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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친서→아베총리 위로전→11분간 단독 환담...한일 정상회담으로 이어질까

중앙일보

입력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차 태국 방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11분간 단독 환담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방콕 임팩트포럼에서 열린 제21차 아세안+3 정상회의 전 환담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방콕 임팩트포럼에서 열린 제21차 아세안+3 정상회의 전 환담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양 정상은 이날 노보텔 방콕 임팩트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사전 환담장에서 현지시간으로 오전 8시35분부터 8시46분까지 대화를 나눴다. 한·일 정상 간 직접 소통은 지난해 9월 뉴욕 유엔총회에서 열린 정상회담 이후 13개월 여 만이다. 지난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개막식에선 8초간 악수를 나누는데 그쳤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양 정상은 한·일관계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며 한·일 양국 관계의 현안은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양국 외교부의 공식 채널로 진행되고 있는 협의를 통해 실질적인 관계 진전 방안이 도출되기를 희망했다고 고 대변인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외에도 필요하다면 보다 고위급 협의를 갖는 방안도 검토해 보자”고 제의했으며, 아베 총리도 “모든 가능한 방법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도록 노력하자”고 답했다. 고 대변인은 “양 정상은 매우 우호적이며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환담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이날 만남은 아세안 정상들과 환담을 나눈 문 대통령이 뒤늦게 도착한 아베 총리에게 “잠시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제안해 성사됐다. 사전에 계획되지 않은 깜짝 만남이었다. 청와대도 “미리 협의된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회담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환담이라고 표현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통역도 영어 담당 직원이 배석해 대화에서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가 오고갔다. 양 정상은 전날 갈라 만찬에서 기념촬영을 하면서 웃으며 인사를 나눴지만 대화를 주고받진 않았다.

공식 회담은 아니지만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약식 회담에 가까운 대화를 나누면서 경색 국면인 한·일 관계가 반전의 기회를 맞을지 주목된다. 당장 한·일 관계 개선의 가늠자는 오는 23일로 종료 시한을 앞두고 있는 한·일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먼저 철회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지소미아 유지로 가닥이 잡히면 다른 협력 관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4일 국회 국방위에서 지소미아와 관련 “우리 안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이런 것들이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군사적 효용 가치가 높지 않다던 것과 거리가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일왕 즉위식에 참석하는 이낙연 국무총리를 통해 아베 총리에게 친서를 보낸 시점부터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어 아베 총리가 주한 일본대사를 통해 문 대통령의 모친상에 위로전을 전달한 일도 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고위급 협의’와 관련해선 기존의 외교부 국장급 채널을 격상한 최고위급 소통이 이뤄지는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된다. 고민정 대변인은 “장관급이나 더 윗단계의 협의가 될수도 있으나 어느 것 하나 확정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다음달 중순 베이징에서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공식적인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다만 청와대의 브리핑에 비해 일본 측 발표 수위는 상대적으로 덜 '우호적'이다. 회동 시간을 '약 10분'으로 밝힌 일본 외무성은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한·일) 2국간 문제에 관한 우리나라(일본)의 원칙적 입장을 확실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가 징용문제와 관련해, 1965년 청구권 협정에 의해 모두 해결됐다는 일본의 입장을 전달했다”(NHK)는 보도도 전해졌다. '환담' 대신 '대화'란 표현을 썼다. 고민정 대변인은 이에 대해 “일본 정부가 발표한 ‘원칙적 입장’이 무엇인지는 발언을 정리한 분이 잘 알 것”이라며 “(강제징용 문제는) 한·일 기업의 1+1안 외에 공식적으로 더 제안을 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일본 외무성은 또한 이날 환담에서 “문 대통령이 아베 총리가 보내준 모친상에 대한 위로전에 대해 감사를 표명했다”고 발표했다.

한편, 오는 25~27일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 및 제1회 한·메콩 정상회의를 3주 앞둔 문 대통령은 방콕에서 막바지 정상외교전을 펼쳤다. 문 대통령은 4일 하루 아세안+3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5일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방콕=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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