는 이유로 “굼벵이 XX도 아니고 왜 늦냐. 한번만 더 늦으면 영창 보낸다”며 호출벨을 집어 던지기도 했다.

특히 이씨는 베란다에 ‘감금’되기도 했다. 2015년 가을 무렵 키우던 화초가 냉해를 입자 전씨는 이씨에게 “너도 똑같이 빨개 벗겨놓고(발가 벗기고) 물 뿌려서 밖에 두면 얼어죽지 않겠느냐”고 말한 뒤 이씨를 발코니 밖에 세워두고 문을 잠가 1시간 동안 집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박찬주 "부인은 기억 못 해…공관병 진술 신뢰 어려워"

기소된 전씨는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부인의 혐의에 대해서 박 전 대장은 “공관병의 진술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박 전 대장은 “제 아내는 (혐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며 “공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미스럽게 떠난 공관병의 진술이기 때문에 그 진술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갑질 의혹’을 폭로한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을 무고와 명예훼손으로 고발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박 전 대장은 5일 CBS 라디오를 통해서 "증거도, 증인도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인 진술로 이뤄진 것"이라며 "임 소장의 활동을 보면 인권을 가장했을 뿐 정치, 이념 편향적이고 비이성적이고 다른 사람의 인권을 짓밟는 이중성에 분노를 나타낸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4일) 기자회견에서는  "지금까지 의혹으로 제기돼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켰던 사안들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며 "뭐 하나 혐의가 나온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어쩔 수 없이 한 공간에 살면서 갈등이 있을 수도 있고 공관의 위생관리가 미흡하다거나 공관관리가 미흡하면 질책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하지만 부모가 자식을 나무라는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밝혔다.

아내의 혐의에 대해서도 "만약 이런 일이 있었다면 어떤 경로로든 체크가 되었을 것"이라며 "군인권센터는 군대의 질서와 군기를 무너트리는 잘못된 활동을 즉각 중단하고 해체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인권센터 측은 “공관병이 거짓 진술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2017년 말 피해 공관병들의 언론 인터뷰를 주관했으며, 지금까지도 꾸준히 피해 공관병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고 밝혔다.

박찬주 전 대장 공관병으로 근무했던 군인권센터 제보자 A씨가 지난 2017년 모처에서 취재진과 이야기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박찬주 전 대장 공관병으로 근무했던 군인권센터 제보자 A씨가 지난 2017년 모처에서 취재진과 이야기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군인권센터 측은 “피해 공관병들은 사회 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는 데다가 ‘더 이상 박찬주와는 엮이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직접적인 인터뷰는 거절하고 있다”며 “박 전 대장은 진술 신빙성이 의심된다고 하지만, 이미 전역까지 하고 성실히 사회생활 하는 사람들이 무슨 이유로 없는 사실을 지어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군인권센터 측은 “최근에도 피해 공관병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박 전 대장의 정계 입문 소식을 듣고 하나같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한편 박 전 대장은 5일 "인재 영입이란 행사가 없었을 뿐이지 정상적으로 입당해 경선을 통해 유권자 선택을 받는 데는 아무런 제한 사항이 없다"며 "정당한 경선을 통해 천안에서 유권자 선택을 받겠다. 그렇게 해서 한국당에 어떤 보탬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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