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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업어주겠다”던 스타트업 대표, 박영선·박용만과 ‘치맥’

중앙일보

입력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5일 서울 종로구 한 치킨집에서 스타트업 대표들과 만나 맥주잔을 부딪치고 있다. [뉴스1]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5일 서울 종로구 한 치킨집에서 스타트업 대표들과 만나 맥주잔을 부딪치고 있다. [뉴스1]

“정치권에서 싸우는 것은 좋은데, 경제 현장의 기업은 기다리고 있다. 싸우더라도 법안 처리는 먼저 해줬으면 좋겠다.”(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맥주잔을 부딪쳤다. 7명의 스타트업 대표도 함께했다.

박용만 “정치권 싸워도 기업 법안은 먼저 처리해야” #박영선 “타다 기소한 검찰, 변화하는 세상도 봐야”

 중기부와 대한상의는 5일 오후 8시 서울 종로구의 한 치킨집에서 ‘P2P(개인 간 거래) 금융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축하하며 ‘스타트업 치맥 미팅’ 행사를 열었다. P2P 금융법은 개인 간 대출 등 금융 거래의 법적 근거와 요건을 명시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로, 지난달 31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P2P 금융법이 탄생하면서 그동안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온라인 대부업’ 딱지를 달고 있던 스타트업들이 정식 온라인 투자연계 금융업으로 제도권 안에 들어가게 됐다.

 이날 미팅에서 P2P 대출 스타트업 렌딧의 김성준 대표는 박 회장의 어깨에 손을 올리기도 하며 기쁨을 표현했다. 김 대표는 지난달 31일 P2P 금융법 통과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업계 전체에 영웅이 된 박 회장을 꼭 한번 업어주겠다”고 적었다. 박 회장은 P2P 금융법 통과를 위해서 이번 20대 국회에만 5차례 국회의사당을 찾았다.

 박 장관과 박 회장, 7명 스타트업 대표는 시종일관 웃음을 머금은 표정이었지만, 테이블에서는 정치권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박 회장은 “정치권에서 ‘(국회) 보이콧한다’는 소리만 들려도 조마조마했다”고 말했다. 박영선 장관은 “박 회장은 지난 7월에도 스타트업 관련 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의원들에게 설득하기 위해 국회 안을 7km나 돌아다녔다. 그날 밤 11시까지 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리는 모습도 지켜봤다”며 “박 회장은 세계 최초로 P2P 금융법을 탄생시킨 대부”고 했다. 렌딧 김 대표는 “덕분에 국내외 여러 금융회사에서 다양한 제안이 많이 온다. 본격적으로 시장이 열릴 것 같다”고 말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국내 스타트업 환경과 규제에 대해 박 장관은 “취임한 뒤 7개월여 동안에도 너무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앞으로 이 변화를 어떻게 다 좇아갈 수 있을까 겁이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앞서 중기부는 스타트업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업종요건을 ‘네거티브(일단 허용, 예외 불가) 규제’로 바꿔 새롭게 생겨나는 정보기술(IT) 융합 업종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이에 박 회장은 “그래서 규제를 풀어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사업을 벌여도 모두가 변화를 따라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 회장은 지난 9월 “우리 경제는 버려지고 잊힌 자식이 된 것 같다”며 정치권을 비판했다. 이날 치맥 미팅을 마친 뒤 박 장관은 박 회장의 과거 발언과 관련해 “오늘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난 것부터 앞으로 (경제가) 어떻게 나갈지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를 위반했다는 혐의로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를 기소한 검찰에 대해 “검찰도 전통적 의미의 법만 보지 말고, 변화하는 세상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날 행사에는 P2P 금융법 통과로 규제 사각지대에서 벗어난 업체 대표를 비롯해 공유주방 허용, 중소기업 정책 지원 대상 네거티브제 전환의 혜택을 받게 된 스타트업 대표 7명이 참석해 그동안의 성과를 축하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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