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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제가 엄친딸?” 호쾌하게 웃는 이하늬의 자신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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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하늬.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이하늬.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엄친딸이요? 아직도 제게 그런 이미지가 남아 있나요? (웃음) 저 사실 아무것도 없어서 엄청 노력해야 해요. 이번엔 경제 용어도, 영어 대사도 쓰던 단어들이 아니어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로 나오지만, 김나리가 그런 거지, 전 개뿔도 몰라요. (웃음)”

‘극한직업’‘열혈사제’ 성공 이어 #신작 ‘블랙머니’ 수퍼엘리트 변신 #“역할이란 선물처럼 오는 것”

오는 13일 개봉하는 영화 ‘블랙머니’(감독 정지영)의 이하늬가 이렇게 ‘쿨’한 배우인지 몰랐다. 지난달 31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마주 앉았을 때 무얼 물어도 거리낌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올 초 1600만 관객이 든 ‘극한직업’과 드라마 ‘열혈사제’까지 이어진 ‘걸크러쉬’ 면모 그대로였다.

‘블랙머니’는 ‘하얀전쟁’ ‘부러진 화살’의 정지영(73) 감독이 외환위기 이후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된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극화한 영화다. 거대 금융비리를 파헤치는 좌충우돌 열혈 평검사 양민혁(조진웅)이 극을 이끄는 가운데 이하늬는 그와 대립하고 협력하기도 하는 국내 최대 로펌 소속 변호사 김나리를 맡았다.

“양민혁이 ‘저런 검사가 있다면’ 싶은 수퍼히어로 느낌이라면 김나리는 그와 완전히 대비되는 냉철하고 심박수가 차분한 캐릭터죠.”

외환은행 매각 사건을 다룬 영화 ‘블랙머니’의 열혈 검사 양민혁(조진웅)과 냉철한 변호사 김나리(이하늬).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외환은행 매각 사건을 다룬 영화 ‘블랙머니’의 열혈 검사 양민혁(조진웅)과 냉철한 변호사 김나리(이하늬).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블랙머니’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보다 정 감독과 같은 소속사 배우 조진웅에 대한 신뢰 때문. 특히 정 감독에 대해 “영화 ‘부러진 화살’ 등 실화를 묵직한 에너지로 풀어가는 게 대단하다”고 말했다. “이번 시나리오도 받았을 때부터 완성도가 꽉 찬 느낌이었어요. 허구 인물인데도 실화 무게감에 캐릭터 폭이 굉장했고요.”

김나리는 전직 총리 이광주(이경영) 등 고위 관료와 친분이 두터운 학자 집안 딸로 나온다. 서울대 출신의 ‘엄친딸’ 이하늬와 겹치는 배경이다. 그의 아버지는 국가정보원 2차장을 지냈고 어머니 문재숙씨는 주요 무형문화재 23호 가야금 산조 및 병창 보유자(이화여대 교수 정년퇴임). 이런 배경이 캐릭터 이해에 도움이 됐는지 묻자 “전혀 상관없다. 캐릭터 단서들은 시나리오에 명확히 있어서 거기에 집중했다”며 다음과 같이 이어갔다.

“저도 영화 덕분에 알게 됐지만 론스타-외환은행 문제가 아직 끝난 게 아니에요. 내년에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결과가 나오는데 이게 국가 패소율이 99%가 넘는데요. 그럼 한국이 5조원 정도를 물어줘야 하는데, 다 세금이잖아요. 많은 분께 알리고 싶어요.”

그가 금융스릴러라는 다소 무거운 장르를 택할 수 있던 원동력엔 연초 ‘극한직업’의 대성공이 큰 힘을 미쳤다. “그때가 연기적인 부분에서 갈증 많고 배우로서 방황하고 있을 땐데, 만나고 보니 저 포함 다섯 명 모두가 절박한 타이밍인 거예요. 여배우로서 모든 걸 다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서로 잘 되라는 마음으로 밀어주고 도운 게 통했나 봐요.”

드라마 ‘파트너’(2009)로 연기 데뷔한 지 만 10년. 이제 이하늬의 눈은 세계로 향하는 중이다. 지난해 미국 최대 에이전시인 윌리엄 모리스 엔데버(WME) 등과 계약했다. 차기작은 김지운 감독이 프랑스에서 연출하는 드라마 ‘클라우스 47’. 프랑스 정계를 뒤흔든 대만 무기 로비스트 실화가 바탕이다. 제작 일정을 기다리는 동안 전공을 살려 가야금 듀오 ‘야금야금’ 앨범을 낼 생각. 15만명이 구독하는 유튜브채널 ‘하늬모하늬’에도 한창 재미를 붙이고 있다.

“플랫폼이 다각적으로 열리고 있으니까 글로벌하게 가능성을 열어놓는 거죠. 여배우로서 후배들을 위해 해야 할 몫이기도 하고. 조급하게는 생각 안 해요. 역할이란 게 연기하고 있으면 선물처럼 온다는 걸 너무 잘 알거든요.”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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