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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만큼 무섭다는 ‘마마’ 천연두…200년 전 치료법 안동 고택서 찾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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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조선시대 마마(천연두) 의료서인 보적신방. [사진 한국국학진흥원]

조선시대 마마(천연두) 의료서인 보적신방. [사진 한국국학진흥원]

조선 시대에 가장 무서웠던 것은 호환과 마마였다. 호환은 호랑이에게 화를 입는 것이고, 마마는 천연두로 불리는 전염병이다. 특히 마마는 전염성과 사망률이 높아 조선 시대 공포의 질병이었다. 치료 약이 없어 그저 낫기를 기다리거나 물을 떠놓고 기도하는 정도가 치료법으로 알려져 왔다. 이 마마의 증상과 해독법 등을 전문적으로 다룬 의료서가 확인됐다. 최근 경북 안동의 한 고택에서 200여년 된 의료서 『보적신방(保赤神方·사진)』이 발견되면서다.

『보적신방』에 원인·해독법 담겨

한국국학진흥원은 5일 “경북 안동시 임하면 금포고택 문중(예천 임씨)이 기탁해온 조선 시대 한국학 관련 고서적들 가운데 마마 전문 의료서인 『보적신방』이 나왔다”고 밝혔다. 조선 시대 의료서 가운데 다른 질병과 함께 마마의 증상·치료법 등을 다룬 의료서는 간혹 발견됐지만, 마마만 전문적으로 다룬 의료서는 이례적이다.

가로 7㎝ 세로 19㎝ 크기의 한지 60쪽 분량인 『보적신방』은 1806년에 쓰인 것으로 추정됐다. 퇴계학파 학자인 권방(1740∼1808)이 쓴 서문이 책 첫 장에 붙어 있어서다. 권방은 서문에서 “갓난아이를 돌보듯 하면 병은 자연히 치료될 것이다”고 했다.

저자는 당시 중인 신분에 속한 전의감 직장을 지낸 의원 변광원이다. 그는 마마의 원인과 예방법·해독법, 임상을 통한 경험을 상세히 담았다. 변광원은 책에서 “마마에 걸리더라도 부족한 정기를 보충해 질병의 기운을 줄이면 몸이 조화를 이뤄 병이 스스로 물러난다”고 했다.

마마의 증상에 따라 치료해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마마의 치료에서 열병과 종창의 두 분야에 유의해야 한다”면서 “마마는 오장 가운데 비장의 기능을 든든하게 하고 생기를 충족한다면 고치지 못할 걱정이 없다”고 했다. 마마와 관련한 식이요법과 증상, 마마를 해독하는 약재를 다룬 탕약 치료방법 등도 자세하게 담았다.

임노직 한국국학진흥원 자료부장은 “속담에 ‘마마가 앞에 오고, 마진(홍역)은 뒤에 온다’는 것이 있는데, 책엔 마진의 근원과 증세, 치료법을 요즘 의료서처럼 보충설명으로 해놓았다”며 “이 의료서를 더 연구할 방침이다”고 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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