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전 세계가 해조류를 건강과 환경에 이로운 식량 자원으로 선정하고 ‘바다의 채소’ ‘미래 먹거리’로 주목하고 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지난 9월 6일자에 ‘한국이 지구를 해조류를 먹는 곳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다시마·미역 등의 해조류를 건강과 지구 환경 변화를 위해 필요한 미래 먹거리로 소개하면서 전남 완도의 김·다시마 양식장과 신안의 김 가공공장 등을 취재한 내용과 함께 특히 한국 해조류의 효능에 주목했다. 아마존이 인수한 유기농 식품체인 홀푸드마켓 역시 작년과 올해의 식품 트렌드로 해조류를 연속 선정했다.
11월 파래, 12월 톳…제철 식재료
국내에선 지난 7월 ‘해조류 섭취가 많을수록 대장암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김정선 교수와 김지미 대학원생 연구팀은 국내 대장암 환자 923명과 건강한 대조군 1846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김·미역·다시마 등을 포함한 해조류 총 섭취량이 가장 많은 그룹은 적은 그룹과 비교해 대장암 발생 위험이 35% 떨어진다는 것을 알아냈다. 특히 다시마와 미역은 각각 대장암 발생 위험을 42%, 18% 낮추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정선 교수는 “해조류가 필수영양소 뿐만 아니라 생리활성물질인 푸코이단, 푸코잔틴 등을 함유하고 있어 대장암 예방에 효과를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루 또는 일주일 단위로 정확한 양을 말하긴 어렵지만 다시마·미역 등의 해조류를 적당히 꾸준히 먹으면 대장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르몽드가 주목한 것처럼 한국의 해조류는 종류도 다양하고 생산 시기와 가공법, 지역과 품종에 따라 맛·향·식감이 다르다. 김은 3월, 미역은 4월, 다시마는 6~7월, 파래는 11월, 톳은 12월이 제철이다. 다만, 우리도 해조류를 먹는 방법은 매우 한정적이었다. 밥을 싸 먹거나, 국을 끓이거나, 육수 재료로 이용하고,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무쳐 먹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몸에 좋은 해조류를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샘표 우리맛연구소’와 ‘온지음 맛공방’이 개발한 해조류 레시피들을 소개한다. 우리맛의 가치를 재발견하기 위해 5년째 연구중인 샘표 우리맛연구소의 30여명 팀원들은 지난 1년 동안 180여 종의 해조류 140kg을 직접 먹어보고 150여 가지 레시피를 개발했다. 최정윤 팀장은 “해조류가 가진 단맛과 감칠맛을 살린 조리법과 본연의 짠 맛을 잘 활용하면 조리 시 소금이나 액젓 사용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전통문화연구소 ‘온지음 맛공방’은 조선 시대 반가 음식의 계승을 목표로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는 레시피 연구와 『찬』 등의 책을 꾸준히 출판해왔다. 조은희 방장은 “모든 생명이 움츠려드는 겨울에도 바다는 역동적”이라며 “요즘 같은 때 차가운 바다가 선물하는 제철 해조류를 이용하면 귀한 향기와 운치를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역새우전
재료: 건미역 2스푼, 새우살 1공기, 두부 1/2모, 포도씨유 5스푼, 연두(콩 발효 에센스) 2스푼
물에 불린 미역은 잘게 썰고, 내장을 뗀 새우살과 두부는 칼로 저며 곱게 다진다. 그릇에 미역·새우살·두부·연두를 넣고 잘 섞은 다음, 팬에 기름을 두르고 반죽을 한 스푼씩 떼어 앞뒤로 노릇하게 구워낸다.
김채소죽
재료: 밥 1/4공기, 구운 돌김 1장, 표고버섯 1/2개, 당근·애호박·양파 각 1조각(10g)
표고버섯·애호박·양파·당근을 곱게 다진 후 밥과 잘 섞는다. 여기에 부순 김과 물·연두를 넣고 랩을 씌워 전자레인지에 5분간 익힌 후 참기름을 살짝 뿌린다.
파래달걀찜
재료 : 생파래 30g, 달걀 2개, 물 1/2컵, 연두 1스푼
깨끗이 씻은 파래를 잘게 다져 달걀 푼 물에 넣고, 물·연두를 함께 섞은 다음 랩을 씌워 전자레인지에 4분간 익힌다.
톳솥밥
재료: 쌀 1컵, 물 1컵, 톳 80g, 양파 1/6개, 양념(연두 1스푼, 깨 1/2스푼, 참기름 1/4스푼, 포도씨유 약간)
씻은 쌀은 물기를 빼고, 톳은 깨끗이 씻어 3~4cm 길이로 썰고, 양파는 채 썬다. 예열된 팬에 포도씨유를 두르고 톳과 양파를 볶다가 양념을 넣고 다시 볶는다. 밥솥에 쌀과 물을 넣고 미리 볶아둔 톳과 양파와 함께 익힌다.
가시리볶음
재료: 가시리 50g, 김 1장, 들기름, 소금
말린 가시리는 깨끗이 손질하고, 김은 먹기 좋게 뜯어둔다. 팬을 달군 뒤 들기름을 두르고 가시리와 김을 넣고 볶다가 소금으로 간한다.
매생이전복탕
재료: 전복 5마리, 대파 1대, 매생이 50g, 칡녹말, 들기름, 양지 국물(양지 육수 3컵, 다진 파·마늘, 집 간장, 소금, 멸치 액젓)
전복은 손질해서 찜통에 넣고 술을 뿌린 다음 크게 썬 대파를 올려 1시간 30분간 찐다. 식힌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깨끗이 손질한 매생이는 들기름에 초록빛이 돌 때까지 볶는다. 칡녹말은 물에 풀어둔다. 간한 양지 국물에 매생이를 넣고 끓이다 칡녹말 푼 것을 넣고 걸죽하게 만든다. 그릇에 전복을 담고 국물을 붓는다.
다시마튀각
재료: 다시마 1장, 식용유 적당량, 설탕·잣가루·식용유 약간씩
면포에 물을 살짝 묻혀 다시마 겉에 묻은 하얀 염분을 닦아내고 3×3cm 크기로 썬다. 팬에 식용유를 붓고 190℃ 고온일 때 다시마를 담가 빠르게 튀긴다. 튀긴 다시마에 설탕을 살짝 뿌려두었다가 그릇에 낼 때 곱게 다진 잣가루를 뿌려 고소한 맛을 더한다.
새우김전
재료: 생김 200g, 단새우 1/2컵, 밀가루 1컵, 멸치다시마국물 2/3컵, 식용유, 소금
깨끗이 헹군 생김은 물기를 빼고 숭덩숭덩 썬다. 껍질을 벗긴 단새우는 소금물(소금과 물은 10:1 비율)에 씻은 뒤 물기를 없애고 굵게 다진다. 볼에 밀가루와 멸치다시마국물을 넣어 반죽한 뒤 손질한 김과 단새우를 넣고 고루 섞으며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팬에 식용유를 두른 뒤 충분히 달궈지면 반죽을 한 숟가락씩 올려 노릇하게 부쳐낸다.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 샘표 우리맛연구팀, 온지음 맛공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